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경제위기속 리더십은 어디로

[우보세] 경제위기속 리더십은 어디로

세종=조성훈 기자
2016.11.02 06:27
조성훈 경제팀장
조성훈 경제팀장

“주말도 반납하고 밤낮 없이 피땀 흘려 수립한 정책을 정체 모를 비선이 주물러왔다는 사실에 극도의 허탈감을 느낀다. 매 정권말마다 대통령 친인척, 측근 등의 권력형비리를 많이 접했지만 이번은 차원이 다른 것 같다. ”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만난 한 경제부처 고위관료는 이같이 토로했다. 그 뿐만 아니라 만나는 공무원마다 비슷한 패닉 상태다.

예산 심사시기여서 내년도 예산안, 세법개정안 등을 갖고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고,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도 짜야 할 때인데, 좀처럼 일손을 잡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공백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400조 예산안을 논의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예산심사보다는 비선 실세가 주무른 예산에 대한 추궁과 의혹 제기만 무성했다. 수립된 예산의 당위성과 경제전망 등에 대한 검토나 토의는 뒷전이었다.

지난달 31일 정부가 내놓은 조선해운 경쟁력강화방안 역시 국정공백의 한 단면이다. 조선, 해운 등 주력산업의 10년 대계를 짜겠다며 지난 1년간 원칙에 따른 구조조정을 외치던 정부는 대우조선 처리 등 민감한 현안에 메스를 대지 않고 결국 다음 정부에 짐을 떠 넘기는 수준에서 봉합했다.

“단 한번도 조선산업을 2강으로 재편하자는 부처간 논의가 없었다”는 산업부 차관의 발언은 ‘도대체 그동안 정부는 무슨 논의를 했냐’는 냉소를 자아냈다.

이렇다 보니 오는 3일 발표될 부동산대책도 알맹이 없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경제성장의 상당 부분을 부동산과 건설투자에 의존해온 정부가 제대로 된 가계부채와 집값 대책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권이 잇따른 ‘구두개입’을 하고 있지만 정권 말기에 부동산투기 세력들이 정부의 그 어떤 시그널에도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유일호 부총리는 그동안 수시로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현안에 대한 해법을 내놓겠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어떤 사안도 존재감이 없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게다가 ‘최순실 게이트’로 정치적 리스크까지 겹쳤으니 그가 현 상황을 돌파하기는 더욱 난망해 졌다.

이런 까닭에 내각개편 움직임과 맞물려 경제팀을 새로 짜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고 실제로 하마평도 나왔다.

그러나 현 상황에선 어떤 경제팀이든 대통령의 레임덕 속에 제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쌓여 있고, 누군가는 이를 책임 지고 수습해야 한다.

유 부총리는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공무원이 중심을 잡아야 하고, 특정사건에 지나치게 매몰되지 않도록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러나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을 강조하는 게 '흔들리지 않는 모양새'만 강요하는 게 아닌지 되짚어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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