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비'의 최 실장 역 김의성 인터뷰.

분명 대본에 따른 연기인데, '이거 진짜 아냐?'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늘 그랬듯이 몰입도 높은 연기를 뽐낸다. '로비'에서 웃음과 탄식, 그리고 그 끝에 감탄을 자아내는 연기를 펼친 김의성에게 푹 빠진다.
김의성은 영화 '로비'(감독 하정우)로 관객들과 만남을 앞두고 있다. '로비'는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이 4조 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시작하는 이야기. 4월 2일 개봉.
김의성은 극 중 창욱이 로비를 하는 정치권 실세 최 실장 역을 맡았다. 최 실장은 창욱의 로비 골프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골퍼 진세빈(강해림)에게 해서는 안 될 언행을 쏟아내는, 시쳇말로 '개저씨'다. 음흉하고, 알고 보면 추잡한 이해하면 안 될 비호감 아저씨다.
김의성이 연기했기 때문일까. 비호감 완성판이 된 최 실장이다. "이렇게만 안 하면 돼"라고 알려주는 듯하다. 그래도 김의성의 코믹 연기는 웃음을 유발하는 호감이다.
'로비' 개봉에 앞서 '개저씨'로 거센 입소문 타게 될 김의성을 아이즈(IZE)가 만났다.

-개봉을 앞둔 소감은 어떤가.
▶요즘 영화계가 만들어지는 영화도 적고, 출연 기회도 많지 않다. 제게 모든 영화가 소중하지만 가뭄의 단비같이 촬영해서 기쁘다. 이 영화의 사랑스러운 부분들, 관객들이 많은 부분을 공감해줬으면 좋겠다.
-배우 하정우가 감독으로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출연 제안,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가. 감독이 하정우라 다른 시선으로 보지는 않았는가.
▶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봐주세요'가 아니었다. '연기해주세요'로 받았다. 걱정되고 혼란스러운 게 있었다. '이런 코미디를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었다.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고사도 했다.
-고사했던 작품에 출연을 했다. 마음을 바꾸게 된 이유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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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계속 고사했다. 그런데 계속해서 '해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떻게든 해야할 이유를 찾기 위해 대본을 봤다. '하정우식 코미디'를 의식하지 않고, '하정우의 영화'라는 부담을 떨친다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정우와는 좋은 인연으로 지내온 사이다. 힘들게 영화를 하게 됐는데, 어떤 식으로든 돕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웃긴데 비호감인 최 실장이다. 캐릭터 연기는 어떻게 완성해 갔는가.
▶ 인물의 폭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좋은 점도 존재하고, 한편으로는 한없이 내려가는 인물이다. 그래서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제 안에도 그게 다 있다. 그걸 드러내느냐 않느냐의 차이다. 사람이 다 가지고 있는 거다. 그렇다면, 내 안에 있는 거를 어떻게 이용할까 했다. 각 장면에서 , 고민을 많이 했다. 인물 자체가 비호감, 호감을 떠나서 매력이 있었다. 그냥 인물이 가지고 있는 설정 폭 자체가 좋았다. 일에서는 꽤 공정하게 평생을 공무원으로 커리어를 쌓은 사람이고,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나 비극적인 결함이 있었다. 누군가를 너무나 사랑한 죄인거고, 혼자만 갖고 있었던 사랑하는, 혹은 애정하는 존재가 실제로 눈앞에 나타났을 때, 이 사람이 빠지게 되면서 혼란과 인격적 결함이 조금씩 드러난다.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자신의 최약, 최악의 부분이 드러나는 과정들이 재미있었다.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서 멋있게 보이려 하고, 그러면 그럴수록 이 사람은 쓰레기로 보이게 되니까, 좋았다. 그런데, 그 결과물이 생각보다 더 심각한 결과물이어서 놀라기도 했다.

-최 실장의 비호감 연기에 대해선 어떤 생각인가.
▶ (최 실장을) 제가 현장 모니터만 봐도 너무 싫었다. '아, 이게 정말'이라는 게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 경계하는 마음도 들었다. 제가 일상에서 아무리 멋있고, 귀엽게 보이더라도 이럴(비호감) 수 있겠다 싶다. 담담하게 담백하게, 깨끗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친구(50대 또래. 기성세대)들도 이 영화를 보고 반면교사로 삼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택도 없는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개봉 후, 관객들이 최 실장을 보며 어떤 평가를 해줬으면 하는가.
▶ '많이 반성했다'고 하면 좋겠다. 그리고 한쪽에서 '저 아저씨 너무 싫다'는 반응도 괜찮은 것 같다.

-연기는 코믹했다. 코미디 장르에 대한 욕심도 있는가.
▶ 저는 자신이 없다. 어렵다. 진짜 좋은 코미디를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제가 코미디를 하지 않아도 상황이 만들어진 거라 할 수 있었다. 송강호 같은 배우들을 보면 코미디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한다. 저는 그런 재능이 없다. 이번에는 숟가락으로 떠서 먹여준 거다. 제가 잘했다면, 타이밍이나 서로 주고 받는거나 곁가지를 고민하는 것보다 인물에 집중해서 한 게 잘 맞아 떨어진게 아닌가 싶다.
-앞서 언론시사회 때 감독 겸 주연 하정우가 급성 충수돌기염으로 수술을 했다. 홍보 일정, 인터뷰 등 예정된 일정을 일부 진행하지 못하게 됐다. 수술 후 하정우와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가.
▶ 수술 잘 됐냐고, 경과가 어떠냐고 물어봤더니 '보안상'이라고 농담하더라. (하정우가) 인터뷰나 GV 등 홍보 활동을 못하는 거에 대해 갑갑하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의사 권유를 뿌리치고 (병원에서) 도망쳐 나와서 뭐라도 하겠다고 하더라. 아마 꽤 오래전부터 아팠는데 참은 것 같다. 참는다고 될 일이 아닌데.
-현장에서 하정우 감독의 열정은 어떻게 봤는가.
▶ 하 감독은 덤덤하게 했던 것 같다. 워낙 대범한 스타일이다. 자신이 원하는 상이 정확하게 있었다. 그래서 배우들은 재미있게 열심히 작업했다고 생각한다.
-배우 김의성은 악역으로 인기가 많다. 욕을 먹을 수록 인기 높아지는 배우인데, 악역에 대한 딜레마도 있을 것 같다. 선역은 언제 즘 하게 될까.
▶ 작품을 대하는 배우 입장에서 보면, 저같은 조연배우 입장에서는 이상적인 역할은 악역이지 않을까 싶다. 저만의 악역관일 수 있는데, 재미있다. 캐릭터를 준비하고 연기할 때, 이 사람(캐릭터)이 욕망이 없으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뭘 이뤄내고 싶다든지, 욕망이 동기가 돼서 행동까지 해야한다. 배우가 액팅하는 거다. 욕망이 있고 움직이는 게 좋다. 악역이 주인공을 방해하고, 그에게 영향을 미치고, 스토리에 영향을 미치면 재미가 크다. 한편으로는 드라마 '모범택시' 같은 거(선역)를 해보면 악역을 해도 얻지 못한 것을 시청자들이 줍니다. 사람들이 응원을 한다. 그 응원이 얼마나 달콤한지. 저는 그런 응원은 '모범택시'가 계속 만들어지면 충분히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굳이 악역을 선택한다는 것보다는 악역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하게 된다.
-영화 '로비'는 김의성에게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 모든 작품이 다 소중하다. 이 작품은 오랜만에 한 영화다. 저한테 길고 넓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다. 정말 행복하게 촬영한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저라는 배우한테 요구하는 존재감은 (예전과) 똑같지만, 분량은 줄어드는 시기를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제게 충분히 인물(캐릭터)을 빌드업 할 수 있는 시간을 준 작품이다. 인물을 충분히 풀어나갈 수 있었던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사진=(주)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