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베테랑3'로 진짜 빌런 도전…부담보다 설레요" [인터뷰]

이준호 "'베테랑3'로 진짜 빌런 도전…부담보다 설레요" [인터뷰]

한수진 기자
2025.12.04 10:49
이준호 / 사진=O3 Collective
이준호 / 사진=O3 Collective

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를 끝낸 이준호가 또 하나의 대표작을 남겼다. 하루아침에 부도 직전 회사를 떠안은 청년 사장 강태풍을 연기하며 한계 없는 감정 스펙트럼과 진정성 있는 연기력으로 드라마의 중심을 단단히 지켜냈다. 오렌지족 청춘에서 위기에 맞서는 리더로 성장하는 과정은 서사적 설득력을 갖췄고, 시대의 공기까지 고스란히 되살리며 모든 세대의 공감을 끌어냈다. 종영 직후 만난 이준호는 작품과 캐릭터에 쏟은 애정을 묵직하게 품고 있었다.

"준비 기간부터 촬영까지 1년 남짓한 시간이었는데 그동안 애정을 정말 많이 쏟았어요. 제가 보여줄 수 있는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돼서 정말 즐거웠고, 태풍을 만나서 정말 행복했던 한 해였어요. 처음 대본을 봤을 때 1부 엔딩 신에서 큰 임팩트를 느꼈고, 그 장면을 보고 '반드시 이 작품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촬영 과정의 매 순간이 의미 있었던 만큼 태풍이라는 인물을 떠나보내기 아쉽습니다."

강태풍이라는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그가 놓치지 않으려 한 핵심은 솔직함이었다. 계산보다 감각이 빠르고, 감정은 흐르면 그대로 흘려보내는 인물. 숨김없이 사람을 믿고, 결국 사람 때문에 다시 일어서는 캐릭터의 본질을 살려야 한다고 봤다. 이준호는 '태풍상사' 속 연대감, 동료애, 낭만을 작품의 정서적 핵심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태풍은 화날 때 화내고 슬플 때 울고 기쁠 때 환하게 웃는 사람이에요. 그런 솔직함이 시청자에게도 '이 친구를 응원하고 싶다'는 마음을 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촬영하면서 '이런 사람이 우리 회사에 있었으면 좋겠다' '형이나 사수나 사장님이 이런 분이면 좋겠다' 생각을 많이 했죠. 촬영이 끝났는데도 '태풍상사' 직원분들과 자주 연락해요. 최소한 그분들에게는 버팀목 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준호 / 사진=O3 Collective
이준호 / 사진=O3 Collective

시청자들 사이에서 회자된 화내는 연기 역시 큰 반응을 얻었다. 그는 순간의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연기했다며 오히려 캐릭터가 자신을 자유롭게 풀어준 작품이었다고 말한다. 당시 촬영하며 부모 세대의 IMF 경험을 떠올렸던 날들을 회상하며, 작품이 배우로서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많은 질문을 던졌다고 고백했다.

"화내는 연기를 좋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태풍을 연기하면서 머릿속의 계산이 많이 줄었어요, 감정대로 가보자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겼거든요. IMF 시절을 직접 경험하진 않았지만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많이 돌아보게 됐어요. 그 시대의 힘은 옆 사람과 서로를 붙잡던 정이었던 것 같아요. 태풍이처럼 살기 쉽진 않겠지만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건 정말 공감합니다."

강태풍의 서사에서 반복되는 악역 플롯에 대한 아쉬움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하지만 배우로서는 제작진의 의미를 이해하고 믿고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OTT 트렌드 속에서 8부·10부 편성이 늘어난 가운데, 긴 호흡의 16부작이 주는 감정 깊이를 다시 경험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빌런이 주인공을 방해하는 당위성이 다소 약하다고 느낄 수 있었을 거예요. 제작사가 고민 끝에 내린 선택이고 배우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 개인적으로는 긴 호흡의 드라마가 다시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긴 시간 동안 캐릭터와 함께 사랑하고 응원하는 시간이 시청자에게 힐링 포인트가 된다고 생각해요. 16부작의 힘이 분명 있다고 믿습니다."

이준호 / 사진=O3 Collective
이준호 / 사진=O3 Collective

연기에 대한 부담감은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늘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는 압박보다 감정의 해석과 전달에 대한 성취를 원한다는 방향으로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작품을 통해 조금씩 여유를 배워가며 자신이 더 유연해지고 있음을 체감한다고 했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땐 작품에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버둥거렸고, 지금은 감정이 확실히 와닿아야 한다는 마음이 커요. 13부에서 혼자 술 마시는 신이 있는데 눈물 신이 아니었지만 아버지를 떠올리다가 의도치 않게 감정이 터졌어요.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조금씩 여유가 생기고 생각이 유연해지는 걸 느껴요. 그래서 다음 작품도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태풍상사'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의 작품인지 묻자 그는 "나를 가볍게 만들어준 작품"이라는 표현을 꺼냈다. 계산을 내려놓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던 경험, 좋은 현장의 힘, 동료들과의 관계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고 말했다.

"'진짜 강태풍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감사했어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좋은 현장이었기에 아직도 촬영장이 그립고 떠나보내기 어려워요. '태풍상사'는 한 꺼풀 저를 가볍게 만들어준 작품이에요. 생각 없이 연기했다는 의미는 아니고 감정을 오롯이 받아들인 작품이었어요. 상황이 맞아떨어진 면도 있지만 정말 솔직하게 이 작품을 받아들였고, 그래서 저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더라고요. 태풍이라는 인물이 가진 성격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이준호 / 사진=O3 Collective
이준호 / 사진=O3 Collective

2025년은 이준호에게 작품적인 성취와 개인적인 변화가 동시에 겹친 시기였다. 오랜 소속사를 떠나 독립했고, 새로운 출발과 책임을 체감한 한 해였으며, 연기자로서도 한층 성장한 시간을 보냈다. 과거보다 가족과 관계, 사랑과 건강을 더 중요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생겼다고도 털어놨다. 촬영을 이어가며 작품 속 태풍의 서사가 자신의 삶과 맞물리는 순간이 많아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공명한 작품으로 남았다는 고백도 이어졌다.

"올해는 저한테 정말 태풍 같은 한 해였어요. 새출발도 있었고 정말 많은 감정을 겪었고, 가족과 관계와 사랑, 건강이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태풍상사'를 촬영하면서 제 이야기와 닮은 부분이 많다고 느껴져서 더 유난히 마음이 갔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정말 태풍 같은 한 해였다고 말하고 싶어요."

차기작에 대한 질문을 묻자 그는 의미심장하게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를 곧 촬영 예정"이라고 답했다. 영화 '베테랑3'에서 첫 악역으로 변신하는 그는 배우로서 또 다른 변곡점을 예고한다.

"겹치지 않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서 늘 새로운 걸 갈망했어요. '김과장'이 찻 악역이었는데 중간에 캐릭터가 착해졌어요. 완전히 나쁜놈이라고 생각했다가 착해져서 개인적으로 아쉬움을 느끼긴 했어요. '베테랑3'로 진짜 빌런을 도전하게 되다 보니 부담을 느끼기보다 오히려 설레요. 처음 연기를 도전했을 때처럼요. 이 캐릭터를 재밌게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새로움의 갈증이 늘 있는데 타이밍에 맞게 악역을 연기하게 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류승완 감독님도 워낙 좋아해서 재밌게 도전할 수 있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준호 / 사진=O3 Collective
이준호 / 사진=O3 Collective

이준호가 바라는 배우로서 미래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필모그래피의 누적이나 성적보다 작품 선택만으로도 '보고 싶다'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배우, 신뢰감으로 이어지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흥행의 압박이 없을 수는 없지만 숫자보다 작품 그 자체의 의미를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믿고 보는 배우가 되는 게 큰 목표예요. 제가 작품을 한다고 했을 때 자세한 정보 없이도 사람들이 궁금하니까 본다고 말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언젠가 그 궁금증도 더 크게 만들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 또 다른 목표죠."

'태풍상사'의 여운을 끝내기도 전에 그는 또 다른 작품으로 대중을 찾는다. 주연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캐셔로'가 오는 26일 공개를 앞둔 것. 그런 만큼 2025년은 그에게 쉬어갈 틈 없는 열기의 한 해가 될 전망이다. '태풍상사'의 강태풍이라는 인물로 진심을 대중에게 뜨겁게 각인시켰다면, 이제 대중이 눈을 돌릴 곳은 앞으로의 이준호다. 뜨거운 2025년을 향해 다시 한 번 질주를 시작하는 배우의 다음 페이지는 어떨지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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