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이찬혁이 '제23회 한국대중음악상(한대음)'에서 3관왕을 거머쥐었다. 그의 실험적인 시도가 돋보인 앨범 'EROS'와 '멸종위기사랑'이 평단과 대중의 고른 지지를 얻은 결과다. 하지만 온라인상의 축하 물결 뒤에는 묘한 기류가 흐른다. 이찬혁의 수상을 축하하는 목소리만큼이나 "여전히 힙합이 패배했다"라는 식의 반응이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본디 한대음은 장르의 우열을 가리는 경연장이 아니다. 각 장르가 이뤄낸 음악적 성취를 축하하는 자리다. 시상식에 걸맞은 건전한 논의라면 수상이나 노미네이트 여부의 적절성을 따지는 것이 맞다. 그런데 유독 이찬혁의 수상에는, 그를 향한 축하만큼이나 이 자리에 없는 사람들을 향한 맹목적인 비난이 짙게 깔려 있다.
이 모든 소동의 불씨가 된 "어느새부터 힙합은 안 멋져"라는 가사는, 그가 '쇼미더머니 10' 무대에서 부른 지 어느새 5년이나 지난 이야기다. 당시에도 장르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던진 쓴소리였고, 5년이 흐른 지금 이찬혁은 그 단계를 지나 '사랑'을 논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대중은 여전히 5년 전의 파편적인 문구만을 끌어와 하나의 밈(Meme)이자 힙합 장르를 공격하는 무기로 휘두르는 중이다.
최근 앨범 발매 과정에서 이찬혁을 향한 디스로 노이즈 마케팅을 시도했던 래퍼 저스디스에 대한 조롱은 물론, 힙합이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혐오로까지 번지는 현상은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저스디스나 다른 래퍼들이 보여준 행보가 실제로 멋이 있었느냐 없었느냐의 사실관계와는 별개로 말이다.
여기서 한 가지 아이러니한 지점이 발생한다. 정작 이찬혁이 이번 시상식에서 인정받은 앨범 'EROS'는 제목 그대로 '사랑'을 치열하게 논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비록 곡 '멸종위기 사랑' 속에 약간의 자조적인 시각이 녹아 있을지언정, 타이틀곡 '비비드라라러브'가 꿈꾸는 이상적인 사랑이 지배하는 '빛나는 세상'은 오지 않더라도, 그것을 갈구하는 마음 자체는 결코 빛을 잃지 않는다고 그는 노래한다.
세상이 늘 그렇듯, 누군가를 미워하기 위해 명분을 찾는 이들은 모든 현상을 혐오의 수단으로 활용하곤 한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멋있는지 아닌지는 논외의 문제다. 힙합이 멋있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축하받아야 할 자리에서조차 타인을 향한 조롱을 멈추지 못하는 태도야말로 진짜 '멋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축하의 따뜻한 온기가 아닌 타인을 깎아내리는 조롱의 쾌감을 더 소비하는 태도. 어쩌면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 '사랑'이 멸종위기에 처한 또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타인을 포용하고 이해해야 하는 사랑은 어렵고 고되지만, 누군가를 조롱하고 선을 긋는 혐오는 너무나 쉽고 명쾌하기 때문이다. 이찬혁이 던진 '사랑'이라는 화두 가운데에서 조롱이 난무하는 현실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