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미국 뉴욕에선 대형 부동산 감정평가 회사가 기소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형은행 및 모기지 업체들이 주요 부동산 감정평가업체와 담합해 주택가격을 부풀려 폭리를 취했다는 것이다.
선진 금융시장의 대명사인 미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쉽게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필자를 비롯해 지난 몇 년간 미국 감정평가 시장 추이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했던 일이다.
미국의 감정평가제도는 국내 부동산 감정평가제도와 달리 당초 민간 자격증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정부의 관리·감독 없이 민간 중심으로 발전해온 미국의 감정평가제도는 80년대 후반 저축대부조합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감정평가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연방정부가 주관하는 공적 자격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전환 과정에서 보수적이었던 평가사 자격 기준이 대폭 완화됐고 2006년 현재 감정평가사가 9만1000명에 달할 정도로 평가사가 양산됐다. 감정평가 보수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어 평가사가 늘면서 수주경쟁이 치열해지고 그 결과 평가 품질은 떨어지는 악순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모기지 대출심사 확대는 더 큰 문제를 낳고 있다. 대규모 모기지 감정평가가 발주되면 전산입찰을 통해 가장 빠른 시간에 가장 저렴한 평가비용을 제시한 평가회사가 낙찰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수주에 성공한 평가회사는 가능한 짧은 시간과 적은 노력으로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만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평가 품질에 대한 관심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감정평가시장 경쟁 심화는 평가사의 교섭력을 약화시켜 은행 등 서비스 수요자의 요구에 쉽게 응하게 만든다. 서브프라임 사태 역시 대출자들이 원하는 대로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격으로 평가해 대출한데서 발생한 것이다. 부실감정평가는 부동산가격이 상승기나 안정기에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주택시장의 버블이 붕괴되는 시점에 이르러서는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훼손하는 폭탄으로 돌변한다.
미국 감정평가시장이 부실화된 원인은 다양한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진입장벽 완화에 따른 평가사의 질적 저하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미국 감정평가업계에서는 평가사 자격에 대학졸업 수준의 학력 기준을 두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평가사 자격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는 단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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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서비스 품질통제가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것도 부실화 요인이다. 미국은 연방기구 차원에서 평가사 교육 및 징계가 이뤄지지만 대부분 상황이 악화된 후 행하는 사후적 징계여서 사전적인 통제 기능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미국 주택금융시장의 움직임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시장의 안정성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 최근 부동산 조세 강화로 공시지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대형 국책산업마다 보상가격 시비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금융시장의 안전망을 마련하는데 지속적인 보완과 개선이 필요하다.
향후 국내 금융시장 및 부동산시장이 안정적으로 발전하려면 평가업계의 사전적 자율규제와 정부 및 감독기관의 사후적 통제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가 말해주듯 건전한 감정평가기능 확보가 금융시장 전체를 안정시키는 중요한 하부구조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