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 소지섭 "20년 뒤에도 '소간지'로 불리고파" [인터뷰]

'김부장' 소지섭 "20년 뒤에도 '소간지'로 불리고파" [인터뷰]

한수진 ize 기자
2026.08.0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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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시청률 23.1%·넷플릭스 3주 연속 1위에…"몰래카메라 같아"
딸 서수민과 부성애 완성…"촬영 중 선배에서 아빠로 호칭 바뀌어"
"나이에 맞는 얼굴 오래 보여주는 배우 되고파"

배우 소지섭은 드라마 '김부장'의 흥행에 대해 감사함을 표하며 '소간지'라는 별명을 20년 뒤에도 유지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전직 북한 공작원이자 아버지인 김부장 역을 맡아 부성애가 강조된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현장에서 동료 배우 및 스태프들과 긴밀히 호흡한 소지섭은 나이에 맞는 얼굴을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배우 소지섭 / 사진=피프티원케이
배우 소지섭 / 사진=피프티원케이

배우 소지섭에게 '소간지'는 한때 외출마저 망설이게 한 무거운 별명이었다. 무엇을 입고 어떻게 행동하건 멋있어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스러워 집을 나섰다가 그대로 돌아간 날도 있었다. 하지만 20년 넘게 그 이름으로 살아온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세상에서 오직 자신만 가질 수 있는 애칭이 됐기 때문이다.

"'소간지'라는 별명에 예전에는 부담이 컸어요.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해야 할 것 같아서 나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 옷도 여러 차례 바꿔 입고 그랬죠(웃음). 지금은 정말 감사해요. 팬분들이 애정으로 붙여주신 저만의 특별한 애칭이잖아요. 앞으로 20년이 지나도 '소간지'라고 불리고 싶습니다(웃음)."

지난달 25일 종영한 SBS 금토 드라마 '김부장'은 그 별명의 의미를 새롭게 새긴 작품이다. 소지섭은 멋을 과시하는 대신 딸을 위해 자존심을 내려놓고, 필요할 때만 오랫동안 감춘 힘을 꺼내는 아버지 김부장을 연기했다. 작품은 전국 최고 시청률 23.1%로 2026년 미니시리즈 최고 기록을 세웠고 넷플릭스 비영어 TV쇼 부문에서도 3주 연속 정상을 차지했다.

소지섭은 예상 범위를 훌쩍 넘어선 흥행이 아직도 실감 나지 않는다고 했다. 첫 방송부터 높은 수치가 나오자 몰래카메라가 아닌지 의심했고, 회차를 거듭하며 20%대를 유지할 때는 오히려 어리둥절했다.

"요즘에도 이런 사랑과 시청률이 가능하구나 싶었어요. 아직 얼떨떨하고 정말 감사합니다. 액션이 먼저가 아니라 감정을 먼저 쌓고 그다음에 액션을 보여준 점을 시청자분들이 좋아해 주신 것 같아요. 제 몫이 크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최대훈, 윤경호 배우의 지분이 정말 큽니다."

배우 소지섭 / 사진=피프티원케이
배우 소지섭 / 사진=피프티원케이

소지섭이 연기한 김부장은 평범한 저축은행 직원으로 살아가지만 과거에는 코드명 66으로 불린 전설적인 북한 공작원이다. 아내의 마지막 부탁을 지키기 위해 정체를 감추고 살던 그는 딸 민지(서수민)가 납치되자 봉인해 둔 능력을 깨운다.

소지섭은 전직 요원의 화려함보다 현재를 살아가는 아버지의 생활감을 먼저 세웠다. 날렵한 몸을 만들려 체중을 과하게 줄이지 않고 현실적인 가장의 흔적을 남겼다. 대신 싸움이 시작되는 순간에는 동작을 군더더기 없이 정리해 평범함 아래 감춰진 실력을 드러냈다.

"김부장의 액션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어요. 딸을 구하기 위해 싸우는 거지 남을 죽이기 위해 싸우지 않아요. 장면들을 잘 보시면 김부장이 총을 쏠 때 상대의 다리나 팔을 겨눠요. 그래서 같은 액션이라도 감정이 먼저 보였으면 했습니다. 또 세 아빠의 액션도 다 달랐으면 해서 각자 디자인도 달리했어요. 자세히 보시면 같은 액션이 없다는 걸 아실 거예요."

부성애를 완성하는 데에는 딸 민지 역의 신예 서수민이 큰 힘이 됐다. 현장에서 처음에는 그를 선배라고 부르던 서수민의 호칭이 아부지를 거쳐 아빠로 변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도 실제 가족 같은 친밀감이 쌓였다. 특히 7회에서 김부장이 다시 붙잡히기 전 딸과 밥을 먹는 장면에서의 촬영은 소지섭에게도 감명이 컸다.

"수민이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실제 아버님이 저와 비슷한 나이라고 들었는데 어느 순간 진짜 딸처럼 다가와 줬죠. 처음에 선배라고 부르다 아빠라고 불렸을 때 어색하면서도 기분이 좋았어요. 7회를 찍을 때 수민이 쪽을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계속 고개를 돌렸어요. 처음 연기하는 친구인데 정말 잘해요. 당시 컷을 여러 번 갔는데 수민이가 감정을 잡을 때 제 옷깃을 꼭 붙들고 있더라고요. 그게 정말 귀여웠어요."

'김부장' 스틸 컷 / 사진=SBS '김부장'
'김부장' 스틸 컷 / 사진=SBS '김부장'

김부장의 든든한 동료 성한수와 박진철을 연기한 최대훈, 윤경호와의 호흡은 작품의 또 다른 동력이었다. 세 사람이 모이면 대화의 90%가 장면 이야기였다. 대본을 완벽하게 익힌 뒤 빈틈을 아이디어와 애드리브로 채웠고, 누구의 장점을 어느 순간에 꺼내야 가장 효과적인지 끊임없이 의논했다.

"두 사람은 정말 연기 천재예요. 윤경호 배우는 에너지를 몸으로 표현하고 최대훈 배우는 대사로 감정을 전달하는 힘이 커요. 저는 비교적 조용히 눈빛으로 표현하는 편이라 서로 다른 방식이 잘 맞았죠. 촬영하면서 그렇게 많이 웃어본 적이 없어요."

최종 빌런 주강찬 역의 주상욱과 벌인 마지막 대결도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하루 종일 이어진 촬영에서 주상욱은 장면에 필요한 감정을 정확히 이해한 채 몸을 아끼지 않았다. 소지섭은 "맞는 연기를 즐기는 사람처럼 더 세게 해도 된다고 하더라. 행복하게 맞더라. 정말 열심히 해줘서 고마웠다"고 웃었다.

현장에서 소지섭은 주연이자 맏형이었다. 그는 한 사람만 잘해서 작품이 완성될 수 없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체감해 왔다. 촬영을 마친 뒤 스태프와 동료 배우 약 300명에게 1g짜리 미니 골드바를 선물한 것도 같은 마음에서였다.

"예전부터 작품이 끝나면 선물을 해왔는데 '광장' 때 금을 드리니 반응이 가장 좋았어요.(웃음) 모든 스태프가 여러 현장을 다니잖아요. 나중에 '김부장'을 떠올렸을 때 좋은 기억 하나가 남았으면 했습니다. 저도 기념으로 가지고 있어요."

시즌2를 향한 마음도 활짝 열려 있다. 그는 "웹툰이 가진 세계관이 넓어서 뻗어나갈 가지가 많다"고 말했지만 중심 사건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을 거라고 바라봤다. "민지를 또 납치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웃은 그는 좋은 이야기가 마련된다면 기꺼이 김부장으로 돌아올 뜻을 밝혔다.

배우 소지섭 / 사진=피프티원케이
배우 소지섭 / 사진=피프티원케이

소지섭은 지금의 자신을 온전히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김부장'에서 날렵한 요원의 몸보다 생활감이 묻어나는 아버지의 얼굴과 체격을 택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어려 보이기보다 제 나이대로 봐주시는 게 좋아요. 지금의 모습을 연기하는 게 가장 편하고, 그래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함께 활동했던 친구들이 화면에서 잘 보이지 않을 때면 안타깝기도 하고 저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계속하게 돼요."

20년 넘게 주인공의 자리를 지킨 원동력은 정작 자신도 알지 못했다. 소지섭은 "계속 저를 찾아주시는 이유가 저도 궁금하다. 20년 넘게 주인공을 맡을 수 있었다면 분명 무언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20년 전의 '소간지'가 청춘 스타의 외모와 스타일을 가리켰다면 지금의 '소간지'는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배우를 향한 신뢰다. 소지섭은 "나이에 맞는 얼굴을 오래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시간을 지우지 않고 차곡차곡 품은 채 20년 뒤에도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것. 그것이 소지섭이 바라는 다음 '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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