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미투자특별법 제정이 9부 능선을 넘으며 첫 투자 프로젝트에 관심이 모인다. 미국과 에너지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사업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중동 상황으로 인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이 재조명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0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국회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는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을 여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법안은 오는 12일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다.
특별법은 한미 관세협상에 따라 양국이 합의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를 실행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별도의 한미전략투자공사를 설립하고 리스크 관리위원회를 설치·운용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특별법에서 주목할 지점은 국가안보 또는 공급망 안정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상업적 합리성이 확보되지 않는 대미투자를 추진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은 것이다.
한미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대미투자 프로젝트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사업만을 대상으로 한다. 여기서 상업적 합리성이란 원금 회수 가능성을 의미한다. 대규모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방지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특별법에서 상업적 합리성에 예외사유를 둔 것은 최근 중동 사태로 인해 에너지와 공급망 등에서 안보를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아 그동안 신중하게 검토돼 왔던 알래스카 LNG 개발의 경우 이번 특별법으로 인해 국가안보 등의 이유를 근거로 투자할 명분이 커진다.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은 알래스카 북부 프루도베이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남부 앵커리지의 수출기지로 옮기기 위한 1300㎞ 길이의 가스관을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 지역의 천연가스 확인 매장량은 미국 전체의 18%에 해당하는 125조CF(큐빅피트)로 추산된다. 하지만 생산한 천연가스를 운송할만한 인프라가 마땅치 않아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규모 가스관 건설을 위한 막대한 자금과 혹한의 환경에서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높은 건설 난이도 등이 난관으로 꼽힌다. 사업비는 약 6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높은 리스크와 막대한 투자비로 인해 그동안 미국은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알래스카 사업에 투자할 것을 압박해 왔다. 알래스카에서 생산한 가스의 주요 수요처가 동아시가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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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는 높지만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는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천연가스 중 카타르 수입물량이 약 15%를 차지한다.
최근 중동 사태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카타르 생산물량의 수출길도 막힌 상황이다. 당장 수급에 차질은 없지만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유가와 가스 가격 상승으로 국내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알래스카에서 생산한 가스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중동이나 파나마 운하 등을 거치지 않고 태평양 항로를 통해 수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미국의 LNG는 텍사스, 루이지애나 등에서 주로 생산되는데 이곳의 LNG를 동아시아로 수출하려면 파나마 운하를 거쳐야 해 운송비가 많이 든다. 알래스카 항로는 이보다 운송거리가 약 30% 짧아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알래스카 가스 개발 사업에 참여한 에너지 기업 글렌파른과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개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기본합의서'(HOA)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쟁이 장기화하면 동아시아 3국은 550억CM(입방미터)의 LNG를 대체할 지역을 찾아야 한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LNG 시장을 교란시킨 물량이 700억CM이라고 추정하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장기화가 가격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