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떠난 전세난민 6만3000명 넘었다"

"서울 떠난 전세난민 6만3000명 넘었다"

송학주 기자
2013.09.11 05:45

정부대책 무색… 가을 이사철맞아 전세난민 더 늘어날 듯

그래픽=강기영
그래픽=강기영

 #서울 양재역 인근 직장에 다니고 있는 유정훈(36·가명)씨는 지난달 말 동작구 상도동에서 경기도 수원시 파장동으로 이사했다. 유씨는 2년전 전용 59㎡형 아파트를 전세 2억원에 계약했지만 최근 전셋값 상승으로 집주인이 보증금을 6000만원 올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돌려받은 전세보증금과 그동안 모은 돈으론 서울은 물론 직장과 가까운 성남·용인 등에서도 마땅한 전셋집을 구할 수 없었다. 둘째 아이까지 태어나 큰 집이 필요했던 유씨는 결국 수원까지 떠밀려 84㎡ 아파트를 1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했다.

 유씨는 "출·퇴근할 때 다소 시간은 걸리지만 서울을 오가는 직행버스 정류장이 아파트 앞에 바로 있어 크게 불편하지 않다"며 "아이들이 크면 교육 차원에서라도 다시 서울로 가야 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이 시작되면서 우려했던 '전세난'이 벌어지고 있다. 치솟는 전셋값과 수천만원을 한꺼번에 올려달라는 전세금 인상 요구에 서울에서 밀려나 경기·인천 등으로 향하는 '세입자 엑소더스'가 늘고 있다.

 10일 통계청의 '국내인구 이동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에서 인천·경기로 거처를 옮긴 순이동인구(전출자-전입자)는 9735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9270)명에 비해 5% 늘었다.

 올 7월까지 누적으론 무려 6만3720명이 서울을 떠나 경기·인천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이는 전년동기의 6만220명보다 5.8%(3500명) 증가한 수치다.

 통계청 관계자는 "인구가 이동하는 이유 중 주택으로 인한 이동은 전체의 40% 정도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서울 전셋값 급등으로 경기·인천으로 향하는 '전세난민' 증가가 이같은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전세수요들이 경기·인천 외곽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서울에서 인구 순유출 현상이 올들어 급증한 것이다.

 부동산업계는 이처럼 전세난민이 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서울과 경기·인천간 전셋값 격차를 꼽았다. 수원 파장동 인근 P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서울에 살던 신혼부부 등 30~40대 젊은층이 전셋집을 구하러 많이 내려온다"며 "가격은 서울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이곳도 전셋집이 많지 않아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전세대란에 맞춰 '8·28 전·월세대책'을 내놓았지만 치솟는 전셋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안이 안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전세수요 대다수는 이미 기존 전세대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대출은 '렌트푸어'를 양산하는 지름길"이라며 "다소 거리가 멀고 불편하더라도 기반이 잘 갖춰진 김포나 파주 등 비교적 전셋값이 저렴한 지역에 사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도 서울을 떠나는 전세난민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4·1대책 후속조치를 통해 75% 이상이 경기권에 몰려있는 '준공후 미분양' 물량을 전세시장에 풀면 서울을 떠나는 전세난민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무엇보다 가을 이사시즌에 들어서면 전세가 오름세는 더욱 높아질 수 있어 수도권 외곽으로 이동하는 수요는 더 증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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