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과세수 '예산 주머니'로 미래대응기금 신설 추진

반도체 초과세수 활용법을 공론화한 것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김 실장은 지난달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그 돈을 어떻게 쓸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응당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후 초과세수의 구체적인 활용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건전재정과 적극재정의 해묵은 논쟁도 반복됐다. 그 와중에서도 공통적인 의견은 있었다. 과거처럼 초과세수를 휘발성으로 쓰지 말아야 한다는 점, 미래세대를 위해 활용해야 한다는 점 등이다. 그 고민의 결과물 중 하나가 미래대응기금이다.
미래대응기금은 기획예산처가 초과세수 활용법으로 구상하고 있는 제도적 장치다. 초과세수를 재원으로 전용 기금을 신설하고, 이를 미래세대를 위해 활용하는 방식이다. 초과세수를 관리하는 '예산 주머니'로 활용하면서 미래세대 투자라는 특정 목적을 충족할 수 있는 카드다.
정부 내부적으로는 미래대응기금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식과 활용처 등은 입법 과정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통상 기금을 신설할 때는 관련 법률을 제정한다.
이 대통령이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초과세수 활용법을 거론한 것 역시 미래대응기금 도입 방향과 유사하다. 이 대통령은 "예상을 벗어난, 진폭을 벗어난 초과세수라서 그건 또 없어질 수도 있다"며 "진폭이 있기 때문에 미래세대를 위한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방향의 투자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민성장펀드에 초과세수 투입을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한국투자공사(KIC)의 국부펀드와 별개로 한국형 국부펀드 신설을 추진 중이다. 한국형 국부펀드는 당초 물납주식 등을 활용해 최소 20조원 이상 규모로 신설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초과세수를 투입할 경우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초과세수 활용법을 두고 재정경제부는 국부펀드를, 기획예산처는 미래대응기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초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최대 관심사는 초과세수의 구체적인 규모다. 정부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25조2000억원의 초과세수를 예상했다. 이 초과세수는 이미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으로 편성됐기 때문에 다른 곳에 활용할 수 없다. 추경 세입 예산보다 늘어난 세수가 온전히 올해 초과세수로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이다.
법인세 초과세수는 기정사실이다. 삼성전자(295,500원 ▼33,500 -10.18%)와 SK하이닉스(1,911,000원 ▼159,000 -7.68%)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57조2000억원, 37조6000억원으로 시장 전망을 웃돌았다. 시장에선 올해 두 기업의 영업이익이 5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한다.
과표구간을 무시하고 20%의 세율을 곱하면 두 기업이 내는 법인세만 100조원 이상이다. 정부가 추경을 편성하면서 전망한 올해 전체 법인세 세입 규모는 101조3000억원인데, 두 기업의 법인세만 해도 이를 상회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올해 초과세수 규모가 최소 수십조원, 최대 100조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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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는 통상 전년도 실적을 토대로 납부하지만 대기업들은 지난해부터 법인세 중간예납이 의무화되면서 상반기 실적은 당해연도에, 하반기 실적은 이듬해 법인세에 반영된다. 올해 기업 실적 일부가 올해 법인세에 바로 반영된다는 의미다.
정부가 초과세수 개념을 어디까지로 볼지도 논쟁거리다. 초과세수는 통상 세입 예산보다 더 걷힌 세수를 의미한다. 따라서 예상 경로를 벗어날 정도로 호황인 올해는 초과세수가 불가피하더라도, 내년 본예산을 편성할 때 세입 전망을 낙관적으로 한다면 내년에는 초과세수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내년 이후에 미래대응기금이나 국부펀드 등의 재원을 어떻게 충당할지가 검토 대상이다. 가령 올해 주요 기업들의 막대한 영업실적이 내년 초 직원 성과급으로 반영될 예정인데, 성과급에 붙는 소득세를 초과세수로 볼지 여부다.
일각에선 초과세수의 개념을 세입 예산과 무관하게 추세적인 경로를 벗어나는 수준으로 더 들어온 세금이나 반도체 호황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세금 등으로 범위를 넓힌 '추가세수'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