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한 이미지 뒤집고 코미디 감각 폭발

배우에게 고착된 이미지는 강력한 무기인 동시에 넘어야 할 벽이 된다. 양세종에게는 차분하고 진중한 연기가 그랬다. 그윽한 눈빛과 절제된 표현으로 깊은 여운을 남기는 배우인 줄만 알았는데, 이제 보니 웃기고 귀엽기까지 하다. '오싹한 연애'로 익숙한 얼굴 뒤에 숨겨뒀던 반전을 꺼낸 양세종 이야기다.
tvN 토일 드라마 '오싹한 연애'에서 양세종이 연기하는 마강욱은 빈틈없는 검사다. 비상한 두뇌와 강한 정의감, 따뜻한 인간성까지 갖췄다. 사건 앞에서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고 불의와 마주하면 물러서는 법도 없다. 그러나 귀신 앞에선 예외다. 냉철한 판단력도 검사의 체면도 순식간에 사라진다. 남는 건 고라니 같은 비명과 활어처럼 버둥거리는 몸뿐이다.
'오싹한 연애'는 타인과 몸이 닿으면 상대에게까지 귀신을 보는 능력을 옮기는 재벌 상속녀 천여리(박은빈)와 그의 손을 잡은 뒤 영안이 열린 검사 마강욱(양세종)의 기묘한 공조와 로맨스를 그린다. 오컬트와 수사, 코미디와 로맨스를 한데 섞은 작품에서 양세종은 장르가 바뀌는 순간마다 온도를 달리하며 중심을 잡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반가운 얼굴은 코미디다. 양세종은 아기 귀신이 등에 업힌 줄 알고 혼비백산하고, 천여리를 구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비장하게 내려오면서도 어딘가 어설픈 모습으로 웃음을 만든다. 프러포즈를 하려다 반지 대신 수지침 통을 꺼내는 장면도 배를 잡게 했다.
양세종은 '오싹한 연애'에서 그동안 좀처럼 볼 수 없던 펄떡이는 안면 근육부터 침착함을 잃고 촐싹대는 몸짓까지 아낌없이 꺼내놓는다. 때문에 당사자는 더없이 심각한데 보는 사람은 웃을 수밖에 없는 유쾌한 간극이 생긴다.
이는 양세종이 그동안 쌓아온 진중한 이미지와 맞물려 더 큰 재미를 낸다. '사랑의 온도'의 다정함, '나의 나라'의 아픔, '이두나!'의 순애, '파인: 촌뜨기들'의 욕망까지 여러 감정을 진중한 결로 그려온 그가 이토록 망가진 적은 없었다.

기존의 진지함을 버린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를 코미디의 무기로 바꿨다. 마강욱이 에이스 검사의 품위를 지키려 할수록 허술함은 도드라지고, 공포를 숨기려 애쓸수록 하찮은 매력은 커진다. 익숙한 강점의 영리한 전환이다.
'마랄'이라는 별칭이 붙은 것도 이 예상을 깨는 코믹 활약이 그만큼 강렬했기 때문이다. 다만 웃음은 양세종이 새롭게 발견한 얼굴의 절반에 불과하다. 웃기기 위해 내려놓을 줄 알면서도 감정의 중심은 놓치지 않는 균형이 더욱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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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잘하는 로맨스 연기도 빛난다. 박은빈과 마주할 때 양세종은 요란했던 에너지를 거두고 섬세하게 기운을 낮춘다. 처음에는 자신을 귀신의 세계로 끌어들인 천여리를 원망하지만, 그가 오랫동안 같은 공포와 외로움을 홀로 견뎌왔다는 사실을 이해한 뒤에는 누구보다 단단하게 곁을 지킨다. 자신도 두려우면서 상대의 상처부터 살피는 다정함이 마강욱을 웃기면서도 설레는 로맨스 주인공으로 완성한다.
양세종은 반듯하고 진중한 인상을 기꺼이 흔들며 배우로서 폭을 더 넓혔다. 덕분에 마강욱은 귀신 앞에서는 한없이 하찮고 천여리 앞에서는 더없이 든든한, 웃음과 설렘을 모두 품은 인물이 됐다. 지금 이 작품에서 가장 놀라운 반전은 귀신의 사연이 아니다. 이렇게 웃길 수 있는 배우 양세종의 발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