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정부가 국영기업인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을 내년 5월말까지 유예할 것을 채권자에게 요청하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두바이월드는 두바이의 상징인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 '팜 주메이라'를 개발한 나킬의 모회사여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두바이는 지난 수년간 세계 최고층 빌딩과 세계 최대 규모의 쇼핑몰 및 실내 스키장, 세계지도 모양의 인공섬 등 상식을 뛰어넘는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곳이다.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규모가 큰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자 곳곳에서 두바이에 대한 우려감이 제기됐다. 고유가 시기에 축적한 풍부한 오일머니를 토대로 중장기 발전전략을 추진해온 UAE 아부다비나 주변 산유국들과 달리 이벤트성 부동산 개발사업에만 집중한 두바이에 대한 경고음이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2008년 하반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두바이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다행히도 두바이 사태가 국내 건설사들에게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 우선 10여년전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건설사들은 고부가가치 프로젝트와 공종을 중심으로 해외 공사를 따냈다. 두바이에서 부동산 개발 붐이 한창이던 때에도 리스크가 큰 투자개발보다는 도급공사에 주력해왔다.
국내 건설사들이 두바이에서 추진중인 부동산 개발사업은 3건, 총 7억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UAE에서 시공중인 프로젝트 규모가 총 270억달러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미미한 수준이다.
이번에 문제가된 나킬사로부터 수주한 공사 3건(5억달러) 중 2건(1억6000만달러)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협상을 통해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두바이의 문제점을 간파한 국내 건설사들이 UAE 전체 석유 매장량의 약 95%를 보유한 아부다비로 일찌감치 수주활동 거점을 전환한 것도 주효했다.
국내 건설사들은 아부다비 국영 정유회사가 발주한 90억달러 규모 루와이스 정유플랜트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지난해에 이어 450억달러가 넘는 수주고를 올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한국 건설사들의 UAE 수주 계약금액의 절반이 두바이 프로젝트였다면 2008년에는 25%, 2009년에는 1% 미만으로 급락했다.
하지만 이번 두바이 금융불안 사태는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됐다. 해외공사는 국내공사에 비해 사업환경이 낯설고 절차가 복잡해 예기치 않은 각종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매우 기본적인 사업 철칙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된 것이다.
독자들의 PICK!
갑작스런 공사중단이나 계약해지 등 문제를 원활히 해결하고 사업 재개시 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도록 발주처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데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두바이의 경우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위기극복 잠재력이 충분해 조만간 정상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국내 건설업계는 두바이 건설시장뿐 아니라 경제·정치·사회 동향을 수시로 모니터링해 사업 전략에 반영해야 한다.
최근들어 중동 걸프지역의 일부 주요 산유국과 플랜트 공종에 기업들의 수주활동이 과다하게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들 시장은 세계경제와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신시장, 신분야 수주 비중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