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드래곤’과 ‘왕좌의 게임’ 그 사이

용도 없고 왕도 없다. 웨스테로스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중 가장 인간적이고 유머러스한 모험담이다.
‘하우스 오브 드래곤’과 ‘왕좌의 게임’ 그 사이, 거대한 서사의 중간을 잇는 ‘세븐킹덤의 기사’가 인간미 넘치는 웨스테로스를 그려냈다.
‘왕좌의 게임’ 원작자 조지 R. R. 마틴의 중편 소설 '덩크와 에그 이야기'. '얼음과 불의 노래'를 바탕으로 한 쿠팡플레이의 '세븐 킹덤의 기사(A Knight of the Seven Kingdoms)'는 장엄한 이 판타지의 세계관 속에서 잠시 머리를 식혀주는 막간극같은 HBO의 신작.
작품은 '왕좌의 게임’의 배경 약 100년 전을 그린다. 타르가르옌 왕조가 철왕좌를 지배하던 시기, ‘왕좌의 게임’ 시즌 내내 전설처럼 등장하는 ‘키 큰 던컨 경’의 모험을 담고 있다. 웅장한 ‘왕좌의 인트로 음악과 함께 포문을 열며 두 세계관의 연결을 암시하는 ‘세븐킹덤의 기사’. 그러나 곧 떠돌이 기사 ‘덩크’(피터 클라피)의 야외 배변 장면으로 바뀌며 ‘왕좌의 게임’과 다른 결을 지녔음을 선언한다.

폭력적이고 가난한 떠돌이 기사 ‘페니트리의 알란 경’의 종자로 살아온 덩크. 스승이 죽자 남겨진 그의 칼과 말들을 지니고 애쉬포드에서 열리는 마상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여관을 찾은 덩크는 머리카락을 모두 밀어버린 소년 ‘에그’(덱스터 솔 안셀)를 만나게 된다. 당차고 영리한 에그는 자신을 종자로 삼아달라 조르고, 덩크는 거듭된 거절에도 자신을 따라붙는 에그를 종자로 받아들인다.
애쉬포드에 도착해 마상대회 참가신청을 하려는 덩크는 누추하고 촌스러운 그를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시선과 함께 그가 기사라는 것을 입증할 보증인을 세워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돈과 말, 종자와 갑옷도 필요하다는 것을. 어렵게 스승인 알란을 기억하는 왕위 계승자 1위 바엘로르..타르가르엔 왕세자를 만나 가까스로 대회참가 자격을 얻는다. 말을 팔아 갑옷과 방패를 준비하고, 첫눈에 반한 연극단의 여배우 ‘탄셀’에게 자신만의 고유한 문장을 그려달라 부탁하며 출전을 준비한다.
그러나 바엘로르 왕세자의 동생 마에카르의 둘째 아들 아에리온에게 탄셀이 폭행을 당하자 이를 구하기 위해 달려들고, 사형을 당할 위기에 빠진다. 이에 결투 재판을 신청하지만, 교활한 아에리온은 오랜 관습인 일곱 재판을 제안한다. 일곱재판의 규율에 따라 자신의 결백을 믿고 함께 싸워줄 6명의 기사를 구해야 하는 덩크. 함께 싸울 기사를 구해지 못해도, 결투에서 패배해도 그는 죽임을 당하게 된다.

수위 높은 ‘왕좌의 게임’과 달리 ‘세븐킹덤의 기사’는 익숙한 중세시대극의 외형에 떠돌이 기사의 모험담을 유머러스하게 그린다. 거인이라 불릴 만큼 커다란 덩치에 어리숙하고 순진한 ‘덩크’가 기사의 길로 들어서며 이 세계관 속 많은 인물들을 만나고 성장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왕좌의 게임'과 '하우스 오브 드래곤'과 연결돼 있지만, 역사의 중심에서 약간 비껴있는, 왕족이 아닌 평민들의 시선으로 웨스테로스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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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195cm의 장신인 피터 클라피가 덩크 역을 맡아 이름없는 떠돌이 기사에서 진정한 기사도를 갖춰가는 주인공을 연기, 원작과 높은 싱크로율을 선보인다. 덩크와 짝을 이뤄 험난한 모험에 나서는 소년 ‘에그’는 후반부 큰 반전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편, 시즌2를 예고하는 강력한 캐릭터다. 신분과 나이를 넘어선 우정과 신의가 덩크와 에그의 관계를 통해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매력적이고 인간적인 캐릭터를 통해 드래곤과 전쟁, 살육과 비극 없이도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특정 가문이나 특정 사건이 아니라도 ‘왕좌의 게임’ 세계관 자체가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의미를 지닌다. 덩크와 에그는 애쉬포드에서 점술사의 예언을 듣는다. 그녀는 덩크를 향해 “라니스터보다 부자가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에그에게는 “너는 왕이 되고 불에 타 죽을 것이며 너의 죽음을 모두가 기뻐하리라”라고 예언한다. 그저 어린 꼬마라고 생각하는 덩크는 “그냥 하는 소리”라며 웃어 넘기지만, 에그의 얼굴은 사색이 된다. 훗날 대너리스의 직계 증조할아버지 격인 에그가 칠왕국을 호령하는 강력한 군주로 등극할 것을 암시한 ‘세븐킹덤의 기사’는 시즌2를 일찌감치 확정지은 상태다.
정명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