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 마침표, 사용후핵연료 해법찾기-⑤]스웨덴 집중중간저장·지하연구시설을 가다

지난 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남쪽으로 1시간여를 날아 도착한 칼마르주 오스카르스함. 인구 2만6000여명의 작은 항구도시인 오스카르스함은 스웨덴 원자력발전 산업의 중심지이다. 스웨덴 4개 원전사업자가 공동으로 설립한 사용후핵연료·방사성폐기물 전담관리기관인 SKB의 주요 시설이 모두 모여있기 때문이다.
도시 외곽에 위치한 오스카르스함 원자력발전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금속 재질의 허리띠까지 풀어놓는 등 까다로운 출입절차를 거쳐 원전 내부로 이동하자 하얀색 사각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SKB가 운영 중인 사용후핵연료 집중중간저장시설(CLAB)이었다. 탈의실로 이동해 종아리를 길게 덮는 우비 형태의 파란색 방호복을 입고 안전화를 신었다. 노란색 안전모를 쓰고 방사선 노출량을 측정하기 위한 자동선량계(ADR)를 지급 받자 출입허가나 나왔다.
사용후핵연료 인수시설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용후핵연료 운반용기를 집게로 잡아 옮기는 거대한 크레인이 눈에 들어왔다. 스웨덴은 각 원전에서 연소하고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에 9개월동안 보관했다가 운반용기인 캐스트에 담아 선박을 이용해 CLAB으로 옮겨진다. 캐스크는 무게만 80톤인데 사용후핵연료가 들어가면 내부온도 350도, 표면온도 110도로 달궈진다. 운반용기에 담겨 반입된 사용후핵연료는 냉각셀 속에서 보관용기로 옮겨진다. 보관용기는 수중엘레베이터를 타고 지하 수조로 자동으로 이동해 40년간 보관된다. 40년이 지나면 사용후핵연료에서 나오는 독성 방사선 배출량은 처음의 1%로 떨어진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목적지는 지하 9층(-9). 현장 안내를 맡은 마티아스 칼슨 SKB 정보소통매니저는 “사용후핵연료를 붕산수에 넣어 보관하는 습식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저장시설이 위치하는 곳은 지하 40m”라고 귀띔했다. 지하 9층에 도착해 육중한 철문을 열자 푸른빛으로 빛나는 수조가 한눈에 들어왔다. 수심 12m의 수조는 수영장을 연상케 했다. 이 곳에는 가로 55m, 세로 35m의 수조 4개가 자리 잡고 있다. 합치면 축구장 1개 크기다. 수조 안으로 사각의 철제 바스켓에 담긴 사용후핵연료의 모습이 물결을 타고 일렁거렸다. 칼슨 매니저는 “수조 온도는 항상 35도로 유지된다”며 “전력공급 중단 등 비상 상황이 발생해도 새로운 냉각수 공급을 사용후핵연료 냉각시스템을 약 1달간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5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CLAB에는 최대 8000톤의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수 있다. 현재 보관된 사용후핵연료는 6500톤(81.3%)이다. 가동 중인 원전 8기에서 해마다 300톤의 사용후핵연료가 이곳으로 옮겨진다. 2030년 오스타마(포스마크) 심지층 영구처분시설 운영 전에 포화가 예상돼 보관능력을 1만1000톤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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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B은 나와 자작나무 숲 사이로 난 왕복 2차선 도로를 10분여간 달리자 붉은색으로 칠해진 아담한 목조건물 3채가 모습을 드러냈다. SKB가 심지층 영구처분시설 처분시스템(KBS-3) 안전성 확보 및 처분기술 실증을 위해 1995년부터 운영 중인 아스포(Äspö) 지하연구시설(URL)이다. 안전모와 안전복, 비상용 산소마스크, 개인용 위치추적기(GPS)까지 착용하고 탄광에서나 볼법한 철제 엘레베이터를 타고 지하 450m 운영터널로 내려갔다. 곳곳으로 가로 4m, 세로 6m 폭의 거대한 터널이 뚫려 있었다.

아스포 URL의 총 연장은 3.7㎞에 달한다. 18억년 전에 생선된 화강암을 뚫어 만들었다. 처분시설 굴착방법은 물론 사용후핵연료 운반, 심지층 구조에서의 사용후핵연료 및 처분용기 물질 성능 테스트, 수직처분 및 수평처분 연구 등이 진행 중이다. 연구결과 처분터널에 수직으로 8m 깊이의 구멍을 뚫어 사용후핵연료를 구리로 제작한 직경 1.5m, 두께 5㎝의 원통형 캐니스터 안에 주철로 만든 사각틀 형태의 바스켓을 넣고 다시 그 안에 사용후핵연료 12다발을 넣어 밀봉한 후 매립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사용후핵연료가 밀봉된 캐니스터는 무게만 25톤에 달한다. 내부 온도가 92도까지 올라가도 형질변환 없이 버틸 수 있는데 사용후핵연료 평균 온도인 35~40도의 2배가 넘는다.
지하 450m의 어두컴컴한 터널은 매년 여름이면 밀려드는 사람들도 시끌벅적해진다. 아스포 URL의 연구 현황과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2000년부터 ‘지질의 날(Geology Day)’로 이름 붙인 마라톤행사가 열리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지하 450m에서 입구까지 경사각 14도, 총 길의 3.7km 동굴을 달린다. URL을 직접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심지층 영구처분시설의 수용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에우아 오르 SKB 홍보책임자는 “영구처분을 위한 기술·기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며 “지역주민을 물론 국민 누구나 원할 경우 언제나 시설을 둘러 보고 원하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