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하루 방문 관광객 8000여명…크루즈 부두는 한 곳 뿐

지난 4일 오후 12시 제주항 국제크루즈터미널.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는 보안검색대 주변 세관직원과 터미널 관계자들의 표정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버스에서 하나 둘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3700여명이 모였다. 반나절 제주관광을 마치고 다시 크루즈에 탑승하려는 중국인 관광객들이었다. 2층의 보안검색대부터 시작된 줄은 터미널 1층 대기실을 한바퀴 돌아 터미널 밖 주차장까지 길게 이어졌다.
오후 2시에 또 한 척의 크루즈선이 제주항에 입항하기로 돼 있어 늦어도 오후 1시까지는 이들의 출국 수속을 마쳐야 한다. 이날 제주에 입항하기로 예정된 선박은 모두 3척. 관광객수만 8244명에 달했다. 크루즈부두는 한 선석(배 1척을 접안할 수 있는 부두 단위)밖에 없는데 입항 예정인 크루즈는 3척. 수속을 담당해야 할 직원들 마다 일에 쫓기는 모습이 역력했다.
터미널 관계자들의 입장에선 제주를 찾은 중국관광객들에게 적게는 6시간에서 많게는 1박2일의 관광시간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 사명이 있다. 이들에게 정확한 시간배분이 필요한 이유다.
이날 제주항에는 오전 6시에 11만톤급 크루즈선이 입항한 데 이어 오전 8시에 8만5000톤급 크루즈가 연이어 들어왔다. 부두가 배 한 척을 접안할 수 있는 규모이다 보니 결국 다른 한 척은 크루즈 부두가 아닌 접안시설을 보강해 만든 제주항 서방파제에 임시로 배를 정박할 수 밖에 없었다. 오후 2시에 또 한 척의 7만2000톤급 크루즈선이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먼저 들어온 크루즈는 지체없이 공간을 내줘야 한다.

우봉출 제주특별자치도 해운항만과 항만개발담당 사무관은 "가끔 기상상황이 좋지 못하거나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으로 선박이 제때 출항하지 못하면 출국하려는 승객들과 입국하려는 승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며 제주항은 그야말로 전쟁터가 된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크루즈 관광지로 각광을 받게 된 것은 2010년대 들어서면서다. 2007년 17만명에 불과했던 제주방문 중국인 관광객수는 2014년 286만명으로 증가했다.
286만명 중 59만명은 크루즈선을 타고 제주를 방문했다. 중국의 경제성장 등으로 관광수요가 높아지면서 아시아 크루즈 시장규모가 성장하게 됐고 제주를 방문하는 크루즈 관광객도 덩달아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제주도가 크루즈 관광객들에 인기를 끄는 건 다른 지역과 달리 크루즈 관광에 맞는 최적의 입지조건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우선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자연과학 분야 3관왕(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을 달성할 만큼 천혜의 자연요건을 갖추고 있어 중국인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관광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중국과의 거리 역시 크루즈 기항지로서는 최적이다. 상하이에서 저녁 6시에 출발하면 다음날 오후 2시면 제주에 도착할 수 있다. 관광객들은 탁트인 망망대해에서 크루즈내 다양한 편의시설과 야경을 즐길 수 있고 낮에 도착한 제주에서는 6~8시간 정도 관광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 크루즈 선사 입장에서도 낮 일정을 소화한 뒤 다시 밤 시간을 이용해 다음 기착지로 이동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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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제주도가 아시아 크루즈 관광지의 주요 거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인프라는 아쉽게도 턱없이 미흡하다. 제주항에 크루즈 정박이 가능한 전용부두는 한 개 선석에 불과하다. 한 선석으로는 증가하는 제주 크루즈 관광수요를 모두 수용할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방파제를 임시 크루즈선 부두로 사용중에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2020년이면 한해 131만명, 2030년이면 166만명이 제주항을 통해 제주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62만명)와 비교해 두 배 이상의 관광객이 제주항을 통해 입항할 전망이다. 이미 2017년까지 177항차의 제주항 입항 크루즈 부두 스케쥴은 꽉 찬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크루즈부두는 최소 3~4선석이 필요하다.
크루즈부두 규모도 세계적인 흐름과 비교해 작다. 제주항의 크루즈 부두는 8만톤급이다. 최대 수용 가능한 크루즈선 규모는 12만톤급. 반면 2010년대 들어 크루즈 선박은 15만~20만톤급이 보편화되는 추세다.

크루즈부두 뿐 아니라 여객부두 역시 포화상태다. 제주항 여객 수요는 지난해 126만명에서 2020년 184만명, 2030년 215만명(한국해양수산개발원 추정)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인해 약 2020년에는 4선석, 2030년에는 9선석 가량 여객 부두가 부족할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10선석이 운영되고 있으나 제주도 정착을 위한 인구유입이 가속화 되고 있고 제주에 정착하는 외국인들도 증가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제주 정착 외국인의 경우 2004년 1800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만7000명으로 10배가량 늘었다.
내항은 고정 선석이 없어 여객·화물부두가 뒤섞여 운영되고 있으며 선석도 포화상태라 신규 카페리 취항 등에 어려움이 있다. 친수공간도 부족한 실정이다.
해수부가 제주도의 건의를 수용해 제주신항을 건설하기로 결정한 것도 다 이때문이다. 해수부 오는 12월에 제주신항개발 계획을 신항만건설기본계획에 추가해 고시할 계획이다. 제주신항개발계획 1단계 구간 개발계획은 내달 중 우선적으로 '항만기본계획'에 포함시켜 고시할 방침이다.
항만기본계획은 항만개발을 촉진하고 항만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정부가 수립하는 10년단위 계획이다. 항만기본계획은 10년 단위 계획만 수립이 가능해 2030년까지 소요되는 제주신항개발 계획을 모두 반영하기 어려움이 있다.
이에 정부는 2020년까지 계획된 제3차 항만기본계획 수정해 1단계 사업구간을 포함시켜 사업을 진행하고 오는 12월 2030년까지의 신항만건설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신항에는 22만GT 1선석, 15만GT 3선석과 국내 여객부두 9선석 등 기존의 내항에 위치해있던 국제크루즈터미널과 국내여객선서미널을 확장이전 한다.
기존의 제주항 내항은 워터프론트, 마리나시설, 위락시설, 컨벤션센터, 면세점 등 문화·예술·공연이 복합된 해양친수문화지구로 개발한다. 외항은 항만물류, 국제여객선부두로 활용, 물류복합지구로 바꿀 계획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 계획이 실현될 경우 현재 부상하고 있는 국제 크루즈관광과 해양관광의 급격한 수요증가에 대응하고 제주도가 동북아 중심의 국제해양관광과 레저허브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