[기자수첩]헛발질만 한 롯데 지배구조 국감

[기자수첩]헛발질만 한 롯데 지배구조 국감

세종=정혜윤 기자
2015.09.18 03:25

"롯데는 한국기업이다. 미진한 부분 많았고, 앞으로 개선하겠다"

맞는 말이지만, 속 시원한 대답은 아니었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증인석에 섰다. 국내 10대 그룹 총수로선 처음이다. 롯데 경영권 분쟁 사태에 대한 여론이 집중된 상태에서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책 등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답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듯했다. 국정감사 첫날인 10일부터 여야 의원들은 신 회장의 '출석 시기'를 놓고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야당은 신 회장을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일에, 여당은 종합감사일에 불러야 한다는 입장으로 대립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이날 오전 국감이 시작되자마자 롯데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롯데가 제대로 된 자료를 제출했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롯데가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고, 지분 구조를 파악하기 위한 자료가 다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최대한 기다려보다가 한달 이내에 제출이 안되면 상응한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몇 차례 누락된 부분을 보완해서 제출하라고 공문을 보냈지만 아직 안 들어온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자료 미제출에 대한 처벌 조항이 있지만 벌금은 1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벌금 액수를 높히는 등 처벌의 실효성을 높히기 위한 법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리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을 자백하는 꼴이었다.

오후 2시 신 회장이 국감장에 출석했다. 신 회장은 "왕자의 난은 끝났다"며 "10월 말까지 롯데그룹 순환출자고리의 80%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대국민 사과에서 롯데그룹 지배구조개혁 차원의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연말까지로 예정했는데 그 기간을 두 달 앞당겨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공정위에 자료도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으면서, 순환출자고리 문제는 두 달 가량 앞당기겠다니. 쉽사리 믿음이 가지 않았다. 이 문제를 꼬집었어야 했던 여야 의원들의 질문 역시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다. "롯데가 한국 기업인가 일본 기업인가" 편 가르는 듯한 질문이 난무했다. 이에 신 회장은 "롯데는 한국 상법에 따른 기업이고 세금도 한국에 내고 있다"며 단호히 답했다.

심지어 축구 한일전에서 어느 나라를 응원할지에 대해 묻는 의원도 있었다. 어이없는 질문에 신 회장은 웃으면서 "지금도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고 애매하게 답했다. 롯데 그룹의 지분율을 묻는 민감한 이슈와 관련해서는 "의원님이 지적하신 것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개선하겠다"면서 한결같이 뻔한 답을 내놓기 바빴던 국감 현장.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슈라고 하기에는 국회도, 정부도, 증인도 알맹이 없는 맹탕만 쏟아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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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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