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목표 35%, 과한 거야? 약한 거야? [이지경제]

온실가스 감축목표 35%, 과한 거야? 약한 거야? [이지경제]

세종=안재용 기자
2021.08.29 06:00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둔 탄소중립기본법(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정안에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35% 이상으로 명시한 것을 놓고 경제계와 환경단체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경제계는 온실가스 감축규모가 지나치게 커 제조업 중심의 한국 산업 경쟁력에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환경단체는 다른나라에 비해 목표가 너무 낮아 '기후악당국' 오명을 뒤집어 쓸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누구 말이 맞을까?

35%, 숫자만 보면 다른 나라보다 가혹하진 않아

29일 머니투데이가 환경부와 글로벌카본프로젝트(GCP)가 추산한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량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9년 기준 한국이 2030년까지 줄여야 하는 순배출량은 1억3806만톤으로 나타났다.

절대 규모로만 보면 독일(2억6467만톤)과 일본(3억4678만톤), 미국(15억8910만톤) 등과 비교하면 적고, 캐나다(1억3910만톤)와 비슷한 수준이다. 영국(1억1470만톤)에 비해서는 2336만톤 많다. 프랑스는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를 이미 달성했고 러시아도 2019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16억7800만톤)이 2030년 목표치 22억3100만톤보다 적다.

경제규모와 인구, 기존 배출량 등에 차이가 있으므로 감축량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 그러나 감축비율로 봐도 한국의 감축목표가 다른나라에 비해 높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의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필요 감축량 비율은 22.6%다. 기존에 배출하는 온실가스 중 5분의 1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상당히 큰 숫자나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낮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제조업 비중이 높은 독일의 온실가스 감축비율은 37.7%로 추산됐다. 미국(30%)과 일본(31.3%), 영국(31%) 등도 30%대를 기록했다. 2019년대비 감축비율이 20%대 초반에 머무른 국가는 한국과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비슷한 캐나다(5억7700만톤) 등이 있다.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보면 환경단체들이 "기후악당국 오명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것도 일리가 전혀 없는 것 아닌 셈이다.

제조업 비중 높은 한국…35%는 만만찮은 숙제
동국제강 인천제강소에서 철근을 생산하고 있다. 이 제강소는 연간 200만톤의 철근생산능력을 갖췄다.
동국제강 인천제강소에서 철근을 생산하고 있다. 이 제강소는 연간 200만톤의 철근생산능력을 갖췄다.

그러나 35%란 숫자만 놓고 다른 나라와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 우리나라는 철강과 화학 등 탄소 다배출 업종의 비중이 비교적 높다는 점에서다. 해당 산업의 주요 경쟁국이 온실가스 감축규모를 정하지 않은 중국이라는 점도 골칫거리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 화학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3.9%로 중국과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생산규모는 약 92조원으로 자동차와 일반기계, 반도체, 철강에 이어 국제 제조업 중 5위다.

철강도 마찬가지다. 2017년 기준으로 국내 제조업 중 4위(생산규모 약 96조원)를 기록하고 있는 철강산업은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산업이다. 한국의 철강생산량은 세계 6위 수준이다.

문제는 해당 산업들이 전기화를 하기 어려운 산업이라는 점이다. 공장을 돌리는데 필요한 동력을 전기로 바꾸면 되는 다른 산업과는 사정이 다르다.

생산동력을 전기화하는 문제도 간단치 않다. 현재 공장 등이 화석연료를 통해 얻고 있는 동력을 전기화하면 경제성장 등에 따른 자연스러운 전력수요외에 추가적인 발전설비 설치가 필요한데 이 또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전원으로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빠른 확대가 필요한데, 9년만에 구축하기는 쉽지 않을 뿐더러 전기요금 상승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2030년까지 NDC 35%를 달성하려면 120GW(기가와트)가 넘는 태양광 발전설비가 필요하다"며 "여름철에는 과잉전력생산으로 정전위험이 있어 이를 보조하기 위해 LNG(액화천연가스) 발전 설비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안재용 기자

안녕하세요. 혁신전략팀 안재용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