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투구해 인·허가까지 거의 마쳤는데 대출 중단으로 사업이 물거품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금융기관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신규 대출을 전면 중단하면서 멀쩡한 시행사마저 부도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시행사인 I건설은 경기 안성 건지지구에서 추진해 왔던 1400여가구 규모의 아파트 사업을 사실상 포기하다시피한 상태다. 이 상황에서도 매달 2억원에 달하는 이자만 쌓이고 있다.
이 회사 이 모 대표는 "아파트사업 인·허가를 받아오면 운용자금을 대출해주겠다"는 저축은행의 말만 믿고 관련 인·허가 절차와 토지 매입을 진행했다.
수년의 노력 끝에 최근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로부터 "녹지를 공동주택용지로 변경해도 좋다"는 수락을 얻어냈다. 그는 이어 기존 거래은행에서 대출한도까지 자금을 빌리고 사채시장에서 일부 융통, 해당 사업부지의 80%를 매입했다.
순조롭던 사업은 저축은행이 발을 빼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브리지론 대출을 약속한 저축은행이 금융당국의 PF사업장 실태조사와 구조조정을 이유로 갑자기 모든 대출의 중단을 선언했다.
기대했던 대출이 끊기면서 이자를 내지 못하자 기존 대출은행이 "저당 잡은 일부 필지에 대해 경매를 신청하겠다"는 경고장을 보냈다. 이 대표는 "금융권이 그동안 PF대출에 따른 이자 등으로 이익을 얻어오다, 이제는 손해보지 않고 혼자만 살겠다고 한다"며 푸념했다.
금융기관들이 건설사에 대한 무분별한 대출을 자제하고 옥석을 가리는 것은 건전성 강화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담보가 충분한 우량 사업장에 대해서도 일방적으로 대출을 중단한다면 튼튼한 시행사들마저 버텨낼 재간이 없다.
현행 국내 주택사업 구조상 시행업계의 붕괴는 곧 주택공급 기반이 무너짐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서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물론 금융당국과 건설기업, 금융권이 중장기적 시각에서 고통을 분담할 묘안을 찾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