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랫폼 기술의 발달과 경제·산업 구조의 변화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노동방식이 확산하면서 기존의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플랫폼 노동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에 대한 보호체계 마련 필요성도 커진다. 실제 근로형태는 근로자와 다름 없는데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최저임금, 근로시간 등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약 210만명으로 추산되는 비정형 근로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최저보수 등의 도입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근로시간 산정의 어려움과 사업자·소비자 부담,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하면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9일 고용노동부의 '플랫폼 종사자 규모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특수고용, 프리랜서, 플랫폼 종사자 수는 약 210만명으로 추산된다. 노동시장의 변화로 새로운 근로형태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데 플랫폼 노동의 특성상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플랫폼 노동자들이 가장 불만을 토로하는 부분은 소득의 '최저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최저임금법은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근로자가 아닌 플랫폼 종사자는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배달이나 택배, 대리운전 같이 업무 건당 수익을 얻는 구조여서 일이 많고 적음에 따라 소득 변동성이 커진다. 사실상 개인사업자와 다름 없는 셈이다.
하지만 근로의 실질을 보면 플랫폼 노동자 대부분이 사용종속성, 업무통제, 전속성, 노무대가성 등의 측면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다름없는 노동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배달라이더의 경우 형식적으로는 개인사업자지만 실제로는 알고리즘 배차, 등급·레벨, 예약스케줄, 취소 경고 등으로 간접 통제를 받는 구조다. 가전 설치 기사 등 가정방문 노동자 역시 회사와 개인사업자 도급계약을 체결하지만 출근, 업무배정, 평가, 징계 등이 모두 회사에 의해 이뤄지는 근로자성을 갖는다.
임금의 최저기준이 없다보니 경쟁심화로 수수료 단가가 하락할 경우 최저임금보다 못한 수준의 소득을 얻는 경우도 발생한다. 업무 수행을 위한 장비 유지·관리 비용, 유류비 등 각종 비용을 제하면 소득 수준은 더 떨어진다. 대기시간, 이동시간 등이 긴 업무 특성상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에 정부는 플랫폼 노동자 등에 대해 별도의 최저보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최저임금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수 차례 부결됐고 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도 있어 최저임금이 아닌 최저보수 기준을 적용키로 한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법적 보호 필요성이라곤 하지만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저보수를 결정하기 위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기업이나 소비자의 비용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출퇴근 시간이 명확하지 않은 플랫폼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을 명확하게 산정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저임금처럼 '시간당 얼마'와 같은 기준을 설정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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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임금 설정이 어렵다면 건당 수수료의 최저 기준을 정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업자나 소비자의 비용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영면 동국대 명예교수는 "포괄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이를 실제 적용하기엔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며 "배달기사의 경우 근로시간은 길어도 본인이 콜(배달요청)을 받지 않아 소득이 적을 수도 있고 업무시간과 휴게시간의 구분도 모호하다. 계속 일을 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영계에서도 그동안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별도의 최저임금 적용 여부를 최임위에서 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 내수침체와 소상공인 부담 확대 등을 감안하면 플랫폼 최저보수 적용은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다양한 우려에도 정부는 플랫폼과 같은 비정형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지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연내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제정과 근로기준법상 개정을 통한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추진한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고용형태, 근무방식과 관계없이 모든 일하는 사람에 대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권을 법률로 명시하고 국가 등의 지원근거를 담은 기본 법률이다. 노동과 관련한 다른 법률을 제·개정할 경우에는 기본법에 부합하도록 하는 일종의 '노동헌법'인 셈이다.
근로자 추정제는 근로자성 입증책임을 사용자에게 부여하는 제도다.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에 해당함에도 프리랜서 계약 등으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퇴직금 지급 등 회사와 분쟁 발생시 프리랜서 등 노무제공자가 본인이 근로자임을 증명해야 했다. 하지만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노무제공자는 기본적으로 근로자로 간주된다. 회사가 이들이 근로자가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
비정형 노동자를 위한 사회안전매트 역할을 하는 K노동복지회의소 설립도 추진한다. 회의소는 비정형 노동자를 위한 퇴직공제, 복지지원 등의 기능을 수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