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김승희 식약처장 "새로운 길 가려면 현장에서 길 찾아야"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고, 약을 먹고… 길을 걷다 보게 되는 간판 대부분이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 업무와 연관돼 있다고 보면 됩니다. 국민 실생활과 가장 밀접한 정부 부처인 셈이죠. 담당해야 할 영역이 넓은 만큼 새롭게 해야 할 일들이 많아요."
지난 21일 서울 양천구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서울식약청)에서 만난 김승희 식약처장은 "취임 이후 반년 동안 현장에서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지난 4월 부임 직후 유해성분 논란이 일어난 물티슈 제조 공장을 시작으로 전통시장, 어린이급식지원센터, 백신생산시설, 명동 화장품 판매장, 노인복지시설 등 현장을 쉴새 없이 찾아갔다.
'길'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다닌 셈이다. 그러다 보니 '해야할 일'이 보였다. 현재 김 처장이 주목하는 부문은 '담배'와 '비만'이다.
담배의 성분을 정확히 분석해 위해성을 알려주는 일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지만, 정부 부처 어디에서도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김 처장의 판단이다. 비만도 마찬가지다. 10년 후 국민 17명 중 1명이 고도비만자가 될 만큼 비만은 질병화 되고 있지만 정확한 식품 첨가물 분석과 표시는 아직 가지 못한 길이다.
김 처장은 "나무젓가락부터 최첨단 분야인 3D프린터 까지 식약처 테두리 안에서 앞으로 새롭게 안전성을 검증해야 할 부분은 무궁무진하다"며 "전문성과 법, 예산 모두 중요하지만 모든 것은 현장에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취임 이후 현장방문을 눈에 띄게 많이 하시는 것 같습니다.
▶모든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야 시의적절하고 정확한 정책을 만들 수 있어요. 식약처의 결정으로 국민은 안심과 불안 사이를 오갈 수 있고 산업은 성장과 침체의 기로에 설 수 도 있습니다. 식약처의 과학적 전문성은 현장을 배제하면 국민으로부터 진정한 신뢰와 공감을 받기 어려워요. 현장과 직접 소통하면서 '현장 맞춤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 요즘은 어떤 정책을 고민하시는지요?
▶담배 성분을 분석해서 위해성을 표시해 주는 부분은 아직 어느 부처에서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합니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가 각각 담배 관련 세금, 금연 정책을 담당하지만 성분 분석과 표시는 손을 못대는 영역입니다. 술도 식품의 범주에 넣어서 식약처가 성분을 분석하고 안전을 관리합니다. 담배도 술처럼 식약처가 관리하는 것을 생각하는 중으로 부처간 협의가 필요합니다. 비만도 식약처가 정책을 만들어줘야 할 부분입니다. 이제 우리도 비만인 사람이 많고 비만은 질병으로 도래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식품 첨가물을 넣어 많이 먹게 만드는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이런 것들을 제품에 표시를 해서 국민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식약청에서 식약처로 승격된 지 3년째 입니다. 무엇이 달라졌나요?
▶과거에는 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개인 눈높이에 따라 판단할 여지가 있었습니다. 때문에 민원이 끊이지 않았고 민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있었습니다. 직원들은 소신껏 일하는데 실제는 터무니없는 일을 부탁하는 일이 생겼고 그럴 때 마다 사기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법 15개를 가지고 모든 문제를 법령고시에 집어넣어 처리를 합니다. 이 과정은 일반인들이 다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민원 상담도 합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정부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영향력이 확대돼서 업무 영역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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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는 대표적인 허가·규제기관입니다. 그럼에도 산업 발전을 위해 도움도 줘야 하는 모순되는 상황입니다.
▶ 식품, 의약품의 안전과 진흥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습니다. '규제'의 영어 표현인 '레귤레이션'(regulation)은 "방향을 제시한다"는 뜻도 있어요. 일반적으로 규제가 산업 발전에 저해가 된다는 인식이 있지만, 넓게 해석하면 규제는 업계의 올바른 방향이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새 먹거리 산업으로 각광받는 바이오 의약품 분야에서는 식약처가 규제 수준을 더 높여줘야 한다는 요청도 들어옵니다.
- 앞으로 규제를 강화하시겠다는 의미인가요?
▶규제 문턱이 낮아지면 해외에 나가서도 인정을 못 받습니다. 백신의 예를 들어도 그렇습니다. 15년 전 직접 세계보건기구(WHO)의 임상 공식 조사관으로 활동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의 인적 인프라와 임상시험 수준에 대해 널리 알렸습니다. 이런 것들이 씨앗이 돼서 지금 우리는 우리가 개발한 백신을 WHO를 통해 저개발국에 보급하고 있습니다. 규제당국의 전문성 수준이 어느 정도이냐가 업계 경쟁력이 되고 국제적 규제를 만들면 글로벌 산업 경쟁력이 됩니다. 정부를 보고 민간을 믿는다는 말도 있고요.
-현 정권에서 식품안전에 대한 관심이 유독 높습니다.
▶'불량식품 근절'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일 정도입니다. 식품안전관리 시스템을 다시 살펴보고 보완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가짜 백수오' 사태가 있었는데, 이엽우피소가 섞이는 것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어놓지 못한 식약처에 대한 질타가 있었습니다.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건강기능식품 제도를 전면 개편했습니다. 또 떡볶이, 계란, 순대 등 국민 다소비 식품의 안전 확보를 위해 전국의 모든 제조, 가공, 판매업체를 대상으로 점검을 실시하고 있고요.
-식약처 신임 차장에 손문기 농축수산물안전국장을 임명하셨습니다. 1963년생으로 매우 젊으신 것 같습니다.
▶의약품은 제 전문분야로 커버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식품은 식약처가 중심 역할 하려면 전문성은 물론 대표성 있어야 합니다. 식품 전문가로서 불량식품 근절 목표를 확실히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사람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신약허가 등과 관련해서는 국제사회에서 식약처의 위상이 많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국제 사회에서 식약처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 직원들의 전문성을 향상시켜 식약처가 허가한 품목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국내 제도가 국제적인 표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의약품 허가심사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고 연구모임, 멘토제 등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또 국제 규제조화회의(ICH), 국제 규제자 포럼(IPRF) 등 다양한 국제회의에 참여해 의약품의 허가, 심사 가이드라인과 안전성 관리기준을 마련하는 동시에 우리나라 기준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