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HERO 10', 10년의 결산 아닌 미래 향한 출사표

가수 임영웅에게 더 이상 증명할 필요가 없는 것은 인기다. 음원 차트를 장악하고 스타디움을 채우며 대중성과 팬덤의 크기는 이미 확인됐다. 데뷔 10년을 맞은 지금, 증명의 대상은 인기에서 음악으로 옮겨갔다. 넓어진 장르 안에서 얼마나 선명한 자기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지가 남은 질문이다. 오는 8일 발매하는 'IM HERO 10'(아임 히어로 텐)은 그 질문에 내놓는 답이다.
'IM HERO 10'은 임영웅이 정규 2집 'IM HERO 2'(아임 히어로 투) 이후 1년 1개월 만에 내놓는 신보다. 스페셜 디지털 앨범이지만 신곡 6곡과 리메이크 4곡을 합쳐 총 10곡을 담았다. 정규 1·2집에 이어 'IM HERO'라는 이름을 다시 사용하며 앨범과 공연을 하나로 연결해 온 자신의 음악 브랜드도 이어간다.
임영웅은 2016년 '미워요'·'소나기'로 데뷔한 뒤 긴 무명기를 거쳐 2020년 TV조선 '미스터트롯' 우승으로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가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정상에 설 수 있었던 건 탄탄한 실력 덕택이다. 노랫말에 울림을 더하는 섬세한 표현력, 막힘없이 뻗는 고음, 탄탄하고 안정적인 발성과 호흡,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 절제, 익숙한 노래를 자기 이야기로 바꾸는 해석력이 세대의 경계를 허물었다.
흥미로운 변화는 성공 이후 시작됐다. 임영웅은 경연에서 인정받은 트로트만 부르지 않았다. 2022년 첫 정규 앨범 'IM HERO'(아임 히어로)에 팝과 포크, 힙합, 댄스까지 담으며 활동 반경을 넓혔다.

다음은 창작이었다. 'London Boy'(런던 보이)를 시작으로 '모래 알갱이', '온기'의 작사·작곡에 참여했고 'Do or Die'(두 오어 다이)와 'Home'(홈)을 통해 전자음과 댄스 퍼포먼스까지 소화했다. 서정적인 자작곡과 역동적인 무대를 병행하며 가창력뿐 아니라 표현 방식도 넓혔다.
이러한 시도는 정규 2집 'IM HERO 2'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됐다. 임영웅은 발라드와 트로트, 팝 록, 포크 팝, 힙합 등을 오가는 동시에 'ULSSIGU'(얼씨구)의 노랫말을 쓰고 '비가 와서'를 홀로 작사·작곡했다. 첫 정규 앨범이 장르 확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두 번째 앨범은 넓어진 영역에 자신의 이야기를 채운 결과물이었다.
'IM HERO 10'은 이 흐름을 과거와 현재로 나눠 보여준다. 신곡은 '모이세', 'Baila'(바일라), 타이틀곡 '또또', '부디 행복해질 것', '살아온 우리에게', 'New York'(뉴욕)이다. 한글과 영어, 스페인어가 섞인 곡명만으로 음악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번에도 하나의 분위기에 머물지 않겠다는 방향은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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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곡 4곡은 임영웅의 10년을 압축한 이정표다. '미워요'는 출발점, '사랑은 늘 도망가'는 전 세대를 아우른 대중성, 레게풍 힙합 'A bientot'(아비앙또)는 장르의 확장, '모래 알갱이'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성장을 상징한다. 단순히 히트곡을 모은 것이 아니라 음악적 방향이 달라진 순간들을 골랐다.

중심에는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한 타이틀곡 '또또'가 있다. 뮤직비디오 티저에는 아역 배우 김준과 반려견 시월이가 등장하고 경쾌한 멜로디 위로 "내 맘을 훔친 거야 또"라는 가사가 흐른다. 그동안 임영웅의 자작곡이 위로와 그리움에 가까운 정서를 주로 다뤘다면 '또또'는 밝고 재치 있는 감각으로 창작의 폭을 넓힐 가능성을 보여준다.
공개 방식도 일반적인 순서와 다르다. 임영웅은 음원 발매에 앞서 4일부터 6일까지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IM HERO - THE STADIUM 2'(아임 히어로 - 더 스타디움 2)를 열고 앨범 전곡을 처음 들려준다. 음원을 먼저 발표한 뒤 콘서트에서 선보이는 통상적인 틀에서 벗어난 행보다. 남다른 팬 사랑으로 유명한 임영웅답게 다른 누구보다 팬들에게 신곡을 먼저 들려주고자 하는 마음이 담긴 선택이다.
특히 임영웅은 최근 SBS 예능 '산골총각 영웅'에서 "팬분들이 제 노래를 좋아해 주시지만 히트곡을 가진 가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뻔하지 않게 가야 하는데"라는 고민을 털어놨다. 최정상의 인기를 누리면서도 오래 기억될 대표곡과 새로운 음악을 고민하는 그의 다음 증명이 어디를 향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때문에 'IM HERO 10'이 보여주는 임영웅의 10년은 트로트를 벗어난 과정이 아니다. 트로트를 뿌리로 두고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에서 직접 곡을 쓰는 창작자로 나아가 자기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한 시간이다. 데뷔 10주년의 가장 큰 변화는 인기의 크기가 아니라 자신의 음악을 결정하는 주도권이 커졌다는 데서 보인다. 그의 다음 10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