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올해 데뷔 35주년이라고요? 연기 사랑해서 여기까지 왔죠" [인터뷰]

전도연 "올해 데뷔 35주년이라고요? 연기 사랑해서 여기까지 왔죠" [인터뷰]

한수진 기자
2025.12.18 10:47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자백의 대가'는 전도연과 김고은이 주연을 맡은 미스터리 스릴러로, 자백이라는 증거를 의심의 출발점으로 삼아 두 여성의 서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전도연은 안윤수 역을 맡아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인물을 연기했으며, 특히 모성애를 단선적으로 강조하지 않는 접근을 통해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했다. 촬영 현장에서는 김고은과의 호흡이 인상적이었으며, 전도연은 이 작품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의미 있는 지점에 놓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전도연 / 사진=넷플릭스
전도연 /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자백의 대가'는 자백이라는 가장 확실해 보이는 증거를 의심의 출발점으로 삼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남편 살해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된 안윤수(전도연)와 마녀라 불리는 모은(김고은)이 자백을 거래하며 끝없는 의심과 긴장을 만들어낸다.

전도연은 이 작품에서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단순히 구분할 수 없는 인물 안윤수를 연기했다. 밝아 보이지만 속내를 가늠할 수 없는 윤수의 얼굴은 시청자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전도연은 이 모호함 자체가 윤수의 핵심 정서였다고 설명했다.

"윤수는 사람들한테 자유분방하고 의식하지 않고 사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어릴 때부터 고아로 자라면서 가족에 대한 집착이 있었을 거라고 봤고요. 좋은 아내이자 엄마인지에 대한 확신도 없는 상태에서, 오히려 내 가정에 집착하는 인물이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밝아 보이는 얼굴 뒤에 결핍과 욕망이 동시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그 어두운 이면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어요."

전도연은 안윤수를 선하거나 악한 인물로 규정하는 시선 자체를 경계했다. 그는 "윤수는 일반적이지 않아 보이지만 오히려 굉장히 보편적인 인물이라고 봤다. 미술 선생님이 왜 저럴까, 남편이 죽었는데 왜 저렇게 행동할까 싶지만, 그 상황에 놓인 윤수로서는 자신만의 방법을 택한 거다. 특별해서가 아니라 너무 평범해서 그런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윤수를 선한 인물로도, 악한 인물로도 보지 않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전도연 / 사진=넷플릭스
전도연 / 사진=넷플릭스

극 초반 안윤수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으로 시청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전도연은 이 낯섦을 의도적으로 설계하기보다는, 인물을 현실적으로 이해하려 애썼다고 말했다. 윤수의 행동에는 자기중심적인 삶의 태도와 현실감각의 결핍이 스며 있다. 아이가 짜장 라면을 먹고 싶다고 했을 때 라면이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하는 장면처럼, 사소한 순간들이 인물의 본질을 드러낸다. 이러한 디테일이 윤수를 더욱 입체적인 인물로 만든다.

"초반에 윤수가 미스터리하게 보일 때, 저도 '왜 이 여자는 이럴까'를 계속 생각했어요. 연기하면서도 끊임없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를 고민했죠. 제 눈에는 윤수가 조금 현실적이지 못한 사람이었어요. 아이가 짜장 라면을 먹고 싶다고 하는데 찾지 못하는 모습에서 자기중심적으로 살아온 인물이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그런 결핍이 윤수의 행동을 설명해 준다고 생각했어요."

'자백의 대가'는 범인을 추적하는 구조를 취하지만, 전도연이 주목한 지점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는 이 작품의 중심을 두 여자의 서사로 봤다. 안윤수와 모은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디까지 연대하는지가 이야기의 핵심이라는 판단이었다. 특히 모성애를 단선적으로 강조하지 않으려는 접근은 인물 해석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 전도연은 윤수의 선택이 하나의 이유로 환원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이야기는 범인을 찾는 재미도 분명히 있지만, 제가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두 여자의 서사였어요. 윤수가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이유를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고 봤어요. 결백을 밝히고 싶다는 마음, 남편을 죽인 진범을 찾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모성애까지 여러 감정이 섞여 있죠. 모성애는 기본적으로 내재한 거라 굳이 강조하고 싶지 않았어요."

촬영 현장 밖에서는 전도연 역시 시청자와 다르지 않은 시선으로 이야기를 따라갔다. 범인을 추리하는 재미 또한 즐겼다는 그는 의외의 인물을 지목했다. 바로 안윤수의 변호사 장정구(진선규)다. 지나치게 친절한 태도가 오히려 의심을 불러일으켰다고. 그는 "장정구 변호사가 범인 아닐지 생각했다. 너무 밑도 끝도 없이 친절하더라(웃음). 그래서 '저 사람 뭔가 있다' 싶었다"고 웃어 보였다.

전도연 / 사진=넷플릭스
전도연 / 사진=넷플릭스

김고은과는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이후 10년 만의 재회였다. 전도연은 이번 작품에서 김고은의 성장을 현장에서 체감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직접 맞붙는 장면은 많지 않지만, 호송차 안에서의 몸싸움 신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전도연은 오히려 자신보다 김고은이 더 적극적으로 현장을 이끌어줬다고 털어놨다. 그 관계성 역시 작품 속 두 인물의 긴장과 연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호송차에서 몸싸움하는 신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손이 묶인 상태라 혹시 다칠까 봐 걱정이 많았죠. 제가 몸치라 생각보다 힘들었는데, 고은이가 다치지 않게 주도적으로 리드해 줘서 고마웠어요. 10년 동안 정말 많은 작품을 하면서 좋은 배우로 성장했잖아요. 제가 소극적일 때 오히려 고은이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줘서 든든했어요. 함께 가는 연기가 부담도 덜 하고 편했어요."

전도연에게 '자백의 대가'는 필모그래피 안에서도 의미 있는 지점에 놓인 작품이다. 함께 작업하고 싶었던 배우, 이정효 감독과의 만남 자체가 이미 충분한 이유였다. 그는 "이 작품은 만남만으로도 의미가 컸다. 김고은 배우도 그렇고 감독님도 그렇다. 이들과 함께했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넘친 작품"이라고 말했다.

데뷔 35주년을 맞았다는 사실을 전하자 전도연은 잠시 당황한 듯 웃음을 보였다. 스스로도 그 시간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숫자로 쌓인 연차보다 지금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태도는 그가 오랫동안 지켜온 연기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올해가 35주년인 줄 몰랐어요(웃음). 저는 늘 오늘을 살고 있어서 시간이 그렇게 많이 지났다는 걸 잘 모르겠어요. 초심을 지킨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은데, 처음 대본을 받고 연기를 시작했을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지점만은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일을 오래 할 수 있던 건 거창한 철학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연기에 대한 사랑이죠. 이 일을 사랑해요. 연기할 때가 가장 자유롭고 가장 저다운 시간이에요. 앞으로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작품을 계속해 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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