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다던 공모형PF, '치킨게임'속 와해

황금알 낳는다던 공모형PF, '치킨게임'속 와해

이군호 기자
2012.10.05 06:38

시행자와 출자사·출자사와 출자사간 치킨게임 심화…상당수 사업 연말 디폴트 몰려

 황금알을 낳을 것이라던 수도권의 대규모 공모형PF(프로젝트파이낸싱)사업들이 시행자와 출자사, 출자사와 출자사간 치킨게임 속에 급속히 와해되고 있다. 연말까지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시행사(SPC·PFV)는 자금 부족으로 부도가 불가피해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상암DMC 랜드마크빌딩, 인천 청라국제업무타운, 판교 알파돔시티, 파주운정 유니온아크, 은평뉴타운 알파로스, 화성동탄 메타폴리스 등 수도권 대형 공모형PF 프로젝트가 대부분 착공도 못했다.

 총사업비 31조원으로 최대 규모인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은 사업시행자이자 최대 출자사인 코레일과 드림허브PFV 출자사간 갈등으로 자금조달이 중단돼 연말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렸다. 서부이촌동의 통합개발과 단계개발, 주주배정과 시공권 연계 자금조달 등을 놓고 코레일과 출자사간 이견이 심화돼 사업진행이 불가능한 상태다.

 상암DMC 랜드마크빌딩(4조원)은 사업자가 땅값을 제때 납부하지 못하면서 사업시행자인 서울시가 계약해지를 통보해 관련 절차가 진행중이다. 사업자는 경기침체를 감안해 사업계획 변경을 요구했지만 시는 원안을 고수, 갈등을 겪어왔다.

 인천 청라국제업무타운(6조2000억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사업자가 사업계획 변경 등을 놓고 민사조정을 벌이고 있지만 합의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 2월 정상화를 선언한 판교 알파돔시티는 LH와 지방행정공제회가 선매입한 오피스빌딩의 인·허가가 지연돼 9월로 예정됐던 주상복합아파트 분양이 불가능해져 11월 디폴트 위기로 몰리고 있다.

 사업자는 아파트 분양대금이 들어오고 인·허가가 나면 LH와 지행공이 매입한 오피스 착공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믿지 않는 LH가 보증을 요구하면서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

 파주운정 유니온아크(2조6000억원)는 국토해양부 공모형PF사업 조정위원회를 거쳐 사업 해제를 요구받은 최초 프로젝트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문제는 사업해제를 위해서는 모든 출자사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손실 규모가 1200억원을 넘자 FI(재무적출자자)들이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평뉴타운 알파로스(1조3000억원)는 토지비 납부조건 완화와 주거비율 확대, 임대기간 축소 등을 내용으로 한 사업계획 변경이 서울시로부터 거부되면서 사업 중단 위기에 처했다.

 그나마 동탄 메타폴리스(1조5000억원)는 1단계 주상복합과 상업시설이 정상 완공됐다. 하지만 1단계에서 미분양 물량이 발생하고 2단계 백화점, 호텔, 업무시설의 사업성이 떨어져 사업계획 변경을 추진중이지만 LH가 2단계 토지대금 1200여억원 납부만 요구하는 등 시행자와 사업자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대형 공모형PF사업들이 착공도 못하고 위기로 내몰리는 이유는 표면적으로 부동산 경기침체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자금조달 어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업규모 조정, 땅값 완화 등 상황 변화에 맞게 적절한 대응이 필요함에도 사업시행자와 출자자들이 한치의 양보없이 치킨게임을 벌이는 게 결정적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해당 프로젝트들은 경기가 가장 좋을 때 추진되다보니 사업규모가 크고 땅값도 터무니없이 비싸다"며 "경기 변화에 맞춰 사업규모와 땅값을 조정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토부 PF사업 조정위원회를 보면 어떤 이해당사자도 손해를 보려하지 않는다"며 "사업을 취소하고 다시 시작하는 게 순리겠지만 불가능하다면 이해당사자들이 예상되는 손실과 고통을 분담하는 것이 사업을 풀어가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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