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컨테이너는 다 어디로 갔을까[이지경제]

그 많던 컨테이너는 다 어디로 갔을까[이지경제]

세종=안재용 기자
2021.02.07 11:09

수출물량 급증에 美 하역능력 포화…중국, 컨테이너 확보전 돌입하며 최악 치달아

[편집자주] GDP가 오른 게 나랑 무슨 상관일까. 물가상승률은 0%대인데 왜 우리 집앞 식당은 밥값을 올리나. 산유국이 왜 수소차를 사나. 단편적인 사실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경제현상 속 숨겨진 배경을 찾아 전달하겠습니다.
(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 한국을 비롯해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호주, 뉴질랜드 등 모두 15개국 정상이 세계 최대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정에 최종 서명했다.이로써 RCEP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관세가 철폐되는 등 자유무역이 탄력을 받게 됐다.  사진은 16일 부산항 감만부두와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선이 화물을 선적하고 있는 모습. 2020.11.16/뉴스1
(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 한국을 비롯해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호주, 뉴질랜드 등 모두 15개국 정상이 세계 최대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정에 최종 서명했다.이로써 RCEP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관세가 철폐되는 등 자유무역이 탄력을 받게 됐다. 사진은 16일 부산항 감만부두와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선이 화물을 선적하고 있는 모습. 2020.11.16/뉴스1

수출이 줄어 걱정하던 때가 얼마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물건을 실어나를 배와 컨테이너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기업들이 많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중국, 유럽, 동남아 등 전세계에서 나타나는 컨테이너 부족은 왜 발생하게 됐을까.

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컨테이너 부족이 발생하고 있는 근본적 원인은 국가간 순환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경기가 회복되며 미국으로 들어간 컨테이너수는 늘어났는데 미국에서 한국, 중국 등으로 나오는 컨테이너는 이보다 크게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에 더하여 중국이 컨테이너 확보에 나서며 상황은 대란 수준으로 악화됐다.

폭발적 수출증가, 美항구가 가득찼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이 크게 늘어나며 미국 항만에 케파(물류 처리능력)를 초과하는 물량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혼잡이 발생하며 미국 항만의 하역작업 속도가 느려졌다. 해운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부산항에서 미국까지 통상 20여일이 걸리던 수출기간이 30여일로 늘어났다고 한다.

미국 항만은 전세계에서 모여든 상품으로 가득차고 있지만,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물건을 보내야 한다. 도착 지연을 고려하면 더 서두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출국 항만에서는 선적능력이 부족하지 않으므로 과거와 비슷한 속도로 배가 출항하게 된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며 전세계의 컨테이너가 미국 앞바다에 둥둥 떠 있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하역이 지연된 물량만큼 순환되는 컨테이너수도 줄어든다.

밀려드는 화물을 어찌하나…물류창고도 가득찬 미국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LG전자가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북미 시장의 TV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TV 생산라인을 풀 가동하고 있다. LG전자는 북미 시장에 공급하는 TV를 멕시코 레이노사 공장에서 생산하는데, 이 공장은 지난해보다 1달 가량 빠른 7월부터 주·야간 2부제 생산 체제에 들어갔으며, 최근 들어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30% 늘려 가동하고 있다. 사진은 LG전자 직원이 멕시코 레이노사(Reynosa)에 위치한 TV 생산라인에서 LG 올레드 TV(모델명 65CX)를 생산하는 모습. (LG전자 제공) 2020.11.16/뉴스1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LG전자가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북미 시장의 TV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TV 생산라인을 풀 가동하고 있다. LG전자는 북미 시장에 공급하는 TV를 멕시코 레이노사 공장에서 생산하는데, 이 공장은 지난해보다 1달 가량 빠른 7월부터 주·야간 2부제 생산 체제에 들어갔으며, 최근 들어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30% 늘려 가동하고 있다. 사진은 LG전자 직원이 멕시코 레이노사(Reynosa)에 위치한 TV 생산라인에서 LG 올레드 TV(모델명 65CX)를 생산하는 모습. (LG전자 제공) 2020.11.16/뉴스1

문제는 물류 적체현상이 항구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각지에서 상품이 모여들면서, 미국 내륙에 위치한 물류창고 또한 저장용량이 부족해졌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며 쌓여있는 물건을 처리할 인력도 충분치 않다고 한다.

소비재 또는 부품을 노지에 방치할 수는 없으므로 컨테이너째로 보관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물건을 비워줘야 컨테이너가 한국과 중국 등 수출국으로 되돌아가는데 미국 공장이나 물류창고 인근에 머물게 된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 공장에 부품이 컨테이너째로 쌓여있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하역인력 부족, 가동률 저하 등이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도 "컨테이너를 적절하게 재배치해야 하는데 사람도 없고 공간도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했다.

컨테이너 블랙홀, 중국의 등장

순환되는 총 컨테이너수가 감소한 상황에서 중국기업들이 다른나라 수출기업들이 이용하던 물량을 선점하기 시작하며 상황은 더 악화됐다. 수출품을 싣고 나갈 컨테이너가 부족해지자 중국 기업들이 다른나라에 있는 빈 배와 컨테이너를 웃돈을 주고 확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얼마를 주면 0일까지 물건을 보내줄 수 있냐'는 식으로 나오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배들이 중국 수출품을 싣기 위해 떠나고 있다"며 "해운사 입장에서는 돈을 더 많이 주는 고객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역설적으로 미국 수출기업이 컨테이너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해운업체들이 손실을 감수하고 미국기업 물건을 싣지 않고 빈컨테이너째로 배를 중국으로 보내는 일이 나타난 것이다. 중국에서 미국을 향하는 배 운임이 미국에서 중국을 향하는 것보다 10배 가까이 비싸지며 발생한 현상이다.

이같은 해운대란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상하이 국제해운연구소는 지난해 4분기 발표한 보고서에서 "신규 컨테이너 제작이 시작됐지만 대란해소는 빠르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3개월 이상 운송난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운대란에…정부, 2월까지 5척 긴급투입

이에 정부는 국적선사 컨테이너선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달 22일 산업부와 해양수산부 등은 '수출입물류 현안점검회의'를 열고 1~2월 미주·유럽·동남아 항로에 국적선사 컨테이너선 5척을 더 투입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국제운송비도 55억원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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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용 기자

안녕하세요. 혁신전략팀 안재용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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