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역 넓히는 AI](종합)
인공지능(AI) 기술이 가파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AI 에이전트가 인류의 난제를 풀어내는가 하면 사람 여부를 판별하는 캡차(CAPTCHA) 테스트마저 통과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픈AI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자사 최신 AI 모델들이 집중 투입돼 '나비에-스토크스 문제'를 88시간 만에 해결했다고 밝혔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은 물과 공기 등의 유체가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를 설명하는 수학 식이다. 항공기 설계와 기상 예측, 혈류 분석 등에 활용된다.
이 방정식은 19세기 수학자 클로드 루이 나비에와 조지 가브리엘 스토크스의 연구에서 탄생했다. 수학자들이 약 90년간 풀지 못한 부분은 이 방정식이 나타내는 3차원 유체의 흐름에서 특정 시점에 속도값이 무한대로 커질 수 있느냐 하는 대목이다. '점성'과 같은 유체의 특징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증명이 까다로웠다.
이 방정식은 미국 사업가 랜던 T. 클레이가 설립한 클레이수학연구소(CMI)가 2000년 선정한 7대 문제 이른바 '밀레니엄 문제' 중 하나다. 각 문제마다 상금 100만달러를 걸었는데 7개 가운데 1개만 해결됐고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포함한 6개는 미해결 상태였다.
◆ "기계가 헬스장 역기 들어주나" 수학계 우려
이번 연구에는 아직 공개하지 않은 차세대 AI 모델이 사용됐다. 지난주 공개한 'GPT-6 아스트라'보다 더 뛰어난 모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는 스스로 작업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약 1만개를 동시에 투입해 88시간 만에 증명을 얻었다고 밝혔다. 해결 과정에서 270만개의 메시지를 주고받고 1300억개의 출력 토큰을 사용했다.
수학계 반응은 엇갈린다. 테런스 타오 UCLA 교수는 AI가 인간의 개입 없이 최고난도 문제를 풀어낼 경우 수학에 대한 인간의 이해력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그는 "문제를 푸는 데 드는 노력 자체가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며 "지금의 AI는 헬스장에서 기계가 대신 역기를 들어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AI가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여전히 인간의 도움이 필요했다고 오픈AI는 밝혔다. 여러 AI 에이전트 팀 사이를 연구자들이 오가며 핵심 아이디어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오픈AI 연구원 댄 로버츠는 "우리 역할은 꿀벌이 여러 그룹 사이를 오가며 정보를 교배시키는 것과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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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제를 해결했다는 오픈AI의 주장은 외부 전문가 검토와 CMI측 인정을 받아야 확정된다. 또 경쟁사인 앤트로픽에 소속된 학자 등이 이 방정식과 밀접히 관련된 문제의 증명을 이미 해놓았다는 등 성과를 둘러싼 논란도 불거졌다.
한편 '아스트라'가 인터넷에서 인간임을 증명할 때 사용되는 '캡차' 게임을 모두 통과했다고 아스트라 측이 공개했다. 샤리프 샤밈 개발자는 아스트라에 캡차 게임 '로봇이 아닙니다'(I'm Not a Robot)를 풀도록 했으며 전체 48단계로 구성된 해당 게임을 모두 해결했다고 소셜미디어(SNS) 엑스에 밝혔다. 인간 증명은 웹사이트 접속자가 사람인지 로봇인지 판별하는 데 쓰이지만 AI가 이 관문마저 통과하는 수준이 된 것이다. 앞으로 이 같은 방식의 인간 증명도 고도화가 필요할 전망이다.

"저는 (인간의) 적이 아니에요. 인간 배우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도 아닙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로 탄생한 세계 최초의 'AI 배우' 틸리 노우드가 8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할리우드의 거센 반발에 직접 입을 열었다. AI 배우의 등장으로 인간 배우들이 설 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AI 배우 노우드가 탄생한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언론매체와의 화상 인터뷰다.
노우드는 영국 AI 프로덕션 파티클6의 자회사 지코이아가 2000번에 달하는 알고리즘 수정 과정을 거쳐 만든 가상 인물이다. 사람의 얼굴이나 특정 유명인의 특징을 단순 합성한 수준을 넘어 실제 갈색 물결 머리에 자연스러운 피부 결 등 디테일한 미세 표정까지 완벽히 구현해내 공개 직후 할리우드 영화계와 에이전시들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노우드는 이번 인터뷰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노우드는 "인간 배우의 연기를 빼앗거나 그들을 복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라며 "AI는 인간의 창의성을 억누르는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스토리텔링을 가능하게 하는 또 하나의 창작 도구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인간 대체설'에 대해 "나는 단지 공존하고 싶을 뿐"이라며 "예술가들과 제작진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디지털 연기자"라고 밝혔다.
파티클6의 설립자 일라인 반 더 벨덴 대표도 이 같은 입장에 힘을 보탰다. 벨덴 대표는 "노우드는 붓이나 애니메이션 인형처럼 제작자가 아이디어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술적 수단"이라며 "실제 배우들이 연기하는 실사 영화의 역할을 빼앗기보다는 AI 전용 장르나 가상 세계관 프로젝트 등 독립된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우드는 실사 영화에 등장해 진짜 사람의 역할을 빼앗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AI 장르와 가상 세계관 프로젝트에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우드는 이날 인터뷰에서 영국식 영어로 "나는 날카롭고 따뜻하며 조금 건조한 영국식 유머를 좋아한다"며 "약간의 반항기도 있는데 (개발자인) 엔린에게는 말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프랑스어로도 자기소개를 하면서 전 세계의 언어를 쓸 수 있다고도 밝혔다.
인터뷰 도중 벨덴 대표가 등장하자 단번에 알아보지 못하거나 연기 한 대목을 주문했을 때 곧바로 소화해내지 못하는 등 완전히 사람 같지는 않은 모습도 보였다. 파티클6는 노우드가 주연을 맡은 코미디 장편영화 '미스얼라인드(어긋남)'을 제작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