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A, 인피니트, B.A.P 콘서트 리뷰

[VCR]
김준수: 각 곡의 특징을 살리되 흐름이 있는 구성. 커다란 성 안을 배회하는 김준수, 뚝뚝 떨어지는 피, 웅장한 음악 등으로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던 오프닝 VCR은 검은 날개가 돋아나는 김준수의 모습으로 마무리되며 첫 곡 ‘Tarantallegra’의 콘셉트와 자연스럽게 맞물렸다. 그러나 이후, 사랑을 고백하거나 한 여인과 키스를 나누고, 이별을 맞이하는 김준수의 메소드 연기가 담긴 VCR이 중간 중간 삽입되며 공연은 사랑에 관한 한 편의 뮤지컬처럼 연출되었다.
인피니트: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콘셉트와 메시지를 가진 VCR. 독재자로 인해 세상에서 음악이 금지되고, 인피니트 멤버들이 자유를 되찾게 되는 과정은 오프닝부터 엔딩에 이를 때까지 부분적으로 노출됐다. 경찰을 속이려다 감금된 엘, 무장한 경찰에게 주먹을 날리는 성규, 대치 중인 경찰의 총부리에 꽃을 꽂음으로써 다시 평화의 시대를 불러오는 동우의 모습 등은 히어로물의 판타지를 불어넣는 동시에 공연 전체의 내러티브를 단단하게 구축하는 것이었다. 덕분에 인피니트가 음악으로 세상으로 구한다는 메시지만큼은 대사 없이도 확실하게 전달될 수 있었다.
B.A.P: 팀의 콘셉트를 부각시키는 VCR. 고통과 눈물로부터 사람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여섯 마토(주: B.A.P가 데뷔 때부터 사용해온 토끼 모양의 캐릭터. 멤버들을 의미함)들을 지구에 파견한다는 마토 행성 총사령관의 VCR로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또한 무대 전환 시간을 이용해 화면에 재등장한 마토 총사령관은 “B.A.P 멤버들과 세계 곳곳으로 함께 가주겠냐”고 위엄 있는 질문을 던졌으며, 하나가 된 팬들은 큰 소리로 긍정의 대답을 들려주기도 했다.
[팬 서비스]
김준수: 팬들의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 타임’. 김준수는 곤돌라를 타고 2층 객석 앞 돌출 무대까지 진출해 팬들로부터 직접 소원 신청을 받았다. 가사까지 프린트해온 팬들은 모두 그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부탁했으며, 김준수는 당황하면서도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와 뮤지컬 < 엘리자벳 >의 넘버 ‘마지막 춤’, 스티비 원더의 ‘Lately’를 짧게 선보였다. 그러나 “한 곡 더”를 외치는 팬들의 요청만큼은 “(다른 콘서트 관객들과) 공평하지 않다”는 이유로 쿨하게 웃으며 거절하고 다음 순서로 넘어갔다.
인피니트: 사인이 담긴 종이비행기. 멤버들은 ‘니가 좋다’를 부르던 중 종이비행기 수십 장을 객석으로 날렸고, 준비해둔 종이비행기가 다 소진되자 급기야 바구니를 팬들에게 선물했다. 또한 2층 객석 가까이 설치된 좁은 무대 위를 뛰어다니며 팬들과 눈을 맞추는 것은 기본, 스탠딩 관객의 휴대폰으로 ‘셀카’를 찍기도 했다. 게다가 좀처럼 쉽게 애교를 보여주지 않는 리더 성규의 “히융히융” 애교까지 보너스로 제공되었으니, 이만하면 팬 서비스의 최상급이었던 셈이다.
B.A.P: 아기자기하게 꾸민 멤버 소개 코너. B.A.P 멤버들이 한 명씩 머그샷을 촬영하는 것처럼 화면 앞에 서면, 나머지 멤버들이 각자의 관련 키워드를 설명하거나 개인기 혹은 애교를 요구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 과정에서 늘 ‘몰이’를 당하는 힘찬은 본인 차례가 아님에도 “힘찬이 팔자 주름 파여떠” 등의 애교를, 막내 젤로는 업그레이드된 귀요미 플레이어를 시전하며 많은 팬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다만 공연장의 비교적 작은 규모 때문인지, 2층 객석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장치가 준비되지 않았던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밴드]
세 팀 모두 밴드 사운드를 라이브로 구현했다. 김준수는 ‘11시 그 적당함’, ‘사랑은 눈꽃처럼’과 같은 발라드 무대에서 밴드를 통해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더욱 강조했으며, B.A.P는 브로큰 발렌타인을 초청했던 지난 2월의 콘서트처럼 밴드 POT의 라이브 연주와 함께 파워풀한 곡들을 소화했다. 한편, 인피니트는 세트리스트 전체를 라이브 밴드로 채우는 강수를 두며 ‘Can U Smile’을 록 버전으로 편곡하거나, 성규의 ‘60초’ 솔로 무대를 오케스트라와 함께 꾸미기도 했다. 보컬이 밴드 사운드보다 부각되기 위해선 더욱 큰 성량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MR 대신 밴드를 이용하는 것은 실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인피니트의 성종과 성열, B.A.P의 방용국은 개인 무대에서 직접 디제잉을 했고, 김준수는 전문 DJ의 디제잉을 무대로 옮겨놓음으로써 콘서트에 클럽의 분위기를 재현하기도 했다.
[멘트]
김준수: “오늘 한번 레전드를 만들어봅시다.” 혼자 콘서트를 이끌어야 하는 상황에서 김준수는 시종일관 여유로운 태도로 멘트를 던졌다. 공연을 “가득 폼 나게 꾸며봤”다거나, “패기 넘치는 무대”를 만들겠다는 발언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분위기를 장악한 것이다. 이를 통해 김준수는 자신이 단순히 노래와 퍼포먼스를 하는 게 아니라, 콘서트 전체를 책임지고 이끌어나가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인피니트: “내일 콘서트 오시는 분?”(성규) “저요!”(호야) “당신은 와야 하잖아요.”(성규) 무대 사이사이 멘트를 하는 동안 가장 도드라진 것은 예능을 주로 담당하고 있는 멤버들의 활약이었다. 심하게 신난 동우를 가리키며 “저희 콘서트에 처음 오신 분들께 알려드립니다. 절대로 동우 씨는 취한 게 아닙니다. 원래 이래요.”라던 성규, 두 번째 싱글 앨범 수록곡 ‘엄마’를 부른 후 “나중에는 ‘할머니’나 ‘증조할머니’라는 노래도 부르겠다”고 선언하던 호야의 깨알 같은 ‘드립’은 그 어떤 예능프로그램보다 관객들을 웃게 만들었다.
B.A.P: (밴드 POT의 뜻을 설명하며) “‘POT’이 그릇이라는 뜻이잖아요. 저희가 ‘밥(B.A.P)’이니까 저희를 담아주신다는 뜻에서 밴드 이름은 ‘그릇’인 거죠.”(영재) 비교적 말수가 적은 멤버들로 구성된 팀의 특성상, 책임지고 멘트를 이끌어가는 사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영재는 끊임없이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멤버들을 놀리고 팬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등 제법 유능한 진행자로서의 면모를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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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어템]
김준수: ‘이 노래 웃기지’의 라이브. 김준수 본인도 “10년 동안 활동하며 이렇게 저 자신을 버릴 수 있는 무대는 처음”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는 자신의 실제 에피소드를 녹여낸 이 노래를 부르며 마음껏 노는 무대를 꾸몄고, VCR에는 해당 일화를 그려낸 만화가 등장하기도 했다. < 엘리자벳 >의 ‘샤토드’도, 발라드를 부르거나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김준수도 아닌, 그야말로 음악에 맞춰 신나게 뛰어다니는 그를 볼 수 있는 자리란 분명 흔하지 않은 것이다.
인피니트: 네 번째 미니 앨범 수록곡 ‘불편한 진실’의 뮤직비디오. 오직 콘서트에서만 공개된 이 영상 속에는 섹시한 여성을 두고 은근히 기 싸움을 벌이거나, 엉큼한 마음을 품는 멤버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때문에 일부 팬들은 수위가 높다는 이유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어쩐지 멤버들의 연기에서 진정성이 묻어 나오는 것 같았지만, 그저 나이에 맞는 캐릭터를 연기한 덕분이라고 생각하기로 하자.
B.A.P: 종업과 젤로의 ‘Never give up’. 지난 2011년 젤로와 방용국의 유닛으로 선보였던 ‘Never give up’은 각각 댄스와 랩 담당인 종업과 젤로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재탄생했다. 이는 평소 수줍음이 많아 전면에 잘 나서지 않는 막내 라인 두 멤버의 숨겨진 끼를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는 순서였다. 게다가 10대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가사에 걸맞게 의상은 교복이었으니, 두 사람의 무대가 왜 레어템이었는지에 대한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수트]
수트는 남자 아이돌의 콘서트에서 반드시 등장하는 의상이다. 스타일에 따라 멋지고, 고급스러우며, 섹시한 분위기마저 연출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김준수는 번쩍번쩍 빛나는 블랙 수트와 핫 핑크 컬러의 수트 등 주로 화려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의상을 착용했으며, 인피니트는 약간의 디테일이 가미된 화이트 수트를 입었다. B.A.P 역시 블랙 수트에 하얀색 타이를 매고 춤을 추며 팬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앵콜]
김준수: 앵콜에 대한 관록이 돋보이는 대처. 김준수는 관객들이 “앵콜”을 외치자 다음날이 월요일이기 때문에 (팬들의) 부모님이 기다리신다고 말하며 마지막 곡을 준비했다. 눈물이나 아쉬움을 내비치는 대신, 웃으며 공연을 마무리하는 그만의 노하우인 셈이다. 하지만 엔딩 곡은 이별에 아파하는 남자의 마음을 담은 ‘미안’이었다.
인피니트: 지난해 열린 < 그해 여름 > 콘서트 때부터 정해진 멤버들과 팬들 사이의 약속. 마지막 곡이 끝난 후 정말로 콘서트가 종료된 것처럼 공연장 내 불이 켜졌지만, 팬들은 포기하지 않고 ‘돌아와 돌아와 다시 돌아와’를 외쳤다. 몇 분이 지나고 멤버들은 무대로 돌아왔고, 앵콜곡은 당연히 그들의 데뷔곡 ‘다시 돌아와’였다.
B.A.P: 응원 도구인 호루라기까지 동원된 앵콜 무대에서 멤버들이 서로에게 쓴 손 편지가 VCR로 공개됐다. 미국 주요 4개 도시와 아시아 4개국에서 퍼시픽 투어를 진행하며 쌓아온 멤버들 사이의 끈끈한 연대감을 팬들 앞에서 증명하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총평];
김준수: 김준수는 콘서트에 특화된 가수다. JYJ로, 그리고 XIA로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수백 번의 공연을 진행한 경험이 있는 그는, 혼자서도 무대를 채우고 관객을 집중시키는 방법을 터득한 듯 보인다. 최선을 다해 노래와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음악을 즐기는 모습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팬들과의 정서적 스킨십을 늘리려고 노력한다. 넓은 공연장, 수많은 관객이라는 부분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인 것이다.
인피니트: 이번 < ONE GREAT STEP > 서울 콘서트는 월드 투어의 첫발이었다. 그래서 소소한 볼거리를 다수 제공했던 지난 콘서트 < 그해 여름 >과 달리, 화려한 세트와 독특한 콘셉트의 VCR 등을 통해 공연을 최대한 힘 있게 끌고 나가려 했다. 특히, 명확한 메시지를 전하는 VCR은 전 세계의 팬들에게 인피니트의 캐릭터를 쉽게 인식시킬 수 있는 장치이기도 했다. 규모는 더 커졌고, 되돌릴 수 없는 도전은 시작됐다. 지금껏 잘해왔던 것에 더 보여주고 싶은 것을 더한 인피니트의 첫 발걸음은 일단 성공적으로 보인다.
B.A.P: 인피니트와는 반대로, 퍼시픽 투어를 끝내고 돌아온 후 개최한 앵콜 콘서트였다. 좀 더 탄탄해진 라이브 실력과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제외하면, 이들은 여전히 데뷔 초의 콘셉트와 자잘한 아이디어들로 팬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콘서트를 처음 방문한 관객들에게는 B.A.P라는 브랜드를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오래전부터 그들을 지켜봐온 팬들에게는 좀 더 깊은 소속감과 애정을 심어주려 한 것이다. 데뷔한 지 약 1년 반 만에 퍼시픽 투어까지 진행할 수 있었던 아이돌의 비밀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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