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20원 가까이 급락하며 1420원대로 내려왔다. 엔화 강세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달러 약세를 개의치 않는다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도가 확산된 영향이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5.2원 내린 1431원에 거래를 시작한 뒤 23.7원 내린 1422.5원에 마감했다.
환율 급락의 직접적 배경은 간밤 달러화 약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달러 가치 하락을 우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좋다고 본다"고 답하며 사실상 달러 약세를 용인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놨다.
이 발언 직후 달러는 주요 통화 대비 동반 약세를 보였다. 블룸버그 달러 현물지수는 장중 1% 넘게 급락했고, 달러 인덱스는 95대까지 밀리며 2022년 이후 4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유로화와 파운드화는 각각 2021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 약세 흐름은 미국 내 정치·정책 불확실성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가 재부각되면서 달러 자산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이른바 '셀 아메리카' 거래가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 외환당국이 엔화 가치 부양을 위해 시장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계감도 달러 약세를 부추겼다.
달러 신뢰가 흔들리면서 안전자산 선호도 강화됐다.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사상 처음 온스당 5200달러를 돌파했고, 은 가격도 110달러를 넘겼다.
국내 증시는 환율 하락 속에 강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개인 매수세에 1.69% 오른 5170.81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코스닥은 기관·외국인 매수 유입으로 4.70% 급등한 1133.52를 기록했다. 코스닥은 2000년 이후 약 26년 만의 최고치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 약세를 정책적으로 용인하거나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거론된다. 이른바 '마러라고 합의' 시나리오처럼 무역적자 개선을 위해 약달러를 유도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당분간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과 차기 연준 의장 관련 이벤트가 달러화에 추가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최근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 급락이 달러 약세 기대를 키우고 있고 미·일 외환당국의 공조 강화 움직임도 달러 추가 하락 전망을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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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미국 경기는 투자 사이클을 중심으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겠지만 정책 불확실성과 환율 공조 강화로 달러 약세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원/달러 환율에도 추가 하락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