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후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서 열린 시 건축위원회 회의. 자리에 들어선 17명의 건축위원들은 지상 48층짜리 S주상복합아파트 건축안 심의에 들어갔다. 위원들은 이 아파트의 심의 통과 여부를 놓고 1시간 가량 토론을 벌였으나 결론을 쉽게 내지 못했다.

건설사가 제출한 조감도를 보면 외관 디자인은 화려했다. 유리로 건물의 외피를 장식하는 커튼월 방식으로 꾸며 고급스런 이미지를 냈다. '디자인서울'을 강조해온 일부 의원들은 가결쪽에 무게를 두고 싶어했다.
위원들은 그러나 고심끝에 재심(반려) 판정을 내렸다. 유리외벽이 고유가 시대의 주거용 건물로 부적합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이다.
유리를 씌운 건축물은 공사 기간이 짧아 비용을 아낄수 있는데다 조형미가 우수해 업무용 빌딩은 물론 주상복합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유리건물은 하지만 입주자만이 알고 느끼는 결함이 있다. 햇빛이 뜨거운 한 여름에는 다량의 냉방 에너지가 소비된다. 유리를 타고 들어온 태양열이 쉽게 방출되지 않아서다. 유리 외피의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는 "에어컨을 틀어도 여전히 더운 느낌"이라며 "한낮에도 창문에 블라인드를 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연세대 건축과의 김병선 교수(시 건축위원)는 "유리건물 심의시 조감도나 야간 투시도를 보면 멋있어 보이나 건물의 실제 성능은 이와 정반대"라며 "이런 건물에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에너지낭비가 얼마나 심한지 체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초기투자비용을 아끼기 위해 이런 에너지 비효율의 건축물을 짓는 것은 건축가들의 모럴헤저드"라고까지 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옛말이 있다. 많은 건축가들이 조형미와 디자인 향상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건축물은 예술 조각품이기 이전에 사람이 들어가 사는 곳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