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건설업 취업허가제' 도입과 공존의 지혜

[기고]'건설업 취업허가제' 도입과 공존의 지혜

심규범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08.12.26 08:42

노동부는 지난 17일 고용정책심의회에서 '제2차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2009~2013)'을 확정했다. 기본계획에는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주목할 만한 여러 대책이 제시돼 있고 '건설업 취업허가제'도 그 중 하나다.

이 제도의 도입 취지에 대해 "내국인 일자리를 늘리는데 있다"는 시각이 많다. 물론 주된 취지임은 맞다. 다만 다른 배경도 있는 상당하다. 첫째 내국인의 퇴출이 계속될 경우 조만간 건설산업의 기능인력 기반이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건설업의 작업은 표준화가 어려워 기계화나 자동화에 한계가 있다. 언어소통 문제와 짧은 체류기간으로 인해 숙련인력의 배출을 외국인력에만 의존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저연령과 저임금, 장시간 노동과 장기간의 유보임금 감내 등을 이유로 외국인이 내국인을 대체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지속될 경우 우리의 숙련인력 기반은 붕괴될 수 있다. 내·외국인 간에 보완적인 측면도 있으나 지역에 따라 일부 직종의 경우 이미 기능인력의 80% 이상을 외국인력이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적정 노무비를 확보하지 못한 현장일수록 더욱 심하다. 이 경우 근로조건은 더욱 악화, 신규 인력의 진입은 커녕 기존 인력도 퇴출돼 내국인 숙련인력의 대(代)가 끊길 지경이라고 한다.

둘째, 일자리 창출과 내수 진작의 보루로 믿어 왔던 건설산업의 역할이 약화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다. 정부는 실업 문제와 불경기가 깊어질 때면 으레 건설투자의 칼을 빼들었다. 하지만 건설현장의 외국인력이 많아질 경우 내국인 실업 문제를 풀 수 없고 지불된 임금은 내수를 달구는 불쏘시개로 쓰이는 대신 해외로 송금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건설업 취업허가제의 도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우선 건설현장의 인력난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 우리의 젊은 사람들이 꺼려하는 작업에 외국인력을 투입해 겨우 끌어나가고 있는데 이들의 진입을 제한하면 인력난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동포 근로자와 인권단체 등에서는 차별적인 조치라며 반대하고 있다. 우리도 과거에 합법이든 불법이든 다른 나라에 취업해 개인적으로든 국가적으로든 큰 도움을 받았던 때가 있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건설업 취업허가제를 도입하려는 취지와 반대의 목소리 모두에 일리가 있다. 따라서 건설현장에서 내·외국인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 여기에는 서로가 수긍할 수 있는 몇 가지 대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건설현장에서 인권 문제가 야기되거나 차별 대우를 받아서는 안된다. 둘째 우리 숙련인력 기반을 붕괴시켜서도 안된다. 셋째 건설현장이 인력난으로 마비되어서도 안된다. 넷째 사업주의 경영 여건을 악화시켜 벼랑 끝으로 내몰아서도 안된다.

이 같은 원칙에 수긍할 수 있다면 다음과 같은 실천적인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합법적인 틀 내에서 외국인력을 고용하고 모든 면에서 내국인과 동등하게 대우한다. 특히 산업안전 교육을 강화해 산재를 예방한다.

둘째 어느 직종이든 내국인 숙련인력 기반이 붕괴되지 않도록 현장별 또는 직종별 고용상한선을 둔다. 셋째 건설기능인력 수요를 합리적으로 예측해 적정한 도입 규모를 산정한다. 넷째 사업주가 합법적인 근로자만을 고용하더라도 이윤을 남길 수 있도록 적정 공사비 특히, 적정 노무비를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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