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 이민경제, 新성장지도 그린다]<3>-②[인터뷰]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 "이민정책, 경제관점에서 틀 바꿔야"

# 엄마는 얼굴을 숙였다. 아들을 앞에 두고서다. 갓난 아기 때 헤어진 후 17년만의 만남이었다. 엄마와 아들의 얼굴색은 달랐다. 아들은 그런 엄마가 싫었다.
"잘 커줘서 고마워요" 엄마가 아들에게 건넨 첫마디였다. 엄마는 울음을 삼켰다. 아들은 그런 엄마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자신을 버린 필리핀 출신 엄마에 대한 분노와 연민이 교차했다. 슬픔이 밀려왔다. 하지만 표현은 안했다. 오히려 당당했다. "라면 같이 드실래요?" 아들이 17년만에 만난 엄마에게 건넨 말은 '따뜻한 밥'이 아니라 '라면'이었다. 그동안 힘들게 살아온 자신의 처지가 압축된 한마디 였다.
5년전 530만명의 관객몰이를 하며 이민자 문제를 다룬 영화 '완득이'. 많은 관객들이 극적인 장면으로 꼽은 영화 속 한 장면이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결혼 이민을 왔지만, 고달픈 삶 탓에 핏덩이인 아들을 버리고 도망친 엄마가 17년만에 아들을 만나는 모습을 그렸다.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엄마 역할은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이 맡았다. 이 의원은 영화에서처럼 실제 20년전 한국으로 귀화했다.
이 의원이 이 영화에서 남다른 내면 연기가 가능했단 평을 받는건 그 역시 이민자였기 때문. 이 의원은 이 영화를 찍은 이후 국회에 진출했다. 지난 4년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일하며 이민자 등 우리사회의 약자를 위해 뛰었다. 영화같은 현실, 어쩌면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어려운 이민자 현실의 벽에 맞서며 4년을 보냈다. 이민자 출신인 이 의원에게 지난 4년은 어땠을까. 최근 우리나라 이민정책의 틀을 바꾸는 '이민사회 기본법'을 발의한 이 의원을 머니투데이 특별취재팀이 직접 만나봤다.

- '이민사회 기본법'을 발의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 지금 외국인 정책은 분명한 한계점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주노동자정책은 인력관리정책으로, 결혼이주여성의 다문화정책은 가족정책, 다문화 가족자녀를 대상으로 한 정책은 교육정책 등 이주민을 대상으로 정책이 설계돼 정책의 관심이 특정 분야에 제한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정책 부서도 법무부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5개부처 14개 중앙행정기관으로 나눠져 있죠. 이민정책이 여러 부처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보니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조율이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단순한 체류 지원이나 관리를 넘어선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외국인에 대한 '입국→체류→정주→귀화'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종합하는 이민정책이 필요한 현실입니다.
- 이민정책이 왜 필요한가요?
▶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초저출산 국가인 우리나라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노동력 부족 국가가 됩니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2018년부터 이민자를 적극 받아들일 계획입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이민정책이 없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어떤 이민자를, 왜, 어떻게 받아야하는지 설계돼 있지 않아요. 경제 활력을 위해선 노동인구가 필수적인데, 이민자가 대안이 될 것입니다. 이에 대비해 관련 법이나 정책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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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자나 이민정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습니다.
▶ 맞습니다. 국민들은 이민자를 '다문화'란 한 가지 틀에서만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민자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입니다. “다문화는 불쌍한 사람”이란 생각에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렇지 않아요. 재미있는 사례가 있어요. 자동차 세일즈맨이 어느날 전국 판매왕이 됐어요. 그 사람의 성공비결은 바로 베트남 네트워크, 틈새시장을 공략한 점이예요. 이 판매원이 한 베트남 사람에게 자동차를 팔았는데 소문이 좋게 났어요. 차를 구매한 베트남 사람이 자기 친구들에게 이 판매원을 소개시켜주면서 차를 많이 팔았어요. 국내에 있는 베트남 사람들끼리 네트워크가 굉장히 잘 형성돼 있어, 자연스럽게 차를 많이 팔 수 있었죠. 이런 경제적 관점에서 이민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개선해야 합니다.
-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 이민자에 대한 '패러다임 시프트'를 해야합니다. 이민자는 ‘국제 결혼자’, ‘이주 노동자’란 잘못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앞서 말한 판매왕의 일화처럼 이민자를 우리 경제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생각하고,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이민자)은 200만명 시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신년기획에서 밝힌 것처럼 이들은 전체 국민의 약 4% 정도 됩니다. GDP(국내총생산)로 환산하면 총 60조원(지난해 GDP 1600조원 기준)이 되는 거예요. 이만큼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이민자들을 어떻게 우리나라 성장동력으로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죠. 국내에서 숙련된, 전문적인 인력으로 키워 본국으로 다시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무조건 그들을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들을 통해 어떻게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봐야 할 때가 됐습니다. 선진국처럼 이민자들이 우리나라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게 바로 패러다임 시프트입니다.

- 이게 가능할까요?
▶ 정부의 정책과 법적인 장치들이 갖춰진다면 가능하죠. 사실 현재 우리 정부의 이민정책은 반창고 정책입니다. 상처가 나고 피가 나서 임시방편으로 반창고를 딱 붙여놓는 것처럼, 일회용 정책이 많습니다. 대통령 직속의 이민정책컨트롤타워를 세우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야합니다. 다만 한국 상황에 맞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민을 사회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서 이민정책의 틀을 바꾸고 우리 경제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부문을 챙기면 됩니다. 이민정책컨트롤타워를 만들자는 것도 10~20년 장기적인 관점에서 만들자는 겁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이민정책과 사회의 전체적인 흐름을 읽어가면서 한국식 이민정책을 다듬어가야 합니다.
- 이민청이나 이민부 문제도 이런 접근이 필요하겠군요.
▶ 2300년엔 우리나라 인구가 5만명 밖에 남지 않는다는 우울한 전망이 있습니다.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정말 우리가 이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 처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이민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죠. 이민정책이나 흐름을 총괄하는 기관도 자연스럽게 나와야 합니다.
- 또 뭐가 필요할까요?
▶ 우리가 말로는 외국인 고학력자나 엘리트 유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한국이 이민오고 싶어하는 매력적인 나라가 아닙니다. 이민자들이 한국에 와서 열심히 일하면서도, 적응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 왔으니까 한국 음식을 먹고, 뭐든 한국식으로 해야한다는 그런 문화적 측면에서 말이죠. 이는 일상생활 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나타납니다. 기껏 능력있는 외국인 CEO를 모셔왔더니 영어 잘 하는 사람이 한정적이어서 회의를 한국어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가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런 움직임도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이민자들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부족하다고 봅니다. '이민사회 기본법'이 그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겁니다.
- 이 의원의 이런 생각들이 4년간 의정활동의 결과인가요?
▶ 사실 이민자 출신인 제가 국회에 들어온 이후 우리사회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자부합니다. 국민들이 과거보다 이민정책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이죠. 저로 인해 이민정책을 다듬을 수 있는 부문이 분명히 있었던 겁니다. 제가 지난 4년간 속했던 국회 상임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어떤 상임위를 막론하고 이주 노동자와 다문화 등의 문제를 쉽게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정부에서도 이자스민이 분명 물어볼테니 이주노동자 관련 정책을 정리해야 한다는 식으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굉장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 그런 측면에서 많은 이민자들은 이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도 나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 (웃음) 그건 두고 봐야죠. 사실 지금까지 다른 국회의원들도 사실상 외국인(이민자)들이 본인들의 지역구 주민인데도 다문화가정이란 이유로 “이자스민한테 가봐라” 이런식으로 권유한다고 들었습니다.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국회의원들도 이민자 문제 앞에선 여야가 따로 없습니다. "이자스민을 찾아가라"고 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