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가사관리사(도우미) 제도의 성패는 서비스 이용 부담 완화에 달려있는데 현재로선 마땅한 방안이 없다.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바우처' 제도를 활용하려 했으나 관련 근거가 없다. 직접 고용을 통한 비용 절감 방안은 당장 도입이 어렵다. 저출산 해소라는 국가적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가 창의적인 규제 완화와 지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부는 오는 12월 서울 지역에 100여명 규모의 외국인 관리사 시범운영을 실시한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외국인가사관리사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뒤 속도를 냈다. 고용노동부는 비전문인력(E-9) 비자 대상에 외국인가사관리사를 포함하고 대상 국가와 협의를 시작하는 등 제도를 정비했다.
취업 제도는 정비됐는데 '비용' 걱정은 아직 덜지 못했다. 내국인 가사관리사 기준 시장 가격은 시급 1만5000원 선이다. 월 평균 임금은 350만~450만원이다. 중국동포 가사도우미가 그나마 저렴한 250만~350만원 수준이다. 정부는 시범 도입 과정에서 '1만5000원' 아래로 시급이 책정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인데 어디까지나 설득 수준이라 실제 가격이 낮춰질 지는 미지수다.
시범대상인 서울시가 1억5000만원의 추가 경정 예산을 편성했지만 이마저도 전담기관의 운영비 지원에 한정한다. 외국인가사관리사는 가사관리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기관 소속으로 가정에 파견되는데 서울시 지원은 가사관리사의 교통비, 초기 교육 비용 등을 지원하는 것에 그쳐 실수요자의 비용 완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데 제한적이다.
정부는 취약계층 지원용으로 활용되는 '바우처' 제도 등 직접 지원 방안을 검토했다. 수요 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우처 제도가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는 벽에 부닥쳤다.
정부 관계자는 "바우처라는 지원 수단이 고려 대상이 됐지만 기존 바우처의 경우 사용 범위가 정해져 있고 외국인 가사관리사 관련 법상 근거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지원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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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정부가 운영하는 바우처 제도와 관련해 에너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냉·난방 비용을 지원하는 에너지 바우처, 등유 바우처, 연탄 쿠폰 등은 에너지법에 근거가 마련돼 있다.
시범사업이라는 태생적 약점도 직접 지원 방안을 마련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 관계자는 "보통 재원을 마련한 상태에서 관련 사업을 집행하는 기존 정책과 달리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사업이다보니 관련 예산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결국 남은 방안은 외국인 가사관리사와 직접 계약 뿐인데 현실적 제약이 만만찮다. 최저임금 적용 등의 기준인 근로기준법은 '가사(家事) 사용인에 대해서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 근거를 활용해 가정이 직접 외국인 가사관리사와 계약할 수도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을 조정해주는 민간 업체의 중간 다리 역할이 필요하다"며 "투 트랙 차원에서 정부의 직접 지원과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직접 계약을 위해서는 별도의 비자 신설이 필요하다. 국가와 국가간 협약을 기반한 고용허가제의 비전문인력(E-9) 비자를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범 사업을 거쳐 전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관련 규제를 과감히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 전문가는 "외국인가사관리사 도입은 저출산을 극복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정책"이라며 "시범 운영 과정에서도 정부 지원책을 활용해 실제로 맞벌이 부부와 한부모 가정이 느끼는 정책 효능감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록 정부가 한시적으로 시범운영한다고는 하지만 온전한 저출산 대책이 되려면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풀어줄 수 있는 규제는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시범 운영 이후에 제도 안착과 정책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