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톡스 후 빨간맛 투하로 재미 끌어올린 '핀란드 셋방살이'

디톡스 후 빨간맛 투하로 재미 끌어올린 '핀란드 셋방살이'

조성경(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12.24 10:43
사진=방송 영상 캡처
사진=방송 영상 캡처

청정 자연도 좋고, 디지털 디톡스도 좋다. 내 안의 온갖 물리적·정신적 독소를 빼내며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그런데 얼마 못 가 다 아는 맛, 빨간 맛이 오감을 깨운다. tvN ‘핀란드 셋방살이’(이세영 PD)가 딱 그러는 중이다.

‘핀란드 셋방살이’는 배우 이제훈, 이동휘, 곽동연, 차은우 등 한국의 시티 보이들이 핀란드에서도 깡촌인 라플란드의 대자연에서 셋방살이를 하며 펼치는 여행기다. 네 명 모두 평소 도시를 벗어나 자연과 어우러진 색다른 환경을 맛보고 싶었다지만 막상 라플란드에 도착하고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세상의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라플란드는 인터넷은 물론 전기도 없다. 물도 직접 길어야 하고, 화장실도 너무 자연친화적이다. 평소 자연인을 꿈꿨다던 곽동연도 흠칫할 정도니 사십 평생 가족과 떨어져 살아본 적도, 요리를 해본 적도 없어 사실상 생활력 제로의 이제훈을 비롯해 여행도 도시로만 다닌다는 예민한 도시형 인간 이동휘는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설이 열악하다고 하기에는 화면으로만 봐도 너무나 깨끗하고 목가적인 핀란드의 풍경은 불평불만을 쏙 들어가게 만든다. 안방팬들도 눈을 정화해 주는 대자연을 느끼며 찬찬히 네 남자의 디톡스 여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삶에 찌든 내게 잠시나마 선사하는 힐링 타임이라는 명목에서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
사진=방송 영상 캡처

그래도 명색이 예능인데, 너무 잔잔하다. 첫 방송에서는 뭔가 확실한 재미 포인트를 찾지 못해 채널이 돌아가려는 유혹을 뿌리치는 게 쉽지 않았다. 천혜의 자연과 디지털 디톡스가 좋은 건 알겠는데, 슴슴해도 너무 슴슴했다. 밍밍한 속이 뭔가 진정되지 않는 듯한 기분은 출연진이나 시청자나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프로그램의 심심한 간을 채울 수 있는 캐릭터 플레이를 하기엔 아직 출연진 간 케미스트리도 잘 안 느껴지는 터였다. 그동안 예능 나들이가 가장 활발했던 차은우가 ‘짱구력’을 높이며 예능감을 발휘해도 광활한 대자연을 담은 화면에서는 힘에 부쳤다.

이럴 때 마음을 누그러트려 주는 건 역시 소울푸드다. 한국인의 속을 따뜻하게 눌러주는 한국의 맛이다. 2~3회에서 곽동연과 차은우 등이 저녁상을 차리며 선보인 메뉴가 출연진 네 명은 물론 안방팬들의 속까지 풀어주며 본격적으로 ‘핀란드 셋방살이’에 빠져들게 한 것이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
사진=방송 영상 캡처

매번 낚시에 실패해 마땅한 저녁거리가 없는 게 오히려 다행이었던 걸지도 모른다. 첫 저녁이었던 곽동연표 감자 수제비에 이어 이튿날 저녁엔 차은우표 제육볶음까지. 모두를 흡족하게 한 식사(준비)시간이 그간 너무 슴슴했던 방송에 진정한 재미 한 스푼을 첨가하는 것이 됐다.

모두가 아는 맛, 게다가 빨간 맛까지 더해지며 그간 밍밍했던 ‘핀란드 셋방살이’에 한 끗을 만들어줬다. 핀란드까지 가서 또 한국음식이어야 할까 싶지만, 아는 맛이 주는 편안함은 몰입도를 급상승시키는 예능 치트키라는 사실을 이번 ‘핀란드 셋방살이’를 통해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이제훈이 대실패한 스크램블 에그는 웃음을 폭발하게 하는 MSG 역할을 톡톡히 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디톡스를 강행하던 화면 안팎의 모두가 갑자기 소금 폭탄을 투하한 이제훈표 스크램블 에그 덕분에 강렬하게 짠 웃음을 터뜨릴 수 있었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
사진=방송 영상 캡처

먹방 혹은 음식 예능이 팬들의 구미를 자극하며 성공 사례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핀란드 셋방살이’가 작전을 잘 짠 것으로 보인다. 심심한 디톡스로 밀어냈다가 재미있는 아는 맛으로 확 끌어당기는 밀당이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먹히는 중이다.

새로운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배우로서가 아니라 예능 출연진으로서 이제훈, 이동휘, 곽동연, 차은우가 핀란드에서 어떤 활약으로 새로운 매력어필을 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것이다.

음식이라는 소재로 프로그램 몰입도를 높이는 데 성공한 제작진이 이제는 각 출연진의 매력을 발굴하는 데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연기천재 이제훈, 얼굴천재 차은우 등 ‘핀란드 셋방살이’가 아니어도 모두가 아는 수식어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수식어를 달아줄 수 있는 ‘핀란드 셋방살이’가 펼쳐지길 기대하게 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