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감정가 33억, 등기부 채권액만 160억… 임차인 보증금은?

#유명 트로트가수 송대관 씨가 소유한 서울 용산 이태원 소재 단독주택에 세들어 살고 있는 임차인은 모두 4명. 법원 임차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3000~3500만원의 보증금에 30만~50만원 가량의 월세를 내기로 하고 지난해 11~12월 이사를 마쳤다. 점유와 동시에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도 받아 대항력도 갖췄다.
하지만 송씨의 집이 이달 26일 경매로 넘어가면서 임차인 4명은 모두 소액임차인 우선변제액인 1400만원을 제외한 1600~2000만원 가량을 떼일 위기에 처했다. 경매로 넘겨진 부동산은 낙찰과 함께 기존에 설정돼 있던 등기상 권리들이 말소되기 때문에 전·월세 보증금도 선순위가 아니면 낙찰과 동시에 말소된다.
말소기준권리 설정일보다 전입신고일이 빠른 세입자는 보증금을 전액 보존할 수 있지만 이 경우 말소기준권리가 세입자들 입주시기인 지난해 말보다 8년 이상 빠른 2004년 8월에 설정됐다.
소액임차인 우선변제액 이외의 보증금 잔액에 대해서는 낙찰 후 배당을 받을 수 있지만 이 건의 경우 등기부상 채권액만 160억원을 넘는 상황이어서 실제 배당을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다. 감정가가 33억6122만원에 불과해 160억원 넘게 낙찰된다는 건 불가능해서다. 결국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절반 넘게 떼이게 된 것이다.
이처럼 경매에 나온 부동산 세입자 중 전세나 월세 보증금을 일부 혹은 전액 떼이는 세입자 비중이 증가세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깡통전세', '깡통월세'가 늘고 있는 것이다.
20일 부동산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이 올 들어 경매장에 나와 낙찰된 수도권 소재 주택(아파트·다세대·다가구) 물건 9642개를 조사한 결과, 이중 세입자가 있는 물건 수는 5669개, 세입자 보증금이 전액 배당되지 않는 물건 수는 4453개로 집계됐다.
이는 곧 경매부동산 세입자 중 78.6%가 보증금을 온전히 되돌려 받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2010년 75% △2011년 75.6% △2012년 76.3% 등 해마다 완만하지만 증가세가 뚜렷한 양상이다.

용도별로는 다세대 물건에서 임차보증금 미수 발생 비중이 높았다. 올해 경매장에 나온 세입자 있는 다세대 물건은 2178개, 여기서 임차보증금 미수가 발생한 물건은 1800개로 비중은 82.6%에 달했다.
이어 아파트가 76.2%에 달하는 2259개 물건에서 세입자 보증금이 일부 또는 전액 회수되지 못했다. 단독주택 및 다가구 물건도 74.9%의 임차보증금 미수 비율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인천 84.4% △서울 78.4% △경기 74.9% 순으로 임차보증금 미수가 발생한 경매물건 비중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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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임차보증금 미수 비중이 늘고 있는 것은 수도권 소재 주택 시세가 급감한 이후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부동산태인은 설명했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선순위 채권을 먼저 변제하고 나면 보증금을 배당받을 수 없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부동산 경기침체로 집값이 떨어지면서 낙찰가율도 동반 하락했고 이것이 배당금액의 전반적인 감소를 가져왔다"며 "기존엔 집값의 70~80% 선이었지만 이제는 60%만 넘어도 보증금을 다 못 돌려받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전·월세 계약 후 전입신고하고 확정일자만 받아두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보증금 전액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세입자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금만 보전될 뿐"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