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파고 속 CPTPP 가입 딜레마…'수출 실익' vs '식량 주권'

보호무역 파고 속 CPTPP 가입 딜레마…'수출 실익' vs '식량 주권'

조규희 기자
2026.10.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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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초가을 날씨를 보인 1일 인천 강화군의 한 도로에 핀 코스모스 뒤로 농부가 추수를 하고 있다. 2026.10.01. /사진=뉴시스
완연한 초가을 날씨를 보인 1일 인천 강화군의 한 도로에 핀 코스모스 뒤로 농부가 추수를 하고 있다. 2026.10.01. /사진=뉴시스

보호무역주의의 거센 파고 속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자국 중심의 경제 블록화와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국경의 문턱을 높이는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적 추세로 굳어지고 있다. 수출과 무역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 경제로서는 다자간 통상 협정을 통한 새로운 글로벌 활로 모색이 절실한 시점. 하지만 국가 전체의 거시경제적 실익과 농축수산업계의 생존권, 식량 안보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CPTPP 가입을 둘러싼 고차원적인 가치 판단의 딜레마가 이어지고 있다.

10일 산업통상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공개한 경제적 영향 분석 잠정치에 따르면 CPTPP 가입은 국가 거시경제 지표에 긍정적인 청사진을 제시한다. 협정 발효 10년 후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미가입 시 대비 0.38%p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시장 개방에 따른 산업별 파급 효과를 보면 협정 발효 후 15년간 연평균 기준으로 제조업 분야에서 6조3000억원에서 6조7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생산 증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러한 수치는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 구조상 다른 산업군에도 긍정적인 연쇄 작용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서비스업 분야 5개 협·단체의 전망은 이러한 기대감을 뒷받침한다. CPTPP 가입 시 화장품과 패션 등 소비재 유통 분야에서 멕시코, 베트남 등 유망 신흥 시장으로의 진출 기회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내 교역·투자 활성화에 따라 기업금융, 무역금융, 외환 등 전반적인 금융 서비스 수요 증가도 전망된다. 무엇보다 K-콘텐츠 산업의 디지털 교역과 해외 온라인 플랫폼 진출이 가속화되는 현시점에서 CPTPP가 보장하는 높은 수준의 디지털 규범과 지식재산권(IP) 보호 장치는 글로벌 시장 공략의 핵심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빛이 강한 만큼 그림자도 짙다. 시장 개방의 직격탄을 맞게 되는 1차 산업의 예상 피해액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수준이다. 정부 잠정치에 따르면 협정 발효 후 15년간 농업 생산은 연평균 7100억원, 임업은 606억원, 수산업은 817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간 약 85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매년 누적되는 셈이다.

시장이 완전히 개방될 경우 가장 심각한 위협은 농축수산물의 가격 경쟁력 약화다. 좁은 국토 면적과 영세한 경영 규모라는 지리적,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농축산업의 전면적인 '산업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심화하는 농촌 인구의 고령화와 지방 소멸 위기를 고려할 때 언제까지나 막대한 국가 보조금 등 단순 피해 보전 성격의 지원책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실정이기도 하다. 농축수산업 역시 스마트팜 도입, 생산 및 유통 구조의 디지털 전환, 경영 방식의 고도화 등 근본적이고 뼈를 깎는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특히 농축수산업은 국민의 기본 먹거리를 직접적으로 책임지는 생명 산업이다. 잦아지는 이상 기후로 인한 글로벌 식량 위기 우려와 각국의 식량 무기화 추세를 고려할 때 굳건한 내수 시장을 지탱할 수 있는 최소한의 농축수산업 기반은 보호돼야 하는 '국가 안보'의 영역이다.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결국 CPTPP 가입을 둘러싼 오랜 논쟁은 국민의 기본 생존권인 '먹거리 주권 수호'와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수출 산업 활성화'라는 두 가지 중대한 국가적 가치가 정면충돌하는 현장"이라며 "수십 년째 반복돼 온 이 해묵은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경제적 과실의 단순 비교를 넘어 농어업의 근본적인 자생력을 높이는 구조 개혁과 혜택의 합리적 재분배를 위한 정교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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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희 기자

조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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