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법 제정은 숙명같은 과제"

"공인중개사법 제정은 숙명같은 과제"

대담=채원배 건설부동산부장 정리=문성일 기자·사진=송희진 기자
2009.01.12 07:40

[머투초대석]이종열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

"현행 법률은 다른 자격사제도와 비교할 때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비쳐져 형평성과 제도 발전 차원에서라도 하루 속히 '공인중개사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중개업의 공신력을 높이는 동시에, 부동산거래질서를 수행해야 하는 전문 자격사다. 정부도 이 같은 취지에서 지난 1983년 공인중개사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지난해 말까지 26만7000여명의 자격사가 배출됐으며 이 중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공인중개사 만해도 8만7000여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인중개사들은 아직까지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스스로 개혁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못했던 데다, 정부의 무관심과 사회적 편견이 가장 크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공인중개사들이 스스로 권위 찾기에 나서 주목을 끈다. 그 중심에는 6년여 만에 복귀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이종열 회장(50)이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내 1만 여개 직능단체로는 처음으로 직선제를 통해 협회 제10대 회장에 당선된 직후 첫 사업 중 하나로 '공인중개사법' 제정 추진에 돌입했다.

현행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이하 공부법)로는 공인중개사들의 권익이 무시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만큼 전문 자격사로서의 권익보호와 부동산 전문 서비스 제공을 위해선 현행법을 '공인중개사법'으로 변경하고 세부 내용도 개정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회장을 만나 1999년 정부의 복수 단체 허용 조치로 양분된 이후 9년 만에 통합을 이룬 협회 운영 방침과 공인중개사계 활성화 방안 등을 들어봤다.

△오래 전부터 명실상부한 전문자격사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해 오셨는데요. 제도 도입 취지는 무엇인가요.

- '공인중개사법' 제정은 자격사들의 오랜 숙원 과제입니다. 제게는 숙명과도 같은 과제이기도 합니다. 현행 '공부법' 상 자격사 명칭은 '공인중개사'이지만, 업무시 '부동산 중개업자'로 구분돼 있습니다. 결국 자격사 명칭과 현업 종사자 명칭이 동일한 다른 자격사제도와 비교할 때 전문성이 떨어지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고 이 같은 문제가 공인중개사제도 발전에도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법' 제도 도입에 있어 아직도 활동 중인 중개인을 포함한 문제점은 없는지요.

- 중개인은 과거 제도 도입 이전까지 활동해 왔던 사람들로, 현재 9900여 명이 현업에서 종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역시 다른 자격사와의 형평성입니다. 예를 들어 법무사의 경우 관련 분야 실무능력 등을 인정해 일부 시험 면제 등을 통해 자격사화된 반면, 중개인은 이미 20년 이상 현업에서 부동산거래를 알선해 온 나름의 전문가들임에도 불구하고 자격사화는커녕 업무지역 제한, 폐업이나 휴업시 재개업 불가 등의 불이익과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인중개사법에는 이들에 대해서도 일정 검증 등을 거쳐 자격사로 인정하는 내용의 부칙을 두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재 여야가 공동 의원 입법 발의를 추진하고 있어 조만간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믿습니다.

△공인중개사의 과다 배출을 지적하는 의견도 상당한데요. 이에 대해 협회는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실 건가요.

- 흔히들 공인중개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처럼 잘못 인식돼 있습니다. 그러나 공인중개사는 책임 중개뿐 아니라 부동산 관련 지식과 높은 이해도가 필요한 전문 자격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자격사 시험제도는 단순히 절대 평가를 통해 무더기로 공인중개사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실제 이전까지 연간 2000~5000여 명에 불과하던 자격사 합격자가 최근에는 무려 연간 2만 여명에 달하고 있을 정도 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시장 수요에 맞추는 동시에, 고급 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자격시험 방식을 고쳐야 합니다. 특히 부동산 분야도 점차 글로벌화 돼가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영어는 물론 중개 행위에 있어 기본 지식이라 할 수 있는 금융까지도 시험 과목에 포함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현재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고 있는 자격사 시험 기관을 협회로 이양해야 합니다. 협회가 주관할 경우 무분별한 과다 배출을 막고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자격사 제도가 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무분별한 시장 진입을 억제하기 위한 보완책 중 하나로 자격증을 따더라도 2년간 공인된 중개업소에서 경력을 쌓아야 개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공인중개사 위상을 스스로 강화해 나갈 방침입니다.

△지난 선거 과정에서 부동산 유통시장의 투명성을 강조하셨고 이를 위해 현재 부동산 단일 거래정보망 구축을 추진하고 계신데요.

- 부동산 거래질서가 바로 서야 시장 안팎에서 일어나는 각종 불법, 편법 행위를 막고 올바른 대국민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단일 거래 정보망은 모든 공인중개사들이 하나의 전산망을 통해 부동산을 전속 중개함으로써 거래를 투명하게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는 무허가, 무등록, 자격증 대여와 같은 불법 중개 행위를 억제시킬 수 있고 다운계약서나 업계약서 등과 같은 현행 거래 신고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정부 입장에서도 부동산 거래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해 투기 행위 등에 즉각 대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게 됩니다.

지난 선거 과정에서 '대통령과 핫라인을 구축하겠다'고 공약한 것도 이 같은 단일 거래 정보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거래가 등 각종 데이터를 부동산 관련 정책과 연결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확신 때문입니다.

감정평가업계조차도 관련 정보를 무단 도용하는 현 상황에서 국가가 그동안 방치한 정보망을 바로 잡아 개인 기업이 수익을 위해 악용하는 문제를 고쳐나가야 합니다. 이와 함께 20가구 이상 주택 등의 분양사업에 공인중개사가 참여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 추진할 방침이다.

△부동산 중개수수료 현실화에 대해 강조해 오셨는데요.

- 지난 2007년 기준으로 국내 부동산 거래 규모는 423조원에 달합니다. 이에 비해 중개 수수료는 활동 중인 자격사 수를 감안할 때 1인당 연간 4000만원에도 못미칩니다. 사무실 임대료를 내기도 빡빡한 수준입니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글로벌 금융쇼크와 실물경기 위축으로 부동산 거래가 크게 위축되면서 무려 2만 여명에 가까운 중개사들이 폐업 등을 통해 떠나고 물갈이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이는 사실상 '재앙'에 가까운 일입니다. 결국 투명한 거래시장을 만드는 동시에, 전문 자격사로서의 위상을 갖추고 생활을 영위하도록 하기 위해선 현행 중개수수료를 인상하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현재 협회는 기존 0.9%인 6억원 이상 주택거래 중개 수수료율을 3%로 높이고 6억원 미만인 경우 0.9%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5000만원 이하(지방 4000만원 이하)인 임대주택을 거래하는 기초생활수급자와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에는 현재와 같이 무료 중개 서비스를 계속 펼칠 계획입니다.

△침체된 부동산 경기 회복을 위해 어떤 정책과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 지금은 투기 때문에 규제를 걱정할 단계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시장에 돈이 돌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고무줄 정책'을 써야 합니다.

다시 말해 경기 회복에 따라 시장이 되살아나면 다시 조이더라도 현재는 남아있는 규제를 풀고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특히 미분양을 속히 해소시키는 정책을 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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