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범한 과거, 예측 불가 연애, 불량남녀에게도 순애보는 있다. 넷플릭스가 다시 도파민이 흘러넘치는 ‘괴작’을 들고 왔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일본 리얼리티 예능 ‘불량연애(Badly in Love)’가 소재와 출연진 등 선정성으로 연일 화제다. 공개 이후 일본 넷플릭스 순위 1위에 오른 화제의 콘텐츠는 국내 넷플릭스 국내 순위 3위,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출연진의 면면이 일단 여느 연애 프로그램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비교적 고(高)스펙을 자랑하는 선남선녀들이 등장하는 국내 기존 연애 리얼리티와 달리 ‘불량연애’의 출연자들은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21살부터 30살의 남녀 11명으로 이뤄진 출연진은 전직 폭주족, 조직폭력배(야쿠자), 비행청소년의 화려한(?) 과거를 지녔다. 현직 유흥업소 접대부인 남녀, 성인업소 댄서 등 직업도 현재도 만만치 않다. “소년원에는 언제 갔냐”는 질문이 오갈 만큼 방황하는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은 보는 이를 압도하는 개성넘치는 비주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남자 출연자 첫번째와 두번째로 등장한 이들은 인사를 나누기도 전 싸움부터 하는 식이다.

최근 일본은 젊은 세대가 결혼은 물론 연애조차 하지 않는 것이 사회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미혼남녀들은 경제적 불안과 만남의 기회 감소로 ‘결혼 의향’을 보류하거나 포기하는 경향이 늘었다고 보고됐다. 결혼은 늦어지고, 연애는 피곤해졌으며, 만남 자체가 부담이 된 시대적 분위기 속에 ‘불량연애’는 스펙도, 과거도, 성격도 한 번쯤 문제였던 남녀들의 로맨스를 그린다. 거칠고 불량스러운 이들이 보여주는 건 의외로 서툰 진심과 유치한 질투다. 거창한 결혼 담론 대신 감정이 먼저 튀어나오고, 계산보다 본능이 앞선다. ‘불량연애’는 연애를 포기한 청춘 남녀에게 ‘좀 더 솔직하게 감정을 따르라’라고 말하는 듯 하다.
내로라 하는 이력에 거칠 것 없이 폭주하는 인생을 살아온 11명이 모였으니 잠잠할 리 만무하다. 학교 교실로 꾸며진 공간에서 2주간의 합숙을 하는 동안 크고 작은 이벤트가 끊이지 않는다. 첫째 폭력금지, 둘째 기물파손금지 그리고 협박금지 등 온통 ‘금지’인 교실 급훈 아래 모였지만 야쿠자 출신의 래퍼 ‘얀보’가 불법약물 복용 관련 발언으로 가장 먼저 퇴학을 당한다. 여성 전학생이 댄스쇼 중 물을 뿌린 것이 불쾌하다는 이유로 첫 대면에서 전학생에게 얼음물을 끼얹은 베이비 역시 폭력으로 퇴학 위기를 겪는다. 자신이 마음에 둔 여자와 데이트를 가는 남성과 멱살잡이를 하기도 하고, 남자 하나를 사이 둔 여성 출연자들의 기 싸움도 살벌 그 자체다. 매일 달라지는 여성 출연자들의 화려한 메이크업과 의상, 크고 작은 문신들을 드러낸 사우나 데이트, 숨 쉬듯 등장하는 흡연 장면과 음주는 15세 관람 등급에 의문을 갖게 한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불량연애’는 리얼리티 연애임에도 불구하고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품게 한다. 다분히 ‘대본’, ‘제작진의 연출’이 가미된 듯한 설정은 양아치, 조폭 출신임에도 순정은 있다는 이들의 수줍고 솔직한 연애에 몰입할 수 없게 만드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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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연애 앞에서는 모두 초보처럼 뚝딱거리고, 술집 접대부로 일하는 여자는 ‘사랑받고 싶다’며 남자에게 매달리며 눈물을 흘린다. “여자는 얼굴”이라고 대놓고 말하던 남자는 감정 앞에서 허둥대고, 고백 성공률 100%라던 남자 역시 선택받지 못해 당황한다. 센 언행과 외모에서 풍기는 선입견과 달리 달리 감정 표현은 서툴고, 사랑 앞에서는 다들 급격히 인간미가 올라간다.

이 프로그램에는 흔한 데이트 미션이나 달달한 브금이 거의 없다. 대신 말다툼, 자존심 싸움, 감정 폭주가 수시로 터진다. 실제로 초반에는 고성이 오가고 경호원이 등장하는 장면까지 나오며 ‘연애보다 안전’이 걱정되기도 한다. 정제되지 않은 감정이 불쑥불쏙 튀어나오며 연애 프로그램 특유의 설렘보다는 긴장감이라는 색다른 관전 재미를 제공한다.
애정전선도 예측불가다. 좋아하는 사람과 연애를 하면 다른 여자들은 돌로 보인다던 남자는 뒤돌아서자마자 다른 여성에게 플러팅을 하고, 커플 당첨으로 보이던 이들은 ‘다른 사람이 좋아졌다’며 마음을 바꾸기 일쑤다. 누가 누구를 선택할지, 감정선이 어디로 튈지 전혀 계산되지 않는, 불안정하고 거친 로맨스, 이것이 ‘불량연애’의 낯선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