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설렘 폭발하며 도파민 촉진하는, '유미의 세포들' 시즌3,

공감과 설렘을 선사해온 티빙의 스테디셀러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이 새로운 사랑과 돌아왔다.
지난 13일 시즌3를 시작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극본 송재정, 연출 이상엽)이 또 다시 안방팬들의 연애세포를 자극하고 있다. 수많은 세포들의 상호작용을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하며 두 남녀 주인공의 감정회로를 시청자들에게 이해시키는 방식이 이제는 좀 식상해질 법도 한데, 재미는 여전하다. 아니, 오히려 새로운 로맨스에 대한 기대감이 수직상승하며 세포들의 열일에 환호성이 터지고 있다.
‘유미의 세포들’ 시즌1(2021)과 시즌2(2022)는 유미의 감정 성장사였다. 시즌1 구웅(안보현)과의 관계는 설렘과 불안, 자존감 회복의 과정을 통해 사랑이 한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줬다면, 시즌2 유바비(박진영)와의 서사는 선택과 균열의 과정을 통해 사랑이 언제나 안전하지만은 않다는 좀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했다. 이 두 시즌을 거치며 유미는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다시 말해 ‘유미의 세포들’ 시즌1, 2는 ‘유미는 왜 사랑하는가’에 대한 변주였다.

새로운 시즌에 돌입한 ‘유미의 세포들’에서는 이 질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모습이다. 시즌3 출발점에 선 유미가 이미 다른 인물이기 때문이다. 유미는 사랑과 이별을 거듭하며 성숙했고, 작가로도 이름을 알리며 커리어 면에서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면서 감정의 기복도 줄어든 상태다. 그런 유미에게 사랑은 감정의 영역에만이 있는 게 아니라 태도의 영역에 자리 잡은 게 됐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유미가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 다시 사랑을 선택할지가 시즌3의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세포들의 활동성 역시 이전보다 훨씬 잦아든 유미 앞에 등장한 인물은 연하남 신순록(김재원)이다. 물론, 순록과의 관계는 ‘혐관에서 로맨스로’ 이어지는 로맨틱 코미디의 익숙한 구조를 따른다. 하지만 그 안에서 드러나는 유미의 태도는 이전과 확연히 구분된다. 선을 긋는 순록에게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그의 매력에 반응하고, 마침내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뒤늦게 생일 쿠폰을 보내고, 심야영화 관람에 함께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진짜 감정이 생기기 전이지만 감정의 시작을 인지하고 그 다음 행동을 선택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김주호(최다니엘)라는 변수까지 더해지며 관계는 예상 밖의 긴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당장은 주호가 눈치 없이 보내는 추파가 유미와 순록을 가로막는 방해로 보였다. 그런데 지난 21일 방영한 4회 엔딩에서 순록이 유미를 감싸기 위해 태도를 바꾸는 계기로 작용하며 눈길을 끌었다. 영화를 같이 보고 싶다고 말한 유미에게 혼자가 편하다고 선을 그었던 순록이 주호의 찝적거림으로부터 유미를 보호하기 위해 유미와 함께 영화를 보기로 결정을 번복한 것. 앞으로도 주호가 유미와 순록의 거리를 좁히는 촉매제로 큰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이어진다.

이렇게 유미-순록-주호로 연결된 불편한 삼각구도로 시즌3의 관심을 끌고 있는 ‘유미의 세포들’은 역시나 세포라는 장치가 여전히 가장 큰 매력이다. 사랑세포, 이성세포, 작가세포, 출출이 등 다양한 세포들이 유미의 내면을 대신 설명하며 감정과 행동 사이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만들고 있다. 요즘 MBTI로 타인을 단순화해 이해하려는 모습들이라면, 이 드라마는 훨씬 더 세밀하면서도 말초적인 방식으로 한 사람의 선택을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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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서사를 현실로 끌어오는 중심에는 믿고 보는 배우 김고은의 연기가 있다. 세포들의 반응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유미라는 캐릭터는 자칫 과장되거나 단편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김고은은 그 사이의 미묘한 결을 정확히 짚어낸다. 눈치와 감정 사이를 오가는 특유의 공감 연기는 상큼하면서도 생활감이 살아 있다. 그 덕분에 유미의 선택 하나하나가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또렷하게 전달된다. 특히 스크린에서 카리스마를 발산하던 배우가 안방극장에서는 이토록 귀엽고 공감 가능한 인물로 전환된다는 점은 김고은이라는 배우가 지닌 폭넓은 스펙트럼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신순록을 연기하는 라이징스타 김재원 역시 주목할 만하다. 훤칠한 키와 넓은 어깨로 ‘문짝남’이라는 수식어를 앞세우며 청춘의 매력을 빛내는 김재원은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기보다 눌러 담는 방식으로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다. 당황하는 기색을 애써 숨기는 건조한 태도, 그 안에 스며 있는 사회초년생 특유의 싱그러움과 일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자연스럽게 겹쳐지고 있다. 겉은 차분하지만 머릿속은 늘 분주하게 돌아가는 인물의 상태를 신순록의 세포들과 유기적으로 맞물리게 표현하며 은근한 웃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렇듯 사랑스럽고 믿음직한 김고은과 풋풋하면서도 듬직한 김재원이라는 쌍두마차가 이끄는 ‘유미의 세포들’ 시즌3가 도달하려는 지점은 로맨스라는 사실이 분명하다. 다만, 이번 시즌의 로맨스는 단순한 설렘의 반복이 아니라 한층 성숙해진 선택의 기록에 가까울 것이리라는 짐작을 할 수 있다. 나아가 그 선택의 순간마다 다시 살아 움직이는 세포들이 여전히 유미가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는 존재임을 증명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미의 세포들’ 시즌3가 팬들의 궁금증을 모으는 이유다. 사랑을 겪고 성숙한 사람이 다시 사랑을 선택하는 방식. 그 과정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그려낼지에 대한 기대가 지금 ‘유미의 세포들3’를 계속 보게 만드는 큰 동력이 되고 있다.
조성경(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