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리서 걸어오는 배우 문상민을 보자마자 '연예인 할 얼굴은 따로 있다'는 말을 실감했다. 190cm이나 되는 훤칠한 키에 손바닥 안에 다 들어올 것 같은 작은 얼굴, 오목조목 예쁘게 자기주장을 펼치고 있는 눈, 코, 입까지 '잘생겼다'는 탄성을 절로 부르는 외모의 소유자였다. 본격적인 대화를 나누고보니 마음새는 얼굴보다도 고왔다. 타인을 대하는 시선엔 사려가 담겼고, 건네는 말투는 처지거나 격양되지 않은 그 중간의 듣기 좋은 억양으로 정연하게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았다. 외모, 인성, 언변까지 두루 갖춘 그를 보고 있자니 또 하나의 '대박 라이징 스타'가 탄생했음을 느꼈다.
문상민은 올해 최고의 라이징 스타다. 수많은 작품에서 조금씩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끝에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슈룹'(극본 박바라, 연출 김형식)의 성남대군 역으로 마침내 제 존재감을 꽃피웠다. '슈룹'은 마지막회 시청률 16.9%를 기록하며 방송 내내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 세자가 병으로 숨지면서 왕자들 간의 왕위 쟁탈전을 그렸다. 문상민은 극중 중전 화령(김혜수)의 차남 성남대군을 연기하며 대중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성남대군은 선왕의 상 중에 복중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유년 시절 부모 형제와 떨어져 궐 밖에서 자란 불운한 왕자다. 마땅히 있어야 곳에 자리하지 못하며 홀로 외로움의 시간을 견뎌왔고, 궐 밖에서 홀로 자란 탓에 반항적인 성향이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백성과 함께 자랐기에 누구보다도 민생을 잘 아는, 그리고 헤아림이 깊은 인물이다. 겉은 차갑지만 속은 누구보다도 따뜻한 왕자. 문상민은 그런 성남대군의 다단한 면모를 서서히 제 것으로 흡수하며 극 안에 커다란 감동을 불어넣었다.
"성남대군은 희생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좀 짠할 때도 있었어요. 할머니에게 목숨을 위협받고, 상중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어린 시절 부모 형제와도 떨어져 지냈잖아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죠. 행동에 있어서도 본인보다 항상 동생들이 먼저고요. 책임에 대한 의무감이 짙어요. 믿고 의지할 건 세자인 형 하나였는데 형이 세상을 등지면서 기댈 이마저 없어지잖아요. 그래서 이 친구가 초반에 참 짠했어요. 어린 나이인데 참 많은 걸 짊어지고 있구나 싶었죠. 세자 경합에 뛰어든 것도 처음에 형과의 약속 때문이었고요. 나로 행동하는 캐릭터라기보다는 남을 위해 행동하는 인물이었죠."

그가 말한 것처럼 이타심으로 점철된 성남대군은 말보다는 행동과 눈빛이 앞서는 인물이었다. 때문에 제 감정을 입으로 뱉기보다 눈빛으로 표현해야 했다. 눈빛만으로 캐릭터의 심리와 상황을 이해시킨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상황에 따라 미세한 경계를 갖고 다른 느낌을 내야 했기 때문에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었을 테다. 문상민은 이러한 지점을 혼자서가 아닌 현장에 있던 감독, 동료배우들과 분주한 대화를 통해 파고들었다. 눈빛에 진심을 실어넣기 위해 누구보다도 치열하고 부단하게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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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초반에 대사가 많이 없었어요. 대신 눈빛으로 상황을 설명해야하는 신이 많았죠. 그래서 눈빛 연기에 대해 너무 고민하다보니까 의식적으로 연기하려고 하는 제 자신을 발견했죠. 그때 감독께서 오히려 연기하려고 애쓸수록 캐릭터와 동떨어져보일 수 있다고 조언을 해주시더라고요. 성남대군이 이 상황에 어떻게 놓여져 있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잘 세운다면 자연스럽게 눈빛이 나올 거라고 말해주셨어요.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를 하며 캐릭터를 잡아가다 보니 세자가 되고 나서부터는 많이 풀어졌어요."
'슈룹'은 성남대군이 우여곡절을 겪고 세자 자리를 차지한 과정에서의 성장이 주 핵심인 작품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사극에 처음 도전하고, 많은 깨달음과 배움을 얻은 문상민의 현실 성장도 작품을 이해하고 역할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극에서 성남대군이 지닌 무게를 함께 짊어지며 부담이 아닌 책임감으로 성장하고 나아갔다.
"성남대군 성장과 저의 성장이 비례했어요. 성남대군은 형의 죽음 이후로 가족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나아가잖아요. 그 달려가는 모습과 실제의 제가 비슷했던 게 저는 성남대군으로서 '슈룹'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어요. 승마 , 칼싸움 등 신체적으로 계속 요구되는 게 많았고 연습도 많이 해야 했는데 그럴 때마다 계속 이 같은 생각을 불어 넣었어요. 김혜수 선배님 다음으로 비중이 크다보니까 제가 무너지면 드라마에도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큰 책임감을 느꼈죠. 그런데 나중에 이 의지 덕분에 과정이 힘들지가 않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 말타는 것도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위험한 신들도 힘들지 않았어요. 겁이 없어지면서 제가 성남대군이라는 인물 자체가 되어 나아가고 있더군요."

극중 모자지간으로 호흡을 맞춘 김혜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이번 '슈룹'을 함께 촬영하며 김혜수가 롤모델이 됐을 만큼 많은 의지와 힘이 되어줬다며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성남대군이라는 캐릭터를 가장 많이 함께 구축해주신 분이었어요. 연기적인 가르침보다는 화령과 성남대군이 맞붙는 신에서 서로 대화를 통해 어떤 감정인지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성남대군이 지금 화령이에게 어떤 반응을 얻고 싶은지, 어떤 이해를 받고 싶은지 같은 것들이요. 제가 생각한 성남대군을 많이 존중해주셨어요. 선배님과 함께 했던 모든 순간이 다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선배님의 눈빛만 보고 있어도 몰입이 됐고 굉장한 에너지를 받았어요. 그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죠. 또 현장에서 스태프나 배우들을 챙기시는 모습을 보면서 더 믿고 따를 수 있었어요."
문상민에게 '슈룹'은 연기에 대한 사랑을 꽃피울 수 있도록 한 작품임과 동시에 배움의 터전이었다. 주연이라는 무게가 주어진 만큼 역할에 책임지는 법을 배웠고, 이와 동시에 주변을 둘러볼 줄 아는 시야를 넓히는 계기도 됐다. 늘 자신의 것만 해내기에 급급했던 과거를 지나,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현장 인원의 모든 노고를 헤아리며 같은 목표를 향해 교감할 수 있도록 한 성장을 안겼다.
"작품은 같이 만들어가는 거잖아요. 그 부분에 있어서 많은 분들과 어떻게 하면 긍정적인 작업을 이뤄낼 수 있을까에 대한 태도를 배웠어요. 자연스럽게 김혜수 선배님이 하시는 걸 보고 배울 수 있었어요. 그래서 다른 작품을 촬영하게 돼도 지금 이 기억을 갖고 행동할 것 같아요. 연기적으로도 현장에서 조금 더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항상 제 연기만 생각하고 딱딱한 느낌으로 촬영에 들어갔다면 이제는 상대역에 따라서 연기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과, 상대방의 대사에 귀를 기울이면서 더 그 상황에 녹아들 수 있게 됐어요. 현장에서 함께 호흡을 한다는 것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던 현장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