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고시원 인기‥보증금·관리비 부담 없어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다면 불편함 쯤이야..."
경기 불황으로 저렴한 대학가 '고시원'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들어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대학생들과 고시생은 물론 미혼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원룸이나 오피스텔, 하숙 대신 고시원 등으로 주소를 옮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잇따른 화재 참사로 고시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인기가 잠시 주춤했지만 경기 불황에 따라 '실속파'가 늘면서 다시 북적이고 있는 것. 고시원은 화장실 등을 공동으로 써야 하고 방사이의 소음 방지가 안되는 등의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원룸이나 오피스텔과는 달리 수천만원에 달하는 보증금이 필요없이 20만~50만원의 월세만 내면 된다. 월세에는 관리비·인터넷비·공과금 등도 포함돼 있어 지갑이 가벼운 고시생과 대학생에게는 최적의 주거공간인 셈이다.
올 봄 복학을 준비하는 A씨는 "경기가 어렵다보니 생활이 좀 불편하더라도 원룸 등에 비해 돈을 많이 아낄 수 있는 고시원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B씨도 "4개월만 단기간 머무를 예정이어서 원룸이나 오피스텔처럼 보증금을 맡겨야 하는 곳보다는 월세만 내면 되는 고시원을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들어서는 원룸텔, 미니텔, 리빙텔 등으로 형태가 다양화되면서 기존 고시생 및 대학생 뿐 아니라 미혼 직장인과 일용직 근로자 등으로 수요층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 대학가 고시원은 3월 개강을 앞두고 이미 대부분 방이 꽉 찼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 인근 S고시원은 "이달 초에 방이 모두 나갔고 지금은 가장 비싼 월세 50만원짜리 방 1~2개만 남아 있는 상태"라며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촌 연세대 인근 Y고시원은 "원하는 방을 구하려면 최소 1달 전에 알아봐야 한다"며 "앞으로 방을 구하려면 1학기가 끝나는 6월 말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암동 고려대 인근 A고시원은 "수년째 고시원 운영을 해오고 있는데 경기 침체에다 학생들이 취업·고시 준비로 졸업을 늦추면서 방 찾기가 어려워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고시원이 사실상 도심의 소형 주거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는 점을 감안, 현실적인 안전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수차례의 고시원 화재 참사가 발생했지만 아직까지 실효있는 안전대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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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소방방재청은 "오는 7월부터 고시원에 대해 간이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소방안전기준을 강화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고시원협회 황규석 회장은 "고시원은 사실상 소형 주거 공간 기능을 하는데도 아직 건축법상 용도지정이 안 돼 있다"며 "정부가 명확한 용도지정과 이에 맞는 기준을 적용해 사고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