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판사' 속 다크히어로의 물음표 향방

'악마판사' 속 다크히어로의 물음표 향방

한수진 ize 기자
2021.07.15 13:51
지성, 사진제공=tvN
지성, 사진제공=tvN

최근 안방극장에 등장하는 히어로의 얼굴은 어딘가 좀 어둡다. 일명 '다크 히어로'라 불리며 전형성을 비튼 영웅들이 난세에 무자비하게 주먹을 휘두른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들의 정의구현 방식이다.

'경이로운 소문', '모범택시', '빈센조' 등 다크 히어로를 앞세운 최근 작품들은 지극히 현실적인 배경에 그렇지 않은 주인공의 얼굴로 많은 인기를 모았다. 최근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적 사건들을 건드리며 공감을 이끄면서도, 이를 응징하는 히어로의 모습은 법과 질서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사적 복수'를 행한다.

최근 방영된 tvN '악마판사'(극본 문유석, 연출 최정규)도 다크 히어로의 활약을 줄기 삼는다. 하지만 배경도, 주인공의 얼굴도 이전 드라마들과는 좀 다른 구석이 있다. 일단 배경부터가 가상의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이다. 이 가상의 대한민국에는 국민시범재판이라는 인기 법정 쇼가 있다. 국민이 라이브 영상으로 재판을 보며 배심원으로 참여하고, 그 선택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다. 강요한(지성)은 이 법정 쇼의 재판장이다. 재벌, 고위 공직자의 눈치 보지 않고 금고 235년에 태형 30대를 선고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자다.

지성, 사진제공=tvN
지성, 사진제공=tvN

강요한은 '악마판사'라는 제목처럼 악마와 같은 사악함도 지닌 가면을 쓴 다크 히어로다. 사람들은 그를 '천사'라 칭송하지만, 진짜 그의 얼굴은 모든 인간을 혐오하는 결핍된 인간이다. 하지만 재판장에 서있는 요한은 있는 자들을 통쾌하게 단죄하는 악의 응징자로써 보는 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인물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다크 히어로들이 나오는 드라마는 정의에 대한 이유를 다룬다. 정의가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 또 선한 방법으로 대응했을 때 그게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물음을 던진다. 이러한 물음을 던지는 사회적 문제들을 사적인 복수 개념으로 다크 히어로가 해결했을 때 카타르시스를 주는 거다. 이번 '악마판사'도 유사한 구조로 되어 있다. 다크 히어로가 많이 등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법 정의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대중 정서가 반영된 거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악마판사'의 문유석 작가는 실제 판사 출신이다. 현직 시절 몸소 느꼈던 부조리들을 강요한이라는 캐릭터로 대변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가상의 세계지만 등장하는 배경은 현실의 대한민국과 크게 다르지 않고, 국민 정서를 반영하는 과정도 같다. 영화 '베트맨'의 배경 고담시와도 분위기가 겹쳐진다. 현실에는 없지만, 현실과 닿을 법하다.

지성, 사진제공=tvN
지성, 사진제공=tvN

시각적으로도 현실을 반영하면서 보다 거대한 디스토피아적 가상 공간으로 시선을 끈다. 이 안에서 공간의 양극화도 뚜렷하게 보여준다. 권력층의 화려한 파티 현장과 굶주린 이들의 길거리 장면을 교차해 보여주는 지점이 그렇다. 다만 장면 마다의 화려함에 집중하다보니 전체적인 연결성은 매끄럽지 않게 느껴진다. 특히 화려한 공간에 잡혀먹지 않기 위해 캐릭터들도 동적으로 그려지는데, 이 역시 인물들의 내러티브가 산만하다는 느낌을 들게 해 아쉽다. 다르고자 하는 시도는 많지만, 깊이 공감하긴 어렵다.

이러한 부분을 차지하더라도 '악마판사'는 산만함을 이긴 소재의 참신함으로 시청률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혼외자라는 출생의 비밀에 화재 사건으로 형을 잃었던 요한의 전사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드라마틱한 전개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허나 다크 히어로물이 사랑 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대리만족이다. 악마의 얼굴을 한 요한이 앞으로 어떻게 대중적 공감을 이끌어낼지 궁금한 대목이다.

정덕현 평론가는 "주 배경인 라이브 법정쇼에서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건을 쓰지만 실제 법정에서는 할 수 없는 판결을 내린다. 여기에서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인기를 유인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강요한이라는 캐릭터가 두 갈래로 나뉘어 있다. 공과 사적인 틀이다. 요한이 어릴 때 겪은 화재 사건으로 공과 사적인 복수 두 가지 길로 흘러가고 있어서 조금은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나 싶다. 산만한 느낌이 있다. 이 두 가지가 한 가지로 엮일때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사회적책임 재단이 이를 엮을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지 않나 싶다. 그게 제대로 엮이지 않는다면 조금 몰입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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