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산업단지의 장기 미착공 문제는 입주계약 해지만으로 풀기 어렵다.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부지를 넘겨받을 기업이 없다면 산업용지는 계속 미활용 상태로 남기 때문이다. 신규 투자 수요를 확보할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14일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미착공 기업의 81.4%가 몰린 석문·빛그린·국가식품클러스터·대구 등 4개 산단의 미분양률은 2026년 8월 기준 9.3~20.1%로, 국가산단 평균(1.5%)을 크게 웃돈다.
대구산단에서는 처분 신청 이후 공매가 두 차례 유찰돼 매수 의향자를 확보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공단 역시 매수 희망 기업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입주계약 해지의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기업이 투자를 망설이는 배경은 산단마다 다르다. 석문산단은 인입철도 사업이 지연되고 있으며, 1200만㎡ 규모의 단지에 걸맞은 주거·교육 등 정주 여건도 부족한 것으로 지적됐다. 빛그린산단은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투자 관망세가 이어지는 데다 앵커기업인 광주글로벌모터스의 파급 효과가 협력업체 투자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가식품클러스터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권자여서 입주 가능 업종이 농식품 중심으로 제한된다. 식품산업의 물류 특성상 기업들이 호남권 입지를 꺼리는 점도 유치에 걸림돌로 꼽힌다. 대구산단은 도심과 떨어져 있어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전환으로 관련 부품업체의 신규 투자도 위축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산단별 입지 여건만으로 장기 미착공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산업용지 분양 방식 자체가 미착공 문제와 맞물려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분양받을 때는 사업을 할 생각이었더라도 막상 사업을 시작하려니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투자를 미루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산업용지를 분양하기보다 임대 방식으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분양하면 기업이 실제로 사업을 시작하지 않더라도 소유권이 넘어가 이후 계약을 해지하고 부지를 회수하기가 쉽지 않다"며 "일정 기간 안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분양가로 환수하는 조건 등을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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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은 미착공 발생 이후 관리기본계획을 국가식품클러스터 8회, 석문산단 5회, 대구산단 4회, 빛그린산단 2회 개정해 입주업종을 확대했다. 하지만 기업의 입지 결정에는 업종뿐 아니라 인력 수급과 시장 접근성, 정주 여건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입주업종 확대만으로 미분양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
제도적 한계도 있다. 일부 업종 추가는 관리기본계획 변경으로 가능하지만, 기반시설 변경이 필요한 경우 국토교통부 소관 개발계획 변경이 선행돼야 한다. 환경영향평가 등 관련 절차가 필요할 수 있고, 토지 용도 변경에는 지가 상승분 환수 절차도 뒤따른다. 개발계획과 관리기본계획 변경 절차가 나뉘어 있어 관리기관이 단기간에 입주 여건을 바꾸기 어려운 구조다.
입주계약 해지 역시 일률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공단은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처분을 할 때 공익과 사익을 비교하고, 관련 법령에 따라 미착공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새 기업을 확보하지 못하면 미활용 문제가 이어질 수 있다.
공단은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식음료 제조업 부지를 확대하고, 석문산단에는 업종특례지구를 일부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입주업종 확대와 산단별 여건 개선만으로 신규 투자 수요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장기 미착공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의 투자 이행을 관리하는 동시에 산업용지 수요를 확보해야 한다. 입주계약 해지뿐 아니라 투자 계획이 실제 공장 건설로 이어지도록 관리하고, 새 기업이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