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제주기지 준공…LNG 발전 통한 안정적 전력 공급·3만세대 도시가스 활용 길 열려

28일 도착한 제주시 애월읍 애월항. 크고 작은 배들이 옹기종기 모인 부두 뒤로 나란히 서 있는 거대한 원통형태 건물 2개가 눈에 들어왔다. 철제 구조물로 둘러싸인 회색 콘크리트 건물엔 'KOGAS'라는 선명한 파란색 문구가 칠해져 있었다.한국가스공사가 제주 지역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건설한 제주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 저장탱크다.

부두에는 거대한 로봇팔(하역 암)이 설치 돼 있었다. 수송선이 가스공사 통영기지에서 싣고 온 LNG는 로봇팔로 연결되고, 파이프라인을 통해 저장탱크로 옮겨진다. 한 번 하역할 때마다 탱크 7분의1이 채워진다. 제주기지는 4.5만㎘를 저장할 수 있는 탱크 2기를 갖췄다. 탱크 1기는 제주도 가정용 도시가스 1년 사용량에 해당한다. 국내 최초로 국산 기술을 활용한 '완전방호형 지상식 멤브레인 저장탱크'를 채택해 안전성을 높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탱크 상부로 올라갔다. 20층 높이 구조물 위에 오르자 푸른빛 제주바다와 희미하게 보이는 한라산을 배경으로 제주기지 시설 전경이 펼쳐졌다. 탱크 위 얽혀 있는 배관들 주위엔 얼음이 껴 있었다. 온도계는 영하 148.89도를 나타냈다. 발 아래 탱크에 극저온의 LNG가 반쯤 차 있기 때문이다.

탱크에 저장된 LNG는 압력을 높이는 승압과정을 두차례 거친 뒤 기화기를 통과한다. 기화기는 액체상태 LNG를 가스형태로 되돌리는 장치다. 천연가스는 액화하면 부피가 600분의 1로 줄어들어 운송이 쉬워진다. 때문에 수송할 땐 온도를 영하 162도로 낮춰 LNG 형태로 만들고, 생산기지에서 다시 기화시킨다. 제주기지는 이렇게 만든 천연가스를 80.1㎞의 주배관망을 통해 제주 각 가정이나 발전소로 보낸다.
이봉영 가스공사 제주LNG본부 설비운영부장은 "제주기지에 설치된 공기식 기화기는 기존 연소식, 해수식 기화기와 달리 오염물질이나 냉배수를 전혀 배출하지 않아 보다 친환경적"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부터 본격 추진 된 제주기지 건설 사업은 총 사업비 5428억원을 들여 10년 만인 지난달 준공했다. 마침내 이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원희룡 제주도지사, 강창일 국회의원,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과 건설 참여자, 지역 주민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 행사를 열고 성공적인 기지 건설을 널리 알렸다.
제주기지 건설의 의의는 크다. 제주기지는 △평택 △인천 △통영 △삼척에 이은 가스공사의 5번째 생산기지다. 제주에 천연가스가 공급되면서 1986년 인도네시아에서 LNG를 국내로 첫 도입한지 33년 만에 '전국 천연가스 시대'가 열렸다. 그 동안 제주지역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천연가스 혜택을 받지 못했다.

제주지역은 LNG 발전소 가동을 통해 보다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이미 한국중부발전은 지난달부터 105㎿급 한림복합발전의 연료를 중유에서 LNG로 전환해 가동 중이다. 다음달 240㎿급 제주LNG복합발전이 신설되고, 내년에는 160㎿급 남제주 LNG복합발전도 완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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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자체 전력공급 능력이 확충되면서 지역의 전력 자립도를 높이고 전력공급 안정성을 확대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지금까지 제주는 총 발전량의 40%를 해저전력케이블을 통해 육지로부터 공급 받아왔고, 나머지는 화력, 신재생에너지 등 자체 발전으로 충당해 왔다. 고질적인 전력수급 불안정 탓에 주민 불안감은 컸다. 1993년부터 2005년까지 전력 공급 중단 사례는 12회에 이른다. 광역 정전 사태도 경험했다.
제주 각 가정은 도시가스를 통한 에너지 복지 혜택도 누릴 수 있게 된다. 내년 3월 도시가스배관 공사가 끝나면 제주도 내 약 3만세대에 가정용 천연가스가 공급된다. 천연가스는 기존 연료인 등유나 액화석유가스(LPG)보다 저렴하고 사용이 편리하다. 특히 겨울철 난방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나 적극적인 친환경정책으로 '카본프리(무탄소) 아일랜드'를 꿈꾸는 제주에 LNG 보급은 의미가 크다. 천연가스는 석탄, 석유와 마찬가지로 화석연료이지만 비교적 미세먼지 등 유해물질 배출이 적어서다. 화석연료에서 수소·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친환경·저탄소 에너지 시대로 가는 전환기에서 천연가스는 가교 역할을 할 '에너지 브리지(다리)'로 꼽힌다.
성 장관은 "천연가스라는 새로운 에너지의 도입이 제주도민의 삶과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게 될 것"이라며 "제주가 미래에너지산업의 상징이 되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채 사장은 "제주 LNG 기지 건설은 가스산업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안정적인 천연가스 공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