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경제수장들이 종종 쓰는 표현이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왔는데 봄이 오지 않았다). 체감경기가 악화했거나, 경제 상황이 호전되지 않을 때 등장한다. 더 직접적인 위협을 거론하며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는 해외 유명 드라마의 대사를 인용하는 경우도 있다. 2018년 인도네시아 발리의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개막연설에서 이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계엄의 밤'이 이제 곧 100일을 맞이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체제도 70일을 넘겼다. 겨울의 한복판에서 시작된 비상시국은 이제 봄의 초입에 와 있다. 하지만 경제 한파는 여전하다. 우리 경제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위기, 부진, 침체 등이다. 부정적 단어로 도배된 경제 환경은 경제 지표의 하향 곡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시기 최 권한대행과 기재부의 역할을 폄훼하고 싶진 않다. 기재부는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의 제대로 된 지원 없이 70일을 보냈다. 전공인 경제뿐 아니라 외교·안보 등 국정 전반을 챙겼다. '버텼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그래서 "절박한 마음으로 위기 대응 총력전을 펼쳐 왔다"는 최 권한대행의 발언(2월25일 국무회의)을 흔한 수사(修辭)로 보지 않는다. 정치·정무적 판단에 대한 것은 별개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절박'과 '총력'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얼마나 절박했는지, 최대치의 총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한 판단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게 예정된 위협, 위기였다면 더더욱 그렇다. 계엄이 없었다더라도 절박한 심정으로 총력을 다했어야 할 정도로 우리 경제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저성장 경고등은 일찌감치 켜졌다. 주력 업종의 업황이 나빠졌고, 믿었던 수출까지 흔들렸던 참이다. 하지만 신성장 동력을 찾는 노력은 잘 보이지 않았다. 신성장 동력 없이 성장률을 끌어올린다는 건 막연한 기대감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그걸 '실력'이라고 했다.
기재부가 진정 절박했다면 추가경정(추경) 예산 편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 최 권한대행은 급변하는 산업환경에서 "시간을 선점해야 한다"며 '타이밍'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예산 등 주요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안을 먼저 내고 여야의 협의를 기다리는 게 시간을 선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건전재정의 덫에 빠져 그 시점을 놓친 감이 없지 않다.
모건 하우절은 책 '불변의 법칙'에서 "모든 시나리오를 남김 없이 고려했다고 생각할 때 남는 것이 리스크"라고 했다. 상상할 수 있는 리스크는 진정한 리스크라고 할 수 없다. 저성장 국면, 트럼프 시대 등은 상상할 수 있는 리스크였다. 물론 어떤 시나리오에도 없던 계엄이 '불변의 법칙'을 깼지만, 상상할 수 있던 리스크에 진정 절박감을 가지고 총력전을 기울였는지는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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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재부의 행보를 보면 마치 4월 이후가 없는 곳 같다. 대부분의 정책 스케줄이 3월로 맞춰진 탓이다. 경제 분야에서 상상할 수 있는 리스크는 4월 이후 더 부각될 수 있다. 겨울 같은 봄이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