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는 건 다 해요"…1년에 6작품 한 강하늘, 쉼없이 달린 이유 [인터뷰]

"시키는 건 다 해요"…1년에 6작품 한 강하늘, 쉼없이 달린 이유 [인터뷰]

한수진 기자
2025.10.28 09:19
강하늘 / 사진=쇼박스
강하늘 / 사진=쇼박스

배우 강하늘이 올해 마지막으로 관객과 만나는 작품은 영화 '퍼스트 라이드'(감독 남대중)다. 영화 '스트리밍' '야당' '84제곱미터', 시리즈 '오징어 게임', '당신의 맛'까지 쉼 없이 달려온 그는 무려 여섯 개의 작품으로 한 해를 채우며 '월간 강하늘'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올해 삼청동 오는 거 끝이라는 걸 실감했다"는 강하늘은 최근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퍼스트 라이드' 인터뷰 자리에서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3~4년간 찍어온 작품들이 올해 연이어 공개되며 "이제 2~3년은 조용히 살 것 같다"고 말한 그는, 특유의 유쾌한 어조 속에서 잠시의 여유와 홀가분함을 내비쳤다.

코미디 장르인 '퍼스트 라이드'는 강하늘이 배우로서 다시 한번 본연의 즐거움을 만끽한 작품이다. 남대중 감독과는 영화 '30일' 이후 두 번째 호흡으로, 그는 "감독님이 좋아서, 대본이 더 좋아서 했다"고 출연 이유를 설명했다.

"'퍼스트 라이드' 대본을 읽는데 상황이 기발하고 상상력이 넘쳤어요. 읽는 내내 제 머리도 같이 도는 느낌이었죠. '이건 꼭 해봐야겠다’ 싶었어요. 원래 해외 촬영지는 이비자 섬이었지만 제작 여건상 태국으로 바뀌었어요. 그러면서 오히려 예상 못 한 시퀀스들이 더 재밌고 생생해졌죠. '퍼스트 라이드'는 기발한 상상 속에서도 현실적인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예요."

강하늘 / 사진=쇼박스
강하늘 / 사진=쇼박스

'퍼스트 라이드'에서 강하늘이 연기한 인물은 '끝을 보는 남자' 태정이다. 고등학교 시절 하루 네 시간만 자며 전교 1등과 수능 만점을 거머쥔 그는, 세월이 흘러 국회의원 보좌관이 된 후에도 일에 매달리는 워커홀릭으로 살아간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는 허당에 가깝고, 자신보다 타인을 챙기는 인물이다. 강하늘은 이 인물의 모순된 면을 살리기 위해 설정 단계부터 감독과 세밀하게 조율했다.

"태정은 완벽해지려는 사람이지만 친구들 앞에선 이상하게 허술해져요. 그게 인간적이더라고요. 마지막 공항 장면도 원래는 옥심(한선화)을 그냥 바라보는 설정이었는데, 저는 '태정이라면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걱정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직접 제안해 대사를 바꿨는데 감독님도 그게 훨씬 태정답다고 하셨어요."

강하늘은 이번 작품에서 배우 간의 합을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그는 김영광, 강영석, 차은우, 한선화 등 배우들과 함께 매 장면마다 의견을 나누며 톤과 리듬을 맞춰갔다.

"함께한 배우들이 정말 좋아서 촬영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어요. 매 신마다 다 같이 모여 회의하고, 장난치고, 아이디어를 냈죠. 그런 과정이 영화 속 케미스트리로 그대로 살아났다고 생각해요. 특히 김영광 형, 영석이, 선화 씨가 다 캐릭터가 뚜렷하다 보니 저는 중재자 역할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각자의 톤을 살리면서도 중심을 잡는 게 제 몫이었죠."

강하늘 / 사진=쇼박스
강하늘 / 사진=쇼박스

특히 고등학생 시절부터 30대까지 시간이 교차해 담긴 영화인 만큼 강하늘은 세월의 흐름을 디테일하게 표현하기 위해 교복을 입는 순간부터 톤 조절에 신경을 썼다. 그는 학창 시절 장면에서는 메이크업으로 어려 보이게 연출했고, 현재 시점에서는 완전히 노메이크업으로 촬영해 나이의 결을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촬영 전에 대본만 읽었을 땐 학창 시절이라고만 돼 있어서 별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막상 교복을 입고 보니까 느낌이 확 다르더라고요. 혼자 봤을 때는 괜찮았는데 영광이 형이랑 영석이를 보니까 음, 좀 다르더라고요(웃음). 그래도 메이크업으로 톤을 달리 주면서 10대와 30대의 질감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려 했어요. 교복 신에서는 메이크업을 하고, 30대 장면은 완전히 노메이크업으로 갔죠."

태국 로케이션 촬영에 대해서 솔직한 속내도 털어놨다. 그는 "한 달 동안 태국에서 촬영했는데 나는 사실 '집돌이'다. 집을 너무 좋아한다. 집에서 고정적으로 누워있는 소파 자리가 있다. 그래서 태국 촬영할 때 소파가 너무 보고 싶었다. 집에서 맥주 한 캔 마시던 게 그립더라. 그래도 촬영장 분위기가 좋아서 버틸 수 있었다. 모두가 즐겁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영화의 중심 주제 중 하나인 '다음에'라는 말에 대해서도 강하늘은 깊은 공감을 드러냈다. 작품 속 친구들이 미뤄왔던 약속을 현실로 옮기며 진짜 우정을 확인하듯, 그는 스스로에게도 익숙한 말이었다고 했다. "다음에 보자" "다음에 밥 먹자"라는 인사가 어느새 습관처럼 굳어진 현실 속에서 강하늘은 그 말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다음에'라는 말을 정말 자주 해요. 그게 순간을 무마할 수 있는 편한 말이잖아요. 그렇다고 이제 그 말을 안 써야겠다는 건 아니에요. 다만 영화 찍고 나서 한 번쯤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강하늘 / 사진=쇼박스
강하늘 / 사진=쇼박스

강하늘은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금 "즐겁게 일한다"는 원점을 확인했다고 했다. 작품의 장르나 규모보다 함께하는 현장의 에너지에 끌려 선택해 온 그의 태도는 여전하다. "연기자는 누군가 찾아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직업"이라는 그의 말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며 매 순간을 진심으로 대했다. 그에게 '열일'의 원동력은 욕심이 아닌 감사였다.

"저를 찾아주시는 분이 계시니까 그냥 하는 거예요. 누군가 찾아주지 않으면 저는 다른 일을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찾아주시면 최선을 다할 따름이에요. 왜 저를 찾아주시는지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편안한 느낌,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해 주시는 것 같아요. 시키는 건 다 하거든요. 그런 점을 좋게 봐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스스로를 "천의 얼굴이 아닌 배우"라고 낮춘 강하늘은, 자신의 연기 철학을 명확히 정의했다. 그는 "할 수 있는 얼굴이 있고, 할 수 없는 얼굴이 있다"며 억지로 변신하려 하기보다 자신이 가진 결을 더 정교하게 다듬는 데 집중한다고 했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연구하고, 표현의 깊이를 확장하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완벽한 변신보다 진정한 성장에 방점이 찍혀 있다.

"저는 천의 얼굴이 아니에요. 그래서 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어요. 그걸 명확히 구분하려 해요. 못하는 걸 억지로 붙잡기보다 제가 할 수 있는 걸 더 잘하기 위해 집중해요. 잘하는 걸 더 잘하기 위해 쏟아붓는 열정만으로도 부족하거든요. 세상에 배우가 이렇게 많은데 각자만의 결이 있잖아요. 그 결을 지키면서 조금씩 더 섬세해지고 싶어요."

한편, '퍼스트 라이드'는 오는 2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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