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윈-윈' 혹은 '루즈-루즈'뿐… 투명·공정 절차로 수용성↑"

"사용후핵연료, '윈-윈' 혹은 '루즈-루즈'뿐… 투명·공정 절차로 수용성↑"

정리=유영호 권혜민 기자, 사진=김창현
2018.07.31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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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 마침표, 사용후핵연료 해법찾기-⑦]전문가 좌담<끝>

[편집자주] 한국 첫 상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지난해 6월 19일 0시 영구정지(콜드 셧다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9일만인 이날 고리원자력본부를 직접 찾아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청정에너지 시대, 이것이 우리 에너지정책이 추구할 목표”라고 했다. 국가 에너지정책 패러다임의 대전환, 이른바 ‘에너지전환’의 신호탄이었다.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우리나라는 2082년이면 가동 원전이 ‘제로’가 된다. 하지만 과제는 여전히 남는다. 최소 10만년 동안 안전하게 처분해야 하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35년간 사회적 갈등만 부추기며 표류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의 해법을 찾기 위한 돌파구를 모색하고자 한다.

['에너지전환 마침표, 사용후핵연료 해법찾기' 전문가 좌담]

◆참석자(가나다 순)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부장

△은재호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 재검토준비단장(한국행정연구원 대외부원장 겸 한국갈등학회장)

△정주용 한국교통대 행정학 교수

△조병옥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부이사장

지난 26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기금관리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에너지전환 마침표, 사용후핵연료 해법찾기’ 전문가 좌담에서 참석자들이 바람직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부장,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대외부원장 겸 한국갈등학회 회장(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재검토준비단장), 정주용 한국교통대 행정학 교수, 조병옥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부이사장./사진=김창현 기자
지난 26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기금관리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에너지전환 마침표, 사용후핵연료 해법찾기’ 전문가 좌담에서 참석자들이 바람직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부장,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대외부원장 겸 한국갈등학회 회장(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재검토준비단장), 정주용 한국교통대 행정학 교수, 조병옥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부이사장./사진=김창현 기자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핵심으로 하는 ‘에너지전환’을 선포한지 1년이 지났다. 계획대로라면 한국은 2082년이면 가동 원전이 ‘제로(0)’가 된다. 하지만 탈원전시대에 진입한 이후에도 무려 10만년을 관리해야 하는 정책과제가 있다. 바로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물질’로 불리는 사용후핵연료처리 처분 문제다.

정부는 1983년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 마련을 추진했으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을 놓고 35년간 사회적 갈등만 키운 채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 사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포화도는 95%에 이르러 ‘마지노선’에 이르렀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정부에서 마련한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을 재검토해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한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에너지전환 마침표, 사용후핵연료 해법찾기’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바람직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을 모색하는 전문가 좌담을 마련했다.

지난 26일 서울 남대문로5가 한국환경공단 기금관리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우리 세대가 주어진 시간 안에 책임을 져야만 한다”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는 어느 한쪽이 이기는 ‘원-루즈(win-lose)’ 게임이 아니라 모두가 승자가 되는 ‘윈-윈(win-win)’ 또는 모두 패자가 되는 ‘루즈-루즈(lose-lose)’ 게임뿐이다"고 강조했다.

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하고 공평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사회적 수용성이 높은 공론화에 나서야 한다”며 “이견이 있어도 결과에 대해 승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은재호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재검토준비단장(한국행정연구원 대외부원장 겸 한국갈등관리학회장)이 지난 26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기금관리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에너지전환 마침표, 사용후핵연료 해법찾기’ 전문가 좌담에서 바람직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에 대해 말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은재호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재검토준비단장(한국행정연구원 대외부원장 겸 한국갈등관리학회장)이 지난 26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기금관리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에너지전환 마침표, 사용후핵연료 해법찾기’ 전문가 좌담에서 바람직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에 대해 말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 논의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 주도해 지난 35년간 사회적 갈등만 부추겼단 지적도 많다.

▶은재호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재검토준비단장한국행정연구원 대외부원장 겸 한국갈등학회장, 이하 은 단장)=정부가 더 적극적이었어야 했는데 '폭탄 돌리기'를 했다. 과거 공론화는 지역과 환경단체가 동의하지 못하는 조건에서 정부가 일방적 주도를 했기 때문에 파행됐다. 이번엔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사회적 수용성이 높은 공론화를 설계해야 한다.

▶정주용 한국교통대 행정학 교수(이하 정 교수)=많이 늦어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해서 사회적 갈등을 부추겼다’는 지적엔 동의하지 않는다. 사용후핵연료는 갈등을 전제한 문제다. 정부 주도 추진으로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 다만 정부가 정책 추진과정에서 지역과 지역주민과 협력해야 하는데 소홀히 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해 갈증이 커졌다는 것은 공감한다.

▶조병옥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부이사장(이하 조 부이사장)=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원자력의 혜택을 누린 우리 세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원자력을 하든 안하든 이미 나온 폐기물은 처리할 책임이 있다. 빠른 결정이 내려져야 하는 이유다. 탈원전을 놓고 이해에 따라 대책 마련 시점이 조절돼선 안 된다. 충분한 의견을 듣되 시간은 지켜져야 한다.

-문재인정부에서 ‘고준위 기본계획’ 재검토를 추진한다. 지난 정부 공론화에 대한 평가는.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부장(이하 안 부장)=정부는 논의를 주도하고 의견을 모아 정책을 결정할 책임이 있다. 지난 정부에선 그 과정이 부족했다. 당시 환경단체들은 절차적 공정성과 비판적 의견의 수용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어 참여하지 않았다. 실제로 지역에서 동의할 수 없는 공론화 결과가 나왔다. 현 정부가 재공론화를 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

▶정 교수=과거 공론화는 잘못됐다. 시민단체가 참여하지 않았고 믿지 못할 전문가들도 많았다. 재공론화는 바람직하다. 다만 공론화위원회를 올해 안에 출범시켜 빠른시간 내에 기본계획을 재수립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은 단장=지난 정부 공론화는 지역과 시민사회가 동의하지 못하는 조건에서 공론화가 만들어졌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했기 때문에 공론화가 파행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모두 다 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부장이 지난 26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기금관리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에너지전환 마침표, 사용후핵연료 해법찾기’ 전문가 좌담에서 바람직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에 대해 말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부장이 지난 26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기금관리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에너지전환 마침표, 사용후핵연료 해법찾기’ 전문가 좌담에서 바람직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에 대해 말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재검토에서 가장 역점을 둬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안 부장=공론화를 빨리 해야 한다는 건 동의하지만 빠르게 모든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사용후핵연료는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하지만 모든 결정을 내려서도 안된다. 확신할 수 없는 부분, 책임지기 어려운 부분은 미래세대가 대비하고 고민할 여지도 남겨야 한다.

▶정 교수=포화시점, 입법절차 등을 역산해 그 시간 내에 결론을 빠르게 도출해야 한다. 또 전국적 공론화와 지역 공론화를 따로 해서 결합해야 한다. 전국적 공론화엔 원자력전문가나 시민·환경단체를 배제하고 중립적 입장인 사람들로만 채워야 한다. 결과를 승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견이 없을 순 없지만 승복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된다.

▶조 부이사장=국민 신뢰도가 좋은 현 정부에서 ‘비가역적(되돌릴 수 없는) 결정’을 내려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빨리 시작해야 한다. 정권에 따라 계속 왔다갔다하면 갈등만 계속될 뿐이다.

▶은 단장=재검토 과정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하고 공평하고 투명한 절차로 사회적 수용성이 높은 공론화 과정을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 최종처분장 부지 선정 절차가 개방적이어야 하고, 절차 전체를 프로세스 관리할 수 있는 중립적 부지선정 기구가 있어야 한다. 공론화로 장기로드맵 나오면 여야가 힘 합쳐 법제화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정책 불신이 심하다.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 성공사례에서 참고할 부분은 없는가.

▶조 부이사장=공론화와 관련 과학적 조사는 사업자나 원안위에 맡기면 되고, 민주적 절차는 정부가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많은 사람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은 민주적 절차를 따랐기 때문에 성공했다.

▶정 교수=경주 사례는 성공사례로 보지 않는다. 암반 지질 조사를 세밀히 하지 않고 진행해 예정됐던 사업비보다 많은 돈이 들어갔다. 다수의 부지를 과학적으로 검증해 물색한 뒤 다수 지역을 꾸준히 설득해 최종 선정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지역간 경쟁을 시키더라도 과학적으로 검증이 이뤄진 후여야 한다.

▶안 부장=경주는 안전성 문제를 챙기지 못했다. 지하수가 많이 나오는 지역에 부지를 마련한 것은 문제다. 당시엔 지진도 고려하지 않았다. 주민 동의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안전을 챙겨야 한다. 현재 건식저장소 설치 문제에 대해서도 안전성 차원보다는 원전을 더 돌리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만 강조돼 답답하다.

조병옥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부이사장이 지난 26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기금관리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에너지전환 마침표, 사용후핵연료 해법찾기’ 전문가 좌담에서 바람직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에 대해 말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조병옥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부이사장이 지난 26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기금관리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에너지전환 마침표, 사용후핵연료 해법찾기’ 전문가 좌담에서 바람직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에 대해 말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문제에 대한 생각은.

▶정 교수=무조건 다 영구처분하는 것은 반대한다. 재처리 기술을 계속 개발해 폐기물의 독성을 줄이고 반감기, 양을 줄여야 한다. 재처리는 꼭 경제성만 가지고 논할 문제는 아니다.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과도 관련이 있다.

▶안 부장=지금 현재로선 재처리에 대해 반대한다. 이미 국내외에서 연구가 진행돼 왔지만 성공 가능성에 대해 다들 불확실하다고 평가한다. 기본방향은 지금까지 발생한 핵 폐기물을 최종처분하는 것이 돼야 한다.

-집중식 중간저장시설의 필요성은.

▶은 단장=프랑스가 집중식 중간저장을 활용해 가역성 있는 처분방식을 사용한다. 기술발전 등으로 미래세대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해외사례만 보면 합리적 선택이다. 기술적 불확실성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점에서 집중식 중간저장도 가능성을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정 교수=최종처분 부지 내에 집중식 중간저장시설을 둔다면 괜찮다. 하지만 최종처분을 상정하지 않는 집중식 중간저장은 무의미하다. 사용후핵연료가 습식저장소에서 건식저장소로 이후 중간저장소로 갔다가 최종처분 부지로 가는 이송·운반 과정에서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주용 한국교통대 행정학 교수가 지난 26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기금관리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에너지전환 마침표, 사용후핵연료 해법찾기’ 전문가 좌담에서 바람직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에 대해 말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정주용 한국교통대 행정학 교수가 지난 26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기금관리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에너지전환 마침표, 사용후핵연료 해법찾기’ 전문가 좌담에서 바람직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에 대해 말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마지막으로 공론화 과정에 대해 당부하고 싶은 말은.

▶안 부장=아무도 한 줄 모르는 공론화가 돼선 안된다. 전 국민이 현재 전력 사용을 위해 원전을 가동할 수 밖에 없고, 발생한 폐기물을 어떻게 안전하게 처리할지, 지역에선 어떤 피해가 있을 수 있는지 충분히 학습, 고민, 토론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

▶정 교수=재검토준비단이 이해관계, 이념의 싸움이 아니라 얼마나 공정하게 운영을 할 수 있느냐에 몰입해야 한다. 이념의 문제로 접근하지말고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공론화가 전국민에게 '공정하다, 민주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조 부이사장=대진침대의 경우처럼 전 국민적으로 방사능에 대한 막연한 불안의식이 심하다. 사용후핵연료를 충분히 안전히 관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어야 한다. 기술개발 연구 지원과 전문가 육성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은 단장=흔히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화장실 없는 고급아파트'에 비유된다. 화장실을 안전하게 모두가 원하는 장소에 빨리 만들어야 한다. 이 문제는 '윈-루즈(win-lose)' 게임이 아니다. 환경·지역·원전·산업·정부 등 이해관계자가 모두 승자가 되는 '윈-윈(win-win)' 게임 또는 모두 패자가 되는 '루즈-루즈(lose-lose)' 게임 뿐이다. 정부의 중립성도 중요하다. 과거 관료제적 방식이나 '무늬만 공론화'가 돼선 안 된다. 정무적 판단, 정파적 이익, 산업의 경제성 등 어떤 이유로든 공론화 절차를 왜곡한다면 공론화를 다시 해야 하는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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