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물가를 자극하는 가격 담합을 단속하기 위해 각 정부 부처의 제보를 토대로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또 공정위는 조사 권한을 활용해 생산 또는 유통 과정에서의 가격 담합 행위도 집중 감시한다는 계획이다. 경쟁당국이 물가 대책의 전면에 나서는 것은 이명박정부 시절 이후 약 11년 만이다.
1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물가안정을 위해 '소관부처-공정위 간 불공정행위 제보체계' 구축 작업에 들어갔다. 범 정부 차원에서 공정위의 조사역량을 활용해 물가를 암암리에 끌어올리고 있는 위법 행위를 적발하는 것이 골자다.
가령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산물 등 먹거리 분야의 가격 담합 정황을 공유하면 공정위가 필요할 경우 현장조사에 착수하는 방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관계부처가 소관하고 있는 물가 관리 품목의 유통구조, 관련 업체들의 세금 부과액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담합 혐의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감지하면 공정위에 제보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이처럼 공정위를 주축으로 물가 감시에 역량을 쏟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무관치 않다. 윤 대통령은 전날 출근길 현장에서 "공급 사이드(측면)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취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직접적 원인인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 요인을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만큼 국내 생산품 공급 과정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을 억누르는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들어 공정위는 국민들의 주요 먹거리 품목 가격을 끌어올린 담합 행위를 제재해왔다. 대표적으로 아이스크림, 닭고기 등 관련 담합 행위에 최대 1000억원 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서울우유 대리점들의 담합 혐의와 관련해서도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격)를 발송,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생산 또는 유통 과정에서의 담합 행위에도 주목하고 있다. 당국은 올해 초 발표한 '업무계획'에서 "중간재, 운송 등 산업경쟁력과 직결되는 분야에서의 담합행위에 대한 모니터링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간재 납품, 완제품 유통 과정에서 가격 합의 또는 공급량 조절 등 담합 행위는 소비자가격을 밀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다.
한편 공정위가 물가 감시대책의 전면에 나서게 되는 것은 약 11년 만이다. 공정위는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1년 '가격불안 품목 감시·대응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는 등 조직을 개편, 물가 감시에 역량을 집중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공정위가 물가 감시에 업무역량을 집중할 경우 대기업이나 온라인 플랫폼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 방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 고유의 업무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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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부 관계자는 "공정위의 역할은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지 물가를 직접 규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과거처럼 물가안정 업무에만 역량을 쏟는 것이 아니라 관련 부처가 제보한 법 위반 혐의를 토대로 필요한 경우에만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