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추가 개방은 지켰는데…"美 요구 그대로 수용" 농업계 반발

농축산물 추가 개방은 지켰는데…"美 요구 그대로 수용" 농업계 반발

세종=이수현 기자
2025.11.16 16:32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 및 MOU'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 및 MOU'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미 양국이 팩트시트를 통해 쌀·쇠고기 추가 개방은 없다는 데 합의했지만 농업계는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미국이 요구해왔던 비관세 장벽 조정 내용이 포함되면서 미국산 식품용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감자의 국내 반입이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팩트시트에서 미국산 쌀·쇠고기의 추가 개방은 제외하되 미국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이뤘다.

문제는 농업 분야에서 민감 품목인 쌀·쇠고기 추가 개방이 없다는 확답은 받았지만 이후 협상을 구체화하는 부분에선 불확실성이 남았다는 점이다. 팩트시트 전문에는 '농업 생명공학 제품의 규제 승인 절차를 효율화하고 미국 신청 건의 지연을 해소해야 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농산물 교역 부문에서 비관세 장벽 일부 완화 조건이 담긴 것이다.

농업 생명공학 제품은 LMO 등 유전자를 변형해 개량한 작물을 뜻한다. 미국은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통해 LMO 규제 완화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미국이 개방을 요구하는 식용 LMO 감자는 지난 3월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적합 판정을 받아 마지막 단계인 식약처의 안전성 검사만 남겨두고 있다.

이를 두고 농업계에선 미국산 유전자변형 감자 등의 국내 수입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US 데스크가 앞으로 미국 측이 LMO 승인 속도·검역 절차·표시기준 조정 등을 상시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공식 창구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앞서 양국이 합의한 팩트시트 전문엔 '대한민국은 미국산 원예제품 요청을 위한 US데스크를 설치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상호 연락 창구로 기능하는 컨택 포인트 형태로 이해하면 된다"며 "연내 내지 양국이 시간을 맞춘 때 팩트시트를 구체화하는 절차가 있을 텐데 그때 US데스크 운영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US데스크의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추후 협의를 통해 결정하겠지만 한미 양국의 협상 창구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성명을 내고 "미국은 무역대표부(USTR) 국가별 무역장벽 연례보고서를 통해 LMO 농산물과 동식물 위생검역 규제를 '무역장벽'이라며 철폐를 요구해왔다"며 "그간의 발표와 달리, 사실상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전농은 "우리나라와 미국이 합의한 내용은 사실상 식품과 농산물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비관세장벽을 해소하기로 한 것"이라며 "특히 US 데스크 설치는 우리 농업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인 검역주권마저 저버리며 식량주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LMO 규제 승인 절차 완화는 미국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사안이고 이번 합의가 상당히 포괄적으로 담기면서 농업계의 우려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정부가 도입 시기나 절차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적절한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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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이수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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