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3주 앞두고 정부가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최종 타결을 노린다.
핵심 쟁점은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의 투자 방식과 통화스와프'다. 추석 연휴에도 양국 실무진이 접촉을 이어가며 이견을 좁히는 중이다.
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등 '3실장+α' 회의를 열고 관세협상 대응책을 논의한다. 회의에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관계 부처 수장들도 참석한다.
회의는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의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김 장관은 지난 6일 귀국길에서 "한국 외환시장의 민감성에 대해 상당한 공감대가 이뤄졌다"며 "대미 투자 패키지 일환으로 논의되는 부분이라 이견이 좁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3500억달러 투자펀드의 직접투자 비율과 투자처 선정 등 핵심 쟁점은 아직 구체적으로 합의되지 않았다.
양국은 지난 7월 말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투자패키지를 추진하는 큰 틀의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나 일본·EU와 달리 문서화에 이르지 못했다. 한국산 자동차 품목에는 여전히 25% 관세가 유지돼 기업 부담이 크다.
미국은 3500억달러 규모 투자에서 현금 중심의 '선불(up front)'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외환시장 충격과 재정 부담을 이유로 통화스와프 체결을 '필요조건'으로 제시했다.
대통령실은 협상 타결을 위해서는 '무제한 통화스와프'라는 필요조건 외에도 국회 동의·법 개정, 상업적 합리성을 갖춘 투자 구조 등 충분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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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달 24일 "통화스와프가 체결돼도 그 자체로 협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이 요구한 3500억달러 투자금이 현금 직접투자보다 대출·보증 등 금융적 성격을 띠도록 협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합리적 수준의 직접투자 비중 조정 △투자처 관여권 보장 △외환 안정장치(통화스와프) 확보 등 3대 조건을 동시에 관철하는 방향으로 협상 전략을 다듬고 있다. 시한 때문에 원칙을 저버리지 않고 국익·호혜·상업적 합리성을 지키는 선에서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APEC을 계기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사실상 마지막 조율의 장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아세안 정상회의, 28일 미·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29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추석 연휴 내내 협상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고 직접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지난 5일과 9일 연속 통상대책회의를 열며 외교·통상 라인을 중심으로 후속 대응책을 조율 중이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에도 최종 담판을 위한 추가 실무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협상이 타결되면 한미 간 무역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다만 미국 연방대법원의 관세 판결은 변수다. 미 연방대법원은 다음달 초,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고율 관세의 위법성 여부를 심리할 예정이다. 이 판결 결과에 따라 한미 협상 자체가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