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명에게 50만원씩"…코로나가 불지핀 '기본소득' 논쟁

"2000만명에게 50만원씩"…코로나가 불지핀 '기본소득' 논쟁

세종=유선일 기자, 안재용 기자
2020.03.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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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 쏘카 대표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글/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이재웅 쏘카 대표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글/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코로나19(COVID-19) 사태를 계기로 기본소득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제안한 ‘월 50만원 재난기본소득’ 도입에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호응하고 나선 것. 하지만 여전히 재정 당국은 기본 소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당장 도입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재웅 "재난기본소득 도입해야" 주장에 황교안 "동의"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03.02.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03.02. [email protected]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웅 대표의 재난기본소득을 언급하며 “이 정도 과감성 있는 대책이 특효가 있다”며 “일시적 규제 완화 등으로 투자·소비·고용 심리를 깨워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필요하면 법안 마련에 신속히 나서겠다”며 지원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간 정부의 현금성 복지에 대해 '퍼주기',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해 오던 야당이 내놓은 입장이어서 특히 주목을 받는다.

앞서 이재웅 대표는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재난 기본소득 50만원을 어려운 국민들에게 지급해주세요’라는 글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프리랜서, 비정규직 등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2000만명에 (재난기본소득을 50만원씩) 주면 10조원”이라며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10조원이 될 것이다. 사람 살리는 예산”이라고 말했다.

기본소득이란 사회의 구성원이 국가로부터 대가없이 일정한 현금을 받는 제도를 말한다. 기획재정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이 지난해 4월 펴낸 기본소득 보고서인 ‘포용성장을 위한 사회안전망 발전방안 연구’에 따르면 △한 사회에 소속돼 있는 사람이라면 국적과 연령을 불문하고 모두 수급권자가 될 수 있고 △신청자의 소득 수준이나 노동시장에서의 지위, 기여 여부 등에 연계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기존 복지 제도와 구별된다.

이재웅 대표가 말한 ‘재난기본소득’은 어려움을 겪는 특정 계층에게만 지급하자는 것이라 엄밀하게 말하면 전통적인 기본소득과는 개념 차이가 있다. 하지만 ‘보편’의 범위를 어디까지 두느냐에 따라 기본소득으로 볼 여지도 있다.

이원재 랩(LAB)2050 대표 겸 시대전환 공동대표는 “재난기본소득은 수혜자에게 직접 지원을 하고, 특정 대상이 있더라도 같은 금액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보편적 기본소득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美'기본소득' 주장 앤드류 양 중도 하차… 기재부 "해외서도 검토 안돼"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추경예산 편성 당정협의에 참석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 2020.03.02.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추경예산 편성 당정협의에 참석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 2020.03.02. [email protected]

정부는 기본소득이 ‘시기상조’라고 보고 검토를 중단한 상황이다. 기재부와 보사연 등은 작년 초 “아직까지 ‘지금 한국사회에서 기존 복지제도의 보완과 수정이 아닌 기본소득이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해 모두가 납득할만 한 수준의 근거를 찾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기재부는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는 기본소득에 대해 “기존 복지제도와 정합성, 재정부담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라고 입장을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작년 국회에 출석해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본소득을 도입할 경우 근로장려금과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 현금성 복지를 상당수 통폐합할 수밖에 없어 기존 수혜자들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해외에서도 아직까지 기본소득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치는 모습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대만계 미국인 기업가 앤드류 양(45)이 18세 이상이면 직업과 소득에 상관 없이 모든 미국인에게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매달 1000달러씩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며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미미한 지지율로 중도 하차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기본소득제는 다른 복지정책을 통·폐합해 도입하는 개념”이라며 “해외에서도 아직 검토도 제대로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는 ‘재난기본소득’ 자체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2008년 금융위기 터졌을 때 이듬해 도쿄에서 시민들에게 현찰을 지급 했는데 소비를 안 하고 저축해버렸다”며 “이후 소비쿠폰으로 지급하니 편의점에 가서 소위 ‘와리깡’을 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한국에서는 코로나19 때문에 위험해서 소비를 안 하는 것”이라며 “위험한 상황에서 소비를 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소득격차가 지속 확대되는 가운데 기존 복지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수록 기본소득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확대될 전망이다.

유영성 경기연구원 기본소득연구단장은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할 여건을 온전히 갖추긴 힘들다”며 “예산 상황 등 현실을 고려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부터 기본소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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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일 기자

산업1부에서 자동차, 항공, 물류 등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 대학원에서 국가정책학을 공부했습니다. 2022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로 부탁드립니다.

안재용 기자

안녕하세요. 혁신전략팀 안재용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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