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웨인 존슨의 잘못된 활용법...캐서린 라가아이아는 합격점

디즈니 대표 애니메이션 ‘모아나’가 실사 영화로 출항했다. 2016년 1편이 나온 지 꼬박 10년 만이다. ‘모아나 2’는 역대 디즈니 애니메이션 흥행 상위권에 오르며 인기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았고, 3편도 개발 중이다. 이번 실사판은 어떨까. 여름 시즌에 어울리는 해양 어드벤처 영화로, 원작에 충실하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실사 영화 ‘모아나’는 애니메이션 1편의 내용을 그대로 옮겼다. 남태평양 폴리네시아를 배경으로 가상의 섬 ‘모투누이’에서 나고 자란 족장의 딸 모아나의 모험을 그린다. 아버지의 반대로 섬을 벗어나지 못하던 모아나는 할머니의 격려를 받고 선조들이 남긴 배를 타고 먼 바다로 향한다. 여정 중에 만난 반신반인 마우이와 함께 생명의 여신 ‘테 피티’에게 심장을 돌려주기 위해 항해하던 중 여러 난관에 부딪히면서 정체성을 찾고 성장하는 이야기다.

‘모아나’ 줄거리를 이미 꿰뚫고 있다면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원작과 똑같잖아?’ 그렇다. 디테일만 조금씩 다를 뿐이지 실사 영화 ‘모아나’는 원작을 고스란히 따라간다. 어린 모아나가 바다의 부름을 받는 도입부부터 모험에서 돌아오기까지 원작 구성을 벗어나지 않는다. 모투누이 마을 사람들의 생활 모습과 항해 장면, 원작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물 표현은 실사 영화에서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코코넛족 카카모라의 등장과 전투 장면도 규모감 있게 연출해 애니메이션과 다른 묘미를 준다. 마우이의 문신이 살아 움직이는 장면 등 애니메이션 특유의 상상력을 살린 표현도 실사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원작과 다른 재미를 기대한다면 실사로만 옮겨진 것에 실망할 수 있다. 실사화되면서 폴리네시아 문화 배경과 바다 풍경은 현실감을 얻었지만, 애니메이션에서 활약한 동물 캐릭터들은 매력을 잃었다. ‘모아나’의 마스코트가 된 엉뚱한 수탉 ‘헤이헤이’나 빌런인 코코넛 게 ‘타마토아’는 실사 영화에선 캐릭터성보다 실제에 가까운 생김새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특히 보물에 집착하는 타마토아의 노래 ‘Shiny’ 시퀀스가 아쉽다. 원작의 명장면 중 하나로 애니메이션에서 같은 역할을 맡았던 제메인 클레멘트가 그대로 목소리 연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사 연출은 화려한 분위기와 개성을 반감시킨다.

모아나 실사 캐릭터를 연기한 캐서린 라가아이아는 전 세계에서 지원한 3만 2000 명 이상의 오디션 참가자 가운데 최종 발탁되어 화제를 모았다. 대표곡 ‘How Far I’ll Go’를 부르는 장면을 비롯해 차분한 가창력과 연기로 모아나 캐릭터를 소화했다. 이미 관객들에게 뚜렷한 이미지가 새겨진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모아나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연기했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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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나’ 실사 영화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 우려보다 기대가 컸던 건 드웨인 존슨의 출연 소식 때문이었다. 그는 이번 영화에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원작에서 마우이 목소리 연기를 한 드웨인 존슨이 직접 마우이를 연기하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완벽할 것 같았다. 원작의 마우이 캐릭터는 드웨인 존슨의 체격과 카리스마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되었기에 실사 캐릭터와 배우의 싱크로율은 당연하지 않을까 싶었다.

기대와 반대로 실사 영화에서 만나는 마우이 캐릭터는 원작과 다르다. 애니메이션 특유의 과장된 몸짓과 표정이 실사에서는 줄어든 탓도 있고,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배우의 표현 차이도 있다. 연기 톤과 코미디 템포가 달라지면서 마우이의 매력이었던 미워할 수 없는 허영심이나 유머 감각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느낌이다. 변신 능력도 원작만큼 발랄한 재미를 주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원작의 중요한 축이었던 모아나와 마우이의 케미스트리도 약해졌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신화 속 존재와 평범한 소녀의 만남이라는 신선함이 있었다면, 실사에서는 나이 차가 있는 두 인물의 동행처럼 느껴진다. 외형과 캐릭터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한 마우이의 구현이 이번 실사 영화의 가장 큰 아쉬움이다.
디즈니 라이브 액션 시리즈뿐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하는 제작진의 고민은 원작을 따르느냐, 어느 정도 차이를 두느냐일 것이다. 원작과 같으면 차이점에 대한 지적을 받고, 설정을 바꾸면 원작의 매력을 훼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아나’의 경우는 전자에 해당한다. 원작의 감성은 충실히 옮겼지만, 실사만의 새로운 매력은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모아나를 실사 영화로 처음 접하는 관객이라면 아쉬움 없이 즐길 수 있는 모험극이지만, 원작 팬들을 설득하기에는 아쉬운 리메이크로 남는다.
정유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