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공사 제지본부 생산현장 탐방…면펄프가 20여개 공정 거쳐 화폐용지로 변신

대전역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인 충청남도 부여군 조폐공사 제지본부는 '화폐산업의 쌀'로 불리는 이른바 '돈 종이'를 만드는 곳이다.
축구장 35개를 합쳐놓은 크기인 24만8312㎡(약 7만5000평)의 부지 위에 4만6063㎡ 규모로 생산시설, 관리시설, 사무시설 건물이 세워져 있다. 1958년 대전 제지공장에서 출발했다가 1983년 부여공장로 옮겨져 지금까지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돈 종이'는 경북 경산 화폐제조 본부로 보내져 5만원권, 만원권, 5000원권, 1000원권 지폐 제작에 활용된다. 수표, 여권, 상품권 등에 쓰는 각종 용지도 여기서 만들어진다.
용지에는 은선(隱線, 숨은 선), 은화(隱畵, 숨은 그림) 등 지폐 핵심 보안기술이 덧씌워진다. 박경택 조폐공사 제지본부장은 "위조지폐는 있지만 돈 종이는 위조할 수 없다"며 "제지공정은 화폐 위조방지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목화솜, 20여개 공정 거쳐 24시간만에 돈 종이로 변신
'돈 종이'의 원료는 나무가 아닌 옷을 만드는 원료인 '목화솜'이다. 유환신 제지본부 생산처장은 "일반 나무는 불순물이 많고 물에 취약해 지폐 재료로 적합하지 않아 용지재료는 목화솜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바지 주머니에 지폐를 넣고 세탁기로 빨래를 해도 찢어지지 않고 원형이 보존되는 이유다.
목화솜은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자회사(지케이드)에서 면펄프 상태로 가공돼 국내로 들여온다. 목화솜은 2010년 이전까지 국내에서 만들어오다가 원가절감을 위해 현지 직접생산 방식으로 바뀌었다.
목화솜은 제지본부에서 표백·절단·혼합·건조·광택·검사·포장 등 20여개 공정을 거쳐 돈 종이로 바뀐다. 모든 공정이 완료되는 시간은 약 24시간 정도다.
면펄프를 제지로 가공하는데 8~9시간, 제지에 은선과 은화를 입히고 약품처리를 하는 공정이 약 4~5시간, 검사와 포장이 2~3시간 정도 걸린다.

용지가 만들어지는 제조시설에 들어서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유를 묻자 용지 강도를 높이기 위해 약품처리와 건조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것이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약 100m에 이르는 생산라인은 전 공정이 자동화로 진행되고 있었다. 1983년부터 가동된 1호기, 1994년에 생산을 시작한 2호기 등 2개의 생산라인이 있는데 최근 지폐생산 수요가 감소하면서 1호기는 5년 전부터 거의 가동을 멈춘 상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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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기 생산능력은 연간 4235톤이다. 하루 평균 약 13톤씩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제조공정 핵심은 '환망·포머'로 불리는 단계였다. 단지 면에 불과했던 원재료에 조폐공사 보안기술 노하우가 담긴 은화, 은선이 삽입되는 단계다. 유 생산처장은 "포머 과정은 제품 불량률과 품질을 좌우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며 "단 1mm의 오차가 있어도 지폐제조에 쓰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은화는 평소에는 보이지 않다가 밝은 빛에 비추면 눈으로 보이는 이른바 '숨겨진 그림'으로 화폐 보안기술의 핵심이다. 최첨단 칼라복사기나 스캐너로 복제나 재현이 불가능하다. 1971~1882년에는 프레스마크 방식이었다가 1983년 이후 환망 워터마크 방식으로 개선됐다.
공장 곳곳에 '원가절감'이라는 표어가 붙어 있었다. 용지 생산단가가 낮게 책정돼 불량률이 높으면 손실이 날 수 있어 가장 민감한 문제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용지 최종 검사와 포장을 담당하는 마무리 공정에는 '세계 최고의 고품위 한국은행권 용지 생산'이라는 표어가 붙어있었다. 한국은행권을 만드는 화폐제조본부로는 500장 단위 15개 묶음(총 7500장) 형태로 방출된다.

◇수출 활로,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 주력
조폐공사는 고액권 발행, 신용카드 사용 확산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현금사용 빈도가 줄어들면서 지폐 수요가 점차 줄어들어서다. 지폐 생산감소는 특히 제지본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500여명이었던 제지본부 직원은 현재 280여명까지 줄었다. 면펄프 생산기지 해외이전과 1호기 가동 중단에 따른 것이었다.
위기 극복을 위해 해외 시장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1970년 태국에 증지 수출을 시작으로 1999년 인도네시아 은행권 용지, 베트남 등지 등 아시아에 은행권 용지를 주력 수출했다가 남미 페루, 인도 등으로 수출지역을 넓히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는 인도로 수출될 50루피 제조용지 생산에 한창이었다. 조폐공사는 올해 인도를 비롯해 아시아 3개국에 은행권 용지를 공급할 예정이다.
조폐공사는 지폐 이외에도 각종 시험성적서, 인증서 등에 활용도가 높은 보안용지 사업에도 심혈을 쏟고 있다. 김화동 조폐공사 사장은 "원전 비리 등 위조문서로 인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보안용지에 대한 관심도가 커졌다"며 "국가기술표준원 산하 6개 기관들이 조폐공사가 생산한 보안용지로 대체한 뒤 위변조 사례가 발생하지 않아 신뢰도가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